963억원에 판매된 마그리트의 마스터피스
낮과 밤을 한 장면에서 동시에 보는 일이 가능할까요? 대낮의 푸른 하늘 아래 고요하게 펼쳐진 주택가의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죠. 첫눈에는 현실적인 모습처럼 보이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 너머의 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벨기에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마스터피스 중 하나인 ‘빛의 제국’이 7,795만 달러, 한화로 963억원에 팔렸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 시간으로 2일 런던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 익명의 경매 참가자에게 낙찰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마그리트 작품 중 최고가입니다.
마그리트는 ‘빛의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17점을 그렸는데요, 이번에 판매된 작품은 그중 가장 크기가 큰 것입니다. 이날 응찰자 세 명이 그림을 두고 열띤 경쟁을 벌였고, 소더비 근현대 미술 아시아 부문 미술 대표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화 응찰에 참여한 익명의 구매자가 그림을 차지했습니다. 17점 중 가장 크기가 작은 작품은 지난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680만 달러, 우리 돈 323억원에 판매된 바 있죠.
‘빛의 제국’은 마그리트가 1961년 자신의 후원자이자 예술 작품 수집가 피에르 크로웨트의 딸인 앤마리를 위해 그린 작품입니다. 앤마리는 마그리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경매에 나오기 전까지 ‘빛의 제국’은 앤마리의 가족이 소유했으며,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벨기에 마그리트 미술관에 대여했습니다.
빛과 어둠, 시간과 색채로 몽환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마그리트는 생전에 “내 작품이 전하려는 것은 한 편의 시”라는 말을 남긴 바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도 감상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에 뛰어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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