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꾸뛰르의 의기양양한 매력
MZ COUTURE
고도의 예술적 기교와 재치, 코로나를 굴복시킨 오뜨 꾸뛰르, 더없이 의기양양한 MZ 꾸뛰르.
Chanel
“여름 컬렉션이기 때문에 자수가 많이 쓰였어도 신선한 느낌이죠.”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는 깃털처럼 가벼운 오뜨 꾸뛰르 컬렉션 발표 전날 샤넬 스튜디오에서 피팅 세션을 가지며 말했다. “1920년대에서 조금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깃털, 프린지, 구성주의자들의 페미닌한 면, 그들 내면의 여성 말이죠.” 쇼 준비를 위해 비아르는 지인이자 뮤지션 세바스티앵 텔리에(Sébastien Tellier)의 집에서 만난 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에게 연락했다. “그가 15년 전 샤넬 화인 주얼리를 위해 방돔 광장에 대단한 작품을 전시한 적 있기에 늘 같이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세트 작업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죠. 칼 라거펠트의 방식으로 말이죠. 저는 그런 것을 해낼 수 없습니다. 칼은 구성주의를 사랑했고, 그것은 매우 ‘칼다운’ 것이었습니다.” 비아르는 말했다. “사실 그가 저에게 준 로드첸코와 말레비치의 책 속에서 칼이 직접 쓴 노트를 발견했어요. 자수 같은 디테일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죠. 그는 항상 구성주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프랑스를 대표한 베이앙은(그는 당시 작품에 대해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의 환경물 ‘메르츠바우(Merzbau)’에서 영감을 받아 관객이 레코딩 스튜디오의 세계로 완전히 몰입하도록 하는 설치물”이라 설명했다) 100년이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혁신적인 구성주의 사조에서 영감을 얻어 거대한 디스크, 환경 친화적 합판과 그가 선호하는 색상인 블랙, 화이트, 베이지를 이용해 조성한 모래빛 워크웨이로 그만의 샤넬 세트를 완성했다. “요구 사항이 너무 구체적이지 않았습니다. 버지니는 제가 뭔가를 만들어내길 원했지만, 그게 뭔지는 말해주지 않았죠. 사진이 될 수도, 책이 될 수도, 음악을 포함한 뭔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 작품은 건축, 음악과 많은 관련이 있으니까요. 그녀는 제가 두 시즌에 걸쳐서 뭘 만들어내길 원했습니다. 패션은 늘 역사와 연관이 깊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선보여야 하는 것 같아요.” 베이앙은 커미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했다. 그가 만들어낸 세트는 1920년대 월드 페어와 소니아(Sonia),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같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받은 결과물이다(메이크업은 세계대전 이전에 활동하던 아방가르드 크리에이티브에게 영감을 받았다. 몇몇 모델의 다크서클은 예술적이기보다 권투 선수의 그것을 연상시켰지만). “클래식 샤넬을 좋아합니다.” 베이앙이 덧붙였다. “스포츠도 좋아하기 때문에 샤넬 타이외르를 입고 골프나 승마를 즐기는 상상은 저를 즐겁게 합니다.” 그 말을 증명하듯, 쇼의 오프닝은 스페인 출신 8세의 적갈색 말 쿠스쿠스(Kuskus, 런웨이가 모래로 가득 찼던 이유)를 타고 샤넬 재킷을 입은 모나코 공주 샬롯(Charlotte)이 장식했다. 처음에는 ‘워킹’을 하다가 천천히 구보를 시작한 샬롯이 입은 재킷의 형태는 쿠스쿠스만큼 완벽했다. 비아르가 새로 선보인 샤넬의 여름 트위드 수트는 잘 감기지 않고 그 아래에 끈과 깃털이 들쭉날쭉 드러나 있었다. 한편 수트 팬츠는 종아리 중간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옆 부분이 갈라져 있어 더위에도 거뜬해 보였다. 비아르가 프리뷰에서 언급한 1920~1930년대 개츠비 무드는 시폰 소재, 앞뒤 길이가 다른 오간자 드레스, 코코 샤넬 시대를 연상시키는 어깨부터 떨어지는 스카프 패널을 통해 표현됐다. 목걸이에 걸린 것 같던 미끄러질 듯 부드러운 새틴 이브닝 드레스는 등이 보이도록 설계했으며, 작은 비즈로 장식한 조끼는 화려함이 두드러졌다. 보석 같은 버튼, 핸드 위빙 트위드, 자수와 함께 깃털, 꽃 장식 등을 만들어내는 샤넬 공방 장인들의 수공예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테면 아워글라스 실루엣의 라즈베리 트위드 재킷 아래 얇은 검정 오간자 이브닝 드레스는 핑크와 연보라색 동백꽃을 핸드 페인팅했고, 이슬 같은 스팽글과 진주, 은실 장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밖에도 라일락 타조 털과 실크 텐드릴을 활용한 프린지에는 크리스털 비즈를 흩뿌렸으며, 망사와 튤을 사용해 손수 검은 비즈 장식을 더한 버블 스커트 모양의 이브닝 드레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큐비즘을 연상시켰고, 베이앙은 쇼가 진행되기 전에 옷 한 벌도 보지 못했지만 그와 비아르의 생각이 완벽하게 일치했음이 증명됐다. by Hamish Bowles
Valentino
“꾸뛰르를 만들 때 패션 하우스 모델과 작업합니다. 그 모델의 몸매를 런웨이에 오르는 50~60명의 모델에 적용하죠. 저는 이 규칙을 깨고 여러 몸의 비율, 사이즈, 연령을 포용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우스 모델 한 명으로는 이것을 감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방침을 깨고 체형이 다른 10명의 하우스 모델을 구했죠. 여러 면에서 모델을 바꿨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실루엣을 만들어야 했죠. 때로는 패션쇼에 마른 모델 50명과 체격이 조금 더 큰 모델이 고작 한 명 등장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그것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믿지 않는 거죠. 그냥 구색을 맞추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여러 체형별로 제작된 기본 도면을 활용해 권력과 힘과 치열함의 신념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메시지를 놓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Z세대는 성형수술의 극단적인 일반화가 ‘몸에 대한 이상’에 포함되는 시대에 소셜 미디어를 접하며 자랐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그에 대해 서로 공감하죠. 그것은 무언가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모델 중 한 명을 가리키며)그녀가 아름답다면, 당신도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몸은 나이 들면서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몸매는 다르죠. 저는 몸이 변하는 방식이 지닌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싶었습니다. 중세 이후 미의 원칙이 늘 존재했어요. 모든 미의 원칙에 진절머리가 난 우리는 ‘인간다움’만이 유일하게 타당한 원칙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자유, 나다워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미의 원칙입니다.” by Pierpaolo Piccioli
Fendi
“지금 이 순간, 꾸뛰르는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꽤 낯설죠. 고객이 꾸뛰르를 직접 볼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고객에게 모든 것을 다 보여주죠. 그런 면이 바로 약간은 판타지인 겁니다. 로마는 수많은 겹으로 쌓여 있습니다. 정말 오래된 도시잖아요. 우리는 늘 그곳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합니다. 로마의 각기 다른 시대와 영적 측면에 대한 아이디어죠. 그것은 천체에 관한 것, 거의 우주적인 것이 됩니다.” by Kim Jones
Dior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Maria Grazia Chiuri)는 늘 장인 정신과 인간적 감성에 대해 매우 열정적으로 얘기하기에, 신년 최대 이슈인 메타버스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아니요”라 대답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으로선 관심 없습니다. 인간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더 중요해요. 우리가 더 가까이 있고, 서로를 지지하고 일에 가치를 뒀으면 좋겠어요. 제가 구식일 수 있지만, 실존하는 것들에 더 관심이 많아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해요.” 그녀의 크리스챤 디올 컬렉션은 인간적 커넥션에 대한 투자였다. 앞서 언급된 직접적 레퍼런스에 더해 꾸뛰르 작품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때로 잊히는 특성인 ‘장인들이 함께 일하며 손수 옷을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에 의미를 뒀다. 블랙, 화이트, 그레이의 팔레트를 활용해 이른바 ‘건축’과 표면 장식에 대한 차이점을 나타냈다. “한 작품의 방점을 찍는 장인 정신의 가치가 잊히고 있어요. 자수가 단순한 장식인 것처럼, 디자인 과정의 일부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죠.” 쇼가 열리기 며칠 전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피팅 과정에서 키우리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에크루 색상의 롱 캐시미어 케이프는 여러 피스를 단순 스티치가 아닌 자수를 통해 마무리했고 매우 투명한 마감 덕분에 하나의 피스처럼 보였다. 또 기퓌르 레이스를 연상시키는 실크 크레이프의 자수 브레스트 플레이트가 사실은 블랙 실크 롱 드레스의 일부라는 점도 설명하며 단순한 장식이나 디테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수 기법이 전체적 실루엣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역시 증명하기 위해 활기차면서도 기하학적인 크리스털 디테일의 드로스트링 점프수트로 쇼를 시작했다. 쇼를 보며 자수 기법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였고, 이는 키우리가 바라던 바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테마를 강조하기 위해 아티스트 마드비(Madhvi), 마누 파레크(Manu Parekh), 인도의 수공예 전문학교 차나키아(Chanakya) 출신 아티스트들이 제작한 아름다운 자수 태피스트리로 로댕 미술관을 장식했다. 차나키아는 꾸준히 키우리와 교류하고 있으며, 여성들이 특수 자수 기법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00평이 넘는 이 공간은 장인 380명이 약 28만 시간 동안 작업했고, 그 제작 과정을 1월 25일부터 30일까지 전시 목적으로 대중에게도 개방했다. 이 아름다운 쇼에서 키우리는 디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자수 기법의 무궁무진한 활용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점프수트 다음으로 꾸뛰르의 렌즈로 바라본 세련된 데이 웨어를 선보였다. 표백하지 않은 초고가 울로 만든 에크루 색상의 바지는 단순함을 뽐냈고 울 데이 드레스 역시 아주 정교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자수를 포함하고 있었다. 키우리는 이것을 침착한 느낌이라 표현했다. “솔직히, 코로나가 끝난 줄 알았지만 확진자가 다시 느는 것을 보며 크리스마스를 조금 우울하게 보냈습니다. 그래서 침착함을 되찾고 싶었어요.” 그녀가 선보인 이브닝 웨어는 코로나가 종식되기만 기다리는 예비부부의 마음을 대변하듯 신부복을 연상시켰다. 실루엣은 키우리가 선보이는 데일리 웨어 같은 감성을 지녔고, 그녀가 발렌티노에서 일하던 시절에 찾아볼 수 있던 조각상을 보는 듯했다. 아이보리 실크 크레이프 홀터넥 롱 드레스와 고깔이 달린 라메 모슬린으로 만든 백리스 드레스를 통해 그녀의 레퍼토리와 자신이 성장하며 꾸준히 지켜온 장인 정신에 대한 열정, 그녀의 뿌리가 이탈리아라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 어릴 때 보며 자라온 남부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이 죽어간다고 그녀는 말한다. 바로 이 이유로 그녀가 이번 컬렉션 같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패션이 계속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모두가 메타버스로 이주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그런 것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by Anders Christian Madsen
Jean Paul Gaultier
“확실히, 꾸뛰르 작품은 런웨이에 오르기 직전까지 손보게 되더라고요.” 그가 말하며 웃었다. “그래서 약간 스트레스를 받아요. 하지만 뭐 처음은 아니니까요. 저는 한 시즌을 위해서만 작업할 거예요. 그래서 이 패션 하우스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구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색다른 활동이 되었어요. 이것은 고티에를 기념하는 거죠. 저는 장 폴이 과거에 창조하던 여성과 밀접하게 지냈어요. 여신 같은 아름다움, 엉덩이, 그 무엇이든 간에, 그가 사랑하던 그 모든 드라마와 가까이한 거죠. 저는 그가 보여준 고티에의 상징적인 순간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통해 이번 컬렉션을 마련하고 있어요. 이 마리니에르. 그것은 바로 장 폴 그 자체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가짜 산호잎으로 그것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죠. 그 상징적 순간을 저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한 겁니다.” by Glenn Martens
Schiaparelli
“절벽 길을 운전하다 갑자기 도로를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 쓰는 프랑스어 표현이 있습니다. ‘L’appel du Vide’, 즉 ‘공허의 부름’이라는 말이죠. 방돔 광장의 살롱에서 궤도를 도는 듯한 드레스와 행성 같은 모습의 가방에 둘러싸이는 상황. 저에게 광활함이란 바로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공허함은 이 현실의 부재입니다. 우리는 이번 컬렉션을 작업하며 ‘스키아파렐리 행성’이라고 계속 말했습니다. 남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뭔가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 어떤 것과도 비슷하지 않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심호흡하고 말을 다듬어봅시다. 볼륨이나 칼라 없이 우리가 꾸뛰르로부터 받은 똑같은 감정적 반응을 사회 통념에 어긋나게 만들 방법은 뭘까요?’라고 말이죠.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그 현실이 지구를 넘어서기는 하지만요!” by Daniel Roseberry (VK)
- 포토그래퍼
- 목나정
- 패션 에디터
- 손은영
- 스타일리스트
- 샬롯 뇌블(Charlotte Neuwels)
- 모델
- 이정문(J Moon@Select), 아나스타샤 노바(Anastasia Nova@Select)
- 헤어
- 올리비에 르브룅(Olivier Lebrun@Call My Agent)
- 메이크업
- 메구미 이타노(Megumi Itano@Calliste)
- 프로덕션
- 배우리(Woori Bae)
- Courtesy of
- GettyImagesKorea
- Sponsored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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