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보그>가 재정의한 우리 시대의 몸
다양한 몸과 그 안에 깃든 정신. 한국, 일본, 대만, 태국, 싱가포르, 인도, 6개국 <보그>가 연합해 재정의한 우리 시대의 ‘몸’.
INDIA
보존 건축가 구르밋 상하 라이 Gurmeet Sangha Rai
당신의 몸 가운데 시간이 지나며 사랑하게 된 부분이 있나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코가 아닐까요. 웃을 때 주름이 지면서 넓어지고, 조금은 남성적인 면도 있죠. 저와 같은 코를 갖고 태어난 여동생은 항상 울기 전에 코를 벌름거렸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동생을 놀리면서도 제 코를 더 날씬하게 만들기 위해 잡아당기고 눌렀어요. 코를 가리고 웃는 건 다반사였고요. 시간이 지나 스무 살 때 코 핀을 하고 난 뒤에는 코를 덜 의식하게 됐어요. 인도에서 코를 장식하는 핀이나 링에는 많은 문화적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저는 늘 코걸이와 통제의 관계가 흥미롭다고 느꼈죠. 대학생이 되고, 인턴으로 근무하며 직무 경험을 쌓던 무렵에는 대학으로 돌아가 어떤 종착점에 다다른 기분을 느끼고 싶었어요. 그래서 보석상을 방문해 금과 다이아몬드로 된 조그만 핀으로 처음 코를 뚫었고, 세월이 지난 지금은 코에 있는 보석의 개수 또한 늘었죠. 코를 뚫으면 평생 동양인의 얼굴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친구의 말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요즘 여자아이들은 제 딸 아바니처럼 코를 뚫고, 검게 눈 화장을 하며, 자신의 코를 사랑할 줄 알죠. 조상의 전통에 자부심을 갖고, 그것을 본인만의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JAPAN
코미디언 유리양 레트리버 & 퍼포머 아오이 야마다 Yuriyan Retriever & Aoi Yamada
일본에서는 인형처럼 큰 눈, 마른 몸매가 아름답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기준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지 궁금하군요.
아오이 어릴 때는 작은 눈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눈이 사람들과 다른 특별함과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끝도 없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저 자신을 최대한 표현하고, 노출하려고 해요. 저를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요. 인형처럼 크지 않은 눈, 아톰처럼 납작하고 굴곡지지 않은 제 몸을 사랑해요. 예전의 저처럼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가진 여성들이 저를 보고 편안함을 느끼고, 본인들의 시선을 달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유리양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은 제게 “눈이 작아서 못생겼다” “살을 빼야 한다” “너는 매력이 없다” “눈썹 좀 다듬어라” 같은 말을 하곤 합니다. 저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할 뿐입니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죠. 관리함으로써 더 나은 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KOREA
수영 선수 정유인 Youin Jung
당신에게 ‘몸’은 어떤 의미인가요?
몸과 정신이 건강하다면 겉모습은 상관없어요. 자신이 만족한다면 모두 아름다운 몸이죠. 이전에는 사진을 찍으면 포토샵으로 팔과 허벅지 사이즈를 줄였어요. 그게 예쁜 줄 알았죠. 수영 선수로 활동하면서 근육이 크다는 이유로 보충제를 먹으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고요. 이제는 내 몸의 정직함을 알기에 그런 루머에 신경 쓰지 않아요. 내 몸은 내가 열심히 살아온 증거죠. 내 몸에서 사랑하는 근육은 광배근이에요. 이 근육은 수영할 때 지느러미처럼 중요한 부위죠. 저 역시 수영을 해왔기에 자연스레 광배근이 발달했죠. 다른 수영 선수에 비해서도 광배근과 어깨가 유난히 큰 편이라 ‘여자 마동석’이란 별명도 얻었어요. 광배근을 볼 때마다 지난 노력이 느껴져서 좋아요. 이젠 광배근을 드러내는 민소매의 타이트한 상의를 즐기죠.
SINGAPORE
방송인 프리티 나이르 Preeti Nair
당신의 문화에서는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다른 문화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몸의 일부가 있나요?
갈색 피부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데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의 미디어, 때로는 싱가포르에서조차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대부분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피부가 어두운 우리 소수 사람들의 몫은 아니죠.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해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누릴 자격이 있어요. 갈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그로 인해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부끄러움을 느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제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건 간단해요. 제 삶에 최선을 다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사람들도 점점 그렇게 바뀌어나갈 거라고 믿어요.
THAILAND
모델 앤칠리 스콧 케미스 Anchilee Scott-Kemmis
당신은 2021년 미스 유니버스에 참가해 고전적 미의 기준에 도전하는 온라인 캠페인, ‘#RealSizeBeauty’를 세상에 퍼뜨렸습니다. 다음 행보가 궁금하군요.
‘#RealSizeBeauty’ 캠페인은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축복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본인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몸매와 사이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예요. 여성이 본인의 몸을 온전히 포용할 수 있도록 캠페인 규모가 커져서 정말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너무 당연해서 감사 인사조차 건네지 않을 수 있는 상태까지 캠페인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모든 종류의 아름다움을 대변할 수 있는 마케팅 캠페인이 정착돼야 해요. 제 다음 목표는 청춘을 대변하는 연설가가 되는 겁니다. 소셜 미디어가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어요. 미의 기준은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니까요. 소셜 미디어에서 청춘들과 의견을 나누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고, 그들도 제 생각을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들이 곧 우리의 미래니까요.
TAIWAN
배우 에스더 리우 Esther Liu
당신은 틴 팝 듀오 출신 배우죠. ‘여성의 몸’이 가져다주는 부담이 때로 힘들진 않나요?
몸과 관련해 제 삶에는 많은 단계가 있었어요. 제가 틴 팝 듀오 ‘스위티(Sweety)’ 소속이었을 때 사람들은 종종 제 몸매에 대해 비판하곤 했죠. “몸무게가 어떻게 됩니까?” 심지어는 “임신했나요?”라는 식의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공인으로서 저는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건강한 몸매를 갖기 위해 엄청난 피와 땀, 눈물을 흘리며 운동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신도 건강해졌고요. 서른이라는 나이를 넘기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함을 느낍니다. 사회가 바뀐 것일 수도 있고, 제가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틀에서 벗어나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고, 세상에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습니다.
배우 유 핑 왕 & 유 슈안 왕 Yu-Ping Wang & Yu-Xuan Wang
‘몸’이란 당신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슈안 살과 장기로 이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이 담겨 있죠. 배우로서 그런 의미에서 몸은 아주 중요한 ‘캐리어(Carrier)’라고 생각합니다. 몸을 사용해 표현하고, 창조하고, 연기도 해내죠. 그러기 위해선 몸은 자유롭고 편안해야 해요. 내 몸은 오롯이 나의 것이고, 나만을 위해 존재합니다. 잘 대해주기만 한다면, 몸은 나를 자연스럽게 따르죠.
핑 각자의 몸은 고유의 언어와 역사가 있어요. 인생이라는 여정을 함께하는 하나의 서사라고 볼 수 있죠. 직업 특성상 몸을 사용할 일이 많기 때문에 매분 매초를 같이하는 팀메이트로 여겨요. 팀메이트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는 노화, 호르몬 등이 있죠. 발레의 파드되, 쌍무처럼 서로 이해해야만 합니다.
KOREA
배우 문숙 Moonsook
흰머리는 대표적인 노화의 표식입니다. 당신에게 ‘은발’이란 무슨 의미인가요?
제가 60세일 때, 그러니까 7~8년 전쯤엔 흰머리를 그대로 두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 한국 사람들은 누군가 괜찮은 롤모델이 있어야 어느 정도 위안을 얻는데, 자연스러운 흰머리는 저 혹은 강경화 전 장관이 그랬죠. 사람들이 흰머리에 관대해지기까지 적잖은 공격을 받았어요. “연예인이 이렇게 하고 다니면 되냐” “성의 없는 것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미용실 원장님들은 “그냥 오기만 해라, 공짜로 염색해주겠다”고 하더군요(웃음). 그럴 때마다 전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겼어요. 머리는 온전히 내 것이니까. 내가 괜찮으면 된 거지, 누군가의 의견에 흔들릴 필요 없죠. (VK)
- 에디터
- 송가혜, Maki Hashida, Yaka Matsumoto, 김나랑, Dana Koh, Jongkol Palarit & Tawan Konkaew, Nicole Lee, 이주현 & 백지수
- 포토그래퍼
- Avani Rai, Nobuko Baba, 윤송이, Alvin Tan, Nat Prakobsantisuk, Zhong Lin, Hedy Chang, 안주영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Megha Kapoor
- 글
- Akanksha Kamath, Rieko Shibazaki, Parisa Pichitmarn
- 헤어
- Kiran Denzongpa, Takayuki Shibata at Signo, 임안나, Mark Teng & Jane Lau, Banjaporn Kampab, Betty Yeh from Flux, Dennis Fei, 이혜영
- 메이크업
- Kiran Denzongpa, Yusuke Saeki at Beauty Direction, 김미정, Mark Teng & Jane Lau, Surapre Achirakul, Bella, Shin Tsai, 이지영
- 스타일리스트
- Jay Modi, Shizuka Yoshida, 남현지, Titi Chen, 김석원
- 뷰티 디렉터
- Alli Sim
- 프로덕션
- Rex Teo
- 번역
- Christin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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