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도슨트] 지금 가장 불편한 전시,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
21세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쟁 소식이 날아드는 지금, 아이 웨이웨이의 개인전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인간미래)>가 다시 보입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을 위해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하여.
아이 웨이웨이(Ai Weiwei)는 작품보다 소문을 통해 먼저 만난 미술가입니다. 2000년대 중반 전 세계 미술계는 금맥이라도 발견한 듯 중국 미술 시장과 미술계에 한꺼번에 몰려들었어요. 국내외 갤러리가 앞다투어 동아시아 미술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한 베이징의 문화 특구 ‘따산즈 798’에 지점을 냈다는 소식도 속속 들려올 정도였으니까요. 어쨌든 당시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중국 작가들의 작업실 방문이 유행이었던 한편 모마 같은 권위 있는 미술 기관 인사들의 베이징 투어에서는 아이 웨이웨이의 작업실이 일종의 코스였다 합니다. 아이 웨이웨이는 기념품 가게에 들르듯 자신을 찾아주는 이들을 별난 방식으로 환대했는데요, 몰래카메라로 투어 풍경을 죄다 도둑 촬영한 겁니다. 그러고는 후에 인터뷰에서 말했다죠. “나는 상상력도 없고, 기억력도 없어요. 그냥 순간순간 내키는 대로 해요. (중략) 신고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됐어요.”
4월 1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아이 웨이웨이의 개인전 <인간미래>는 이렇게 이미지가 더 강력한 문제적 미술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습니다. 해외 아트 페어의 부스에서, 광주 비엔날레 광장에서 단편적으로 작품을 보았지만, 이번에 선보이는 120여 점의 작품은 중국 당국에 저항한 반체제 미술가 혹은 행동가라는 사실에 압도된 아이 웨이웨이 본연의 언어를, 작업 세계를 생생하게 비춥니다. 그는 디자이너, 큐레이터, 시인, 블로거, 출판인, 건축가, 도시 계획가, 고대 중국 공예품 전문가, 수집가 등 스스로도 경계 없이 예술의 개념을 확장하고 심화했는데요. 그가 걷는 길, 순탄치도 않았지만 인플루언서로서 외롭지는 않았을 예술적 활약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는 아테네인도 아니요, 그리스인도 아니다. 나는 세계의 시민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되뇌는 작가의 목소리가 전시장 전체를 공명하는 듯합니다. 아이 웨이웨이의 존재감이야말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인 셈이죠.
‘인간미래’라는 전시 제목은 아이 웨이웨이 세계의 화두인 ‘인간’과 그의 예술이 향하는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결합한 겁니다. 인간의 실존과 난민의 존재, 인류의 존엄 같은 매우 본질적인 문제를 미술로 펼치죠. 물론 모든 권위 있는 것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태도, 값비싼 도자기를 현대미술이라는 명목으로 물감에 담그거나 깨뜨려버리는 행위, 난민들의 구명조끼를 연결해서 뱀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고, 이들의 옷을 재배열하는 방식 등이 ‘미술적으로’ 아주 새롭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보는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상기시키죠. 어느 인터뷰에서 본 그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생산적인 현실이다. 우리는 현실이지만 현실의 일부라는 것은 우리가 또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21세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전쟁 소식이 날마다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편 표현의 자유를 남용하거나 정말 말해야 할 것을 묵인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저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는 자유로운 영혼, 아이 웨이웨이는 미술가 이전에 한 인간의 마음으로 미술을 합니다. 그렇게 ‘불편한 진실’을 아름답게 보여주며 사유하게 만듭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정윤원(미술 애호가)
- 포토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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