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겐 손실을 피할 수 없다면
콜라겐 손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콜라겐 전쟁’. 2010년 아모레퍼시픽이 최초로 선보인 후, 화장품과 제약 회사를 비롯해 라면 전문 브랜드마저 ‘먹는 화장품’ 전쟁에 동참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콜라겐을 비롯한 ‘이너 뷰티’ 제품 시장 규모는 2011년 500억원에서 2019년 5,000억원으로, 8년 만에 10배 성장했다. 2020년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던 콜라겐 시장도 급성장했다. 콜라겐 보충제 제조업체는 피부 탄력과 수분 보충, 뼈와 손발톱 강화, 관절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시중에는 파우더, 알약, 크림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웰니스, 뷰티 커뮤니티를 아울러 가장 많이 찾는 보조 식품이 콜라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라겐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피부, 뼈, 근육, 힘줄, 인대 등 체내 전반의 결합조직을 형성하는 일등 공신. 이런 단백질을 깜찍한 핑크색 병에 담아 팔다니 찾는 사람이 많은 게 당연한 이치다.
놀랍게도 피부의 80%를 구성하는 게 바로 이 콜라겐이다. ‘엘라스틴’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단백질과 함께 우리의 피부를 탄력 있게 가꾼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나이 들면서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콜라겐의 양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그래서 피부과 전문의들은 우리 몸속의 콜라겐을 빗대어 ‘단백질로 이뤄진 피부 속 밧줄’이라 말한다. 어릴 땐 밧줄이 짱짱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양 끝이 닳아 없어지는 초라한 행색을 떠올려보라. 결국 우리 몸은 줄어드는 콜라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20대 중반부터 매년 몸속 콜라겐을 약 1%씩 잃어가는 셈이다. 말이 1%지, 피부는 점점 건조해진다. 여기에 자외선, 흡연, 대기오염이라는 삼중주가 더해지면 콜라겐이 무너지는 속도가 가공할 만한 수준으로 빨라진다. 그래서 우리 여자들은 물론 피부과 의사들조차 콜라겐 보충제라는 카테고리에 매력을 느낀다. 노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콜라겐이 줄어드니까. ‘가수분해 콜라겐’으로도 잘 알려진 ‘콜라겐 펩타이드’는 콜라겐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닌다. 똑같은 아미노산으로 만들었지만 체내에 더 쉽게 흡수되는 것이 강점. 콜라겐보다 콜라겐 펩타이드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길이가 짧아 혈류에 더 잘 흡수되고 그만큼 소화도 더 잘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충제가 흡수되는 양과 흡수된 아미노산이 각 기관에 도달해 생성해낼 수 있는 콜라겐의 양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의 사항이라면 보충제 라벨의 성분표를 꼼꼼하게 훑어보라는 것.
일부 연구에 따르면 콜라겐 보충제를 서너 달 이상 섭취하면 피부 탄력성이 좋아지고(즉 주름과 피붓결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의미!) 노화의 흔적이 줄어든다고 밝혀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콜라겐 섭취가 노화로 인해 약해진 뼈의 밀도를 높여주고 관절을 강화할 뿐 아니라 허리나 무릎 통증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대부분 소규모로 이뤄지고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의 지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편향된 연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긴 이르다. 최근 세계 피부과 학회지(Journal of Drugs in Dermatology)에 게재된 논문·문헌 검토에 따르면 이중맹검법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콜라겐을 섭취하면 피부 탄력, 콜라겐 밀도, 전반적인 수분 상태 등에 개선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으니까. 다수의 피부과 전문의들은 ‘소규모의 예비 연구’이긴 하지만 일련의 연구로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콜라겐 섭취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기도 하는데, 환자들이 눈에 띄는 피부 탄력 및 수분 개선 효과를 보았다고 증언한다. 자연 상태의 콜라겐처럼 분자 구조가 큰 경우엔 특히 체내 흡수가 어렵다. 하지만 분자 구조가 작은 콜라겐 펩타이드는 장의 장벽 안으로 비교적 쉽게 들어가 혈류에 흡수될 수 있다. 그러면 흡수한 콜라겐 펩타이드를 우리 몸이 콜라겐을 가장 필요로 하는 기관으로 보내는 것이 기본 원리다. 무언가 유행하면 늘 그렇듯이 뷰티와 웰니스 월드에서도 많은 기업이 발 빠르게 콜라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피부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는 명목 아래 알약, 파우더, 국소 크림, 젤리, 리퀴드 타입 등 그 종류도 무진하다. 국내에선 작은 병 안에 들어 있는 액상형이 대중적인 반면 해외에선 분말형이 인기다. 스무디, 커피, 물 등 아무 데나 타서 먹으면 그만인 편리성이 그 이유다. 콜라겐은 피부의 표피층보다 더 깊은 진피층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국소 크림을 바른다고 보충제 성분이 진피층까지 도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아무리 급해도 ‘식물성 콜라겐’이라고 적힌 제품은 믿고 거르자. 이런 제품은 콜라겐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데다 콜라겐 생성을 돕는다는 달콤한 유혹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전무하니 말이다.
올바른 섭취법을 묻는다면 운동과 마찬가지로 ‘꾸준함’이 필요충분조건. 콜라겐의 확실한 효과를 보려면, 특히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면 평생 콜라겐 보충제를 복용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콜라겐 분해 효소인 콜라게나아제(Collagenase)가 그 이유로, 인체에서는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가 생성된다. 그래서 콜라겐 보충제를 통해 피부, 뼈, 관절이 좋아지는 효과를 보려면 꾸준한 복용이 필수적이다. 단, 지금 내가 마시는 콜라겐이 100% 피부로 직접 전달된다는 절대적 믿음은 버리길.
희소식이라면 콜라겐 보충제의 경우 권장량을 섭취한다면 눈에 띄는 부작용은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마지막으로 자연이 주는 밥상만큼 효과적인 보약은 없다. 소 또는 돼지 유래 콜라겐과 해양 콜라겐의 경우 뼈와 가죽에 콜라겐이 가장 풍부한 만큼 사골 육수 요리야말로 콜라겐 완전체를 가장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메뉴란 말씀.
콜라겐 섭취에 대해서는 늘 의견이 엇갈렸다. 여전히 일부 피부 전문가들은 그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더 혁신적인 제조법이 등장하면서 전문가들은 피부뿐 아니라 모발과 손발톱 건강에 콜라겐 섭취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규칙적인 라이프스타일은 기본, 충분한 임상 연구를 통해 완성한 믿음직한 제품의 힘을 빌리는 것만이 안티에이징의 정공법이라는 걸 말이다. 먹느냐, 마느냐! 이제 그것이 문제다. (VK)
추천기사
-
웰니스
해외에서는 지금 '땅콩버터' 대신 '아몬드버터?!'
2024.12.07by 장성실, Jeanne Ballion
-
웰니스
피부와 치아 그리고 두뇌 건강에도 좋은 달콤한 ‘이 과일’
2024.12.14by 김초롱, Ana Morales
-
뷰티 트렌드
눈동자 색을 내 마음대로 바꾸는 안약?
2024.12.10by 김초롱
-
뷰티 화보
파티 뷰티! 2024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 8
2024.12.10by VOGUE
-
아트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2024.12.09by 오기쁨
-
셀럽 뉴스
화려하게 막 내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2024.12.10by 오기쁨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