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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에 빠지는 심리적, 과학적 근거

2023.02.20

점성술에 빠지는 심리적, 과학적 근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별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 과학의 시대에, 도대체 왜?

최근 점성술이 점점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별의 안내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다. 오늘의 운세 앱과 밈부터 점성술 인플루언서, 별자리에 따라 옷 입는 법까지, 점성술은 그야말로 대세가 되어 대중문화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인스타그램 시대의 점성술

점성술은 천체와 그 움직임에 관한 학문으로 인간의 행동과 세상의 사건을 예측하는 용도로 활용해왔다. “역사적 패턴을 종합해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죠.” 유명 점성술사이자 DJ, 타로 카드 리더(Reader)로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점성술 인플루언서 마리사 말릭(Marissa Malik)이 말했다. “고도로 개별화된 통찰을 개인의 삶에 적용해 우리가 현재 걷는 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점성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소셜 미디어다. 예전보다 비교적 어린 나이대의 대중이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인스타그램 @NotAllGeminis, @Trashbag_Astrology, @TheZodiacsTea 등 유명 밈 계정은 간단하고 위트 있는 콘텐츠로 인간 행동에 관한 통찰을 제시한다. 시그널이 주는 고정관념을 활용하고 데이트, 워라밸, 감정 기복 등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테마를 다룬다.

AI 기반 ‘코-스타(Co-Star)’와 ‘생추어리(Sanctuary)’부터 패션계가 사랑하는 점성술사 수잔 밀러(Susan Miller), 그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아스트롤로지 존(Astrology Zone)’까지, 점성술 앱 역시 넘쳐흐른다. 이제 맞춤 별자리와 실시간 생년월일 도표 해석이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진 것이다. 생추어리는 스스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2019년에 탄생했다. <보그>와 인터뷰에서 생추어리 설립자이자 CEO 로스 클라크(Ross Clark)는 이렇게 말했다. “점성술은 수학을 바탕으로 한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바로 당신에 관한 이야기라는 거죠. 해답과 지혜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점성술사와 연결될 수 있는 빠르고 모던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생추어리에서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주제는 바로 우리 모두 그렇듯 사랑, 관계, 일에 관한 것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많은 사람이 미래를 명확하게 내다보고 싶어 했고, 그 결과 실시간 수요가 폭발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한 해를 살면서, 사람들은 진지한 안내와 가벼운 심심풀이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을 찾아 신비주의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우주의 신호를 찾아서

근현대 점성술의 역사는 19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별자리 칼럼이 <브리튼스 선데이 익스프레스(Britain’s Sunday Express)>에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2022년 점성술에 대한 관심은 그에 못지않게 높다. 당시 그 칼럼은 주식시장 붕괴로 재산을 잃고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이 이끌어줄 누군가를 찾는 분위기에서 탄생했고, 그로부터 90여 년이 지난 지금, 팬데믹의 여파로 사람들은 명확한 답을 열렬히 찾아다니게 되었다.

벨기에 겐트대학교의 종교 인류학자 수잔나 크록포드 박사(Dr. Susannah Crockford)에 따르면 점성술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 불안감이 가중될수록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런 시기에는 거대한 어떤 것, 때로는 미지의 힘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종교에 대한 무관심은 점점 커지고 젊은 세대는 그 대안으로 의지할 만한 대상을 찾고 있다.

“지난 5년간 사람들은 불안감에 대한 해결책으로 떠오른 뉴 에이지 영성을 따랐죠. 뉴 에이지 영성은 셀프케어와 웰니스 열풍 초기에 생겨났습니다.” 소비자 행동 예측 전문 기업 WGSN의 수석 인사이트 전략가 사라 오웬(Sarah Owen)은 이렇게 회고했다. 수년간 발생한 점성술과 타로, 숫자 점에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은 시기적으로 힘들 때 자주 나타난다는 설명 또한 덧붙였다.

2016년에는 실로 그랬다. 진실과 허구를 분간해내는 능력의 부족으로 많은 이가 영적 안내를 구하러 다니는, 이른바 ‘탈진실(Post-truth, 사실보다 감정 호소가 더 통하는 현상)’ 시대에 점성술에 대한 관심이 점점 고조된 것이다. 2018년 미국 국민 중 37%의 여성과 20%의 남성이 예언을 믿는다고 답하며 점성술은 임계점에 이르렀다.

핵심은 지난 12개월 동안 전례 없는 상황을 겪은 많은 젊은이들이 이 생경한 나날에 대한 설명을 점성술에 바라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거다. 크록포드 박사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자기 자신은 물론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걱정하며 온라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점성술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일 수 있죠.”

사이비 과학이냐, 과학이냐

하지만 다소 역설적이다. ‘과학을 따르고’ 가짜 뉴스는 무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시대에, 왜 우리는 정작 거의 종잡을 수 없는 무언가를 그렇게 열렬히 환영하는 것일까?

문화 전략 에이전시 ‘플라밍고(Flamingo)’의 사회 과학자 카렌 코레이아 다 실바 박사(Dr. Karen Correia da Silva)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인과적 불확실성’의 시기를 야기했다고 한다. 이는 전염병, 자연재해, 정치권의 지각변동과 같은 거대한 글로벌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 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이런 시기에는 사람들이 상황을 이해하려는 마음에 정보를 찾아 헤맨다. 냉철한 과학적 사실 대신 추상적 메시지, 계측 불가능하더라도 믿음, 사랑, 미래에 관한 거대한 사상에서 위안을 찾곤 한다. “하나의 지식 체계로 여겨질 만큼 충분한 짜임새, 동시에 사람들이 자신만의 현실에 맞게 상상하고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가변적인 추상성이 깃들어 있죠.” 코레이아 다 실바 박사의 설명은 점성술이 어쩌면 보이는 것만큼 그렇게 비이성적인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W.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1953년 자신의 책 <The Stars Down To Earth>에서 성좌 지도, 점성술표, 행성 움직임의 정밀 계산을 활용해 ‘초자연적 용어 대신 실증적 용어’로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점성술은 ‘분명한 실제’로서 새 생명을 얻었다고 적었다.

다른 믿음 체계와 마찬가지로, 점성술 역시 극단으로 치닫거나 독단의 형태로 변모할 때 문제가 된다. 그러나 요즘의 밈 포맷과 스마트폰 서비스를 보면 점성술이 재미있고 가볍게 자기 성찰과 분석을 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과 같은 자가 격리의 시대에 흥미로운 대화 주제가 될 수 있는 동시에, 크록포드 박사의 말처럼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인식론적 학습법 중 하나”가 될 가능성 또한 지닌다.

결국 자기 관리, 자기 계발, 자기 인식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점점 더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은 단언컨대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자기 통찰을 넘어, 점성술은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광대하고 다각적인 동시에 우리가 서로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기억하게 하며,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삶에 대한 더없이 중요한 관점을 선사한다. 말릭이 이야기했듯 말이다. “점성술은 우리 모두 기본적으로 동일한 요소로 탄생했기에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동시에, 각자가 놀랍도록 독특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줍니다.”

    Clementine Prendergast
    사진
    Unsplash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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