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화보
〈보그〉가이시대 최고의 패셔너블 뮤직 아이콘 ‘빅뱅’ 을 만나 오마주 혹은 패러디 하고 싶은 인물은 누구냐고 물었다.돌아온 대답은 롤링 스톤즈, 마이클 잭슨,엘비스 프레슬리, 밥딜런, 안드레 3000,저스틴 팀버레이크. 그리하여 탄생한,음악적 재능만큼이나 스타일의 실험정신으로 충만한 다섯 남자의 패셔너블 뮤직신!
the rolling stones by BIGBANG
빅뱅이 오마주한 전설의 록 그룹 ‘롤링 스톤즈’.
〈보그〉와 빅뱅이 이제서야 만났다. 옷차림에서부터 그루브를 풍기는 다섯 남자들, 음악과 패션과 개성의 3박자로 2008년 한해를 자신들의 해로 만들어버린 빅뱅과〈보그〉의 만남은 전혀 생경할 것 없는 일이다. 물론, 보통의 촬영과는 다른 흥미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다섯 남자들에게 제안했다. 빅뱅의 이름으로 빅뱅이 아닌 다른 뮤지션들의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각자가 좋아하는 뮤직 아이콘으로 변신해 보는시간 말이다. 팬츠 하나만으로도 무대 위에서 빛이 나는 이들의‘넘치는 간지’가 방사형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보그〉는 멍석을 깔아준다. 그럼 빅뱅은그 위에서 신나게 놀면 되는 거다. 촬영 D-day,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오가 될 무렵 스튜디오에 등장한 빅뱅은 왁자지껄하게 입장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조용히 문을 열었다. 빈티지 가죽 재킷을 입은 승리, 꽃분홍색 털모자를 쓴 지 드래곤이 먼저보였다. 2008년 대한민국 음악 신의 주인공은 바로 이들이었다. 기획사에서 입혀주는 옷과 쥐어주는 음악으로 연명하고 있는 아이돌이란 인상은 적어도 빅뱅에겐 없다. 대신 그들은 입고 등장하는 옷만 봐도 음악이 들리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빅뱅 스타일’이라고 검색하면 무수한 쇼핑몰과 웹문서가 뜨게 만든, 그리고 후발 아이돌 그룹의 스타일에 어떤 기준을 던져준 빅뱅의 힘! “그건 인지도 때문인 것 같아요. 저희가 이제 좀 알려졌으니까, 알려진 사람이 입은 옷들은 더 이슈가 되잖아요. 이번에 일본에 갔을 때도 그랬고 외국에 나가면 쇼핑을 많이 해요. 국내 편집매장에서도요. 쇼핑하는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아요. 우리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일을 하잖아요. 그렇다면 아낌없이 투자해야 하죠.”‘오늘의 언변상’을 안겨주고 싶은 승리의 멘트다.아무도 종용하지 않았는데, 빅뱅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촬영 준비에 돌입했다. 재킷을 벗기도 전에 5명 중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으니까.“어떤 멤버부터 시작하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끝에 촬영 시간은‘겨우’7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적지 않은 스태프들이 오전부터 준비를 시작한 걸 감안하면, 총 10시간이 소요됐다. 뭐, 이 정도쯤이야! 콘서트를 하러 일본에 가야 했던 빅뱅에게〈보그〉가 처음 프러포즈를 한 때부터 빅뱅의‘틈새 시간’을 찾기 위해 기다려온 시간,〈보그〉의 제안에 흥미를 느낀빅뱅이 고민을 거듭하여 오마주하거나 패러디할 뮤지션을 각자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따라 진행된 수많은 미팅과 사전준비에 들인 시간을 생각해보면,10시간은 약과다.
이제 빅뱅이 보여줄 다양한 뮤지션들의 얼굴은 시대와 인종과 장르를 초월한다. 터프한 탑은 고독한 음유시인 밥 딜런으로, 임팩트 있는 솔로 무대를 선보인 바 있는 태양은 퍼포먼스의 황제 마이클 잭슨으로, 웃어야 사는 남자대성은 퍼포먼스가 뭔지 최초로 보여준 엘비스 프레슬리로 변신한다. 나머지 2명은 21세기 무대로 넘어온다. 이제 스무 살을 맞은 승리는 소년에서 남자가 된 저스틴 팀버레이크로‘, 간지용’지 드래곤은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만들어낸‘아웃캐스트’의 흑인 래퍼 안드레 3000이 된다.
좁은 스튜디오 안에 족히 30명은 넘는 사람들이 가득 찼다. 오늘의 주인공들, 솜씨 좋게 분업을 해갈 스태프들, 그밖에 이런저런 이유로 발걸음을 한 사람들까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몇 개의 행어들이 ㄱ자로, 또 일렬로 자리 잡았다. 패션에디터와 스타일리스트는 상의와 하의, 액세서리와 신발 등을 조합했을 때가장 흡족하게 매치되는 베스트 착장을 한 벌씩 고르고, 여분의 착장까지 골라놓는 행위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오늘 멤버들은 각각 개인 컷을 위해 한벌, 단체 컷을 위해 두 벌을 입는다. 멤버들의 수, 촬영할 컷의 수, 오늘 등장하는 컨셉의 가짓수 등을 고려해 보면 갖가지 아이템들을 조합했을 때 나올수 있는 경우의 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메이크업과 헤어 손질이 두 시간 이상 이어졌다.“어떤 멤버부터 시작하죠?”에 대한 답은 이렇다.“먼저 준비를 마친 멤버부터.”
1번 타자는 탑이다. 그는 록에 언어를 불어넣은 음유시인,60년대의 밥 딜런이 되었다(탑은 영화 〈아임 낫 데어〉를 DVD로 보다가 스케줄에 쫓겨 끝까지 보지 못하고 나가야만 했다는 안타까운 일화를 갖고 있다).“노토리어스 B.I.G.를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힙합 음악을 주로 들었어요. 그러면서 차츰 컨트리 음악이나 올드팝으로 조금씩 넓혀갔는데, 요즘엔 옛날 음악이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밥 딜런은 물론 뮤지션으로서도 훌륭하지만 사람이 매력 있어요. 고독하고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 그게 재밌을 것 같기도 했고요.”엘비스 프레슬리나 롤링 스톤즈가 록의 외양이라면, 밥 딜런은 내면이다. 동시대의 뮤지션들이 음악 외적으로도 향유될수 있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보여준 것에 비해, 밥 딜런은 그저 내추럴한 사람이었다. 시대의 상징이었던 통기타가 그의 유일한 액세서리였다고 할까? 가늘게 웨이브진 머리를 양손으로 익살스럽게 털며 유쾌하게 굴던 탑은 그러나 오늘의 모델 중 가장 다운된 분위기를 연출해야 했다. 빅뱅의 터프가이는 스터드가 박힌 화려한 액세서리 대신 다크 브라운 컬러의 코트와 가죽베스트, 그리고 담배 연기로 고독한 뮤지션이 되었다.
다음 차례는 승리다. 다른 멤버들과 달리, 승리는 웬만하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지 않는다. 몇 달 전 빅뱅이〈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했을 때,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이 됐을 것 같냐는 질문에 승리는 힘차게 대답했다.“전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됐을 겁니다!”빅뱅 멤버로 확정되기 직전,‘막내다운 싱그러움’을 공약으로 내건 승리답다. 스튜디오 안에서 걸어 다닐때도 그냥 걷는 법이 없다. 1분에 한번 꼴로 관절을 튕겨주거나 몸에 웨이브를 주며 이동한다. 스튜디오에 흐르는 음악을 바꾸기 위해서 아이팟의 휠을이리저리 돌리던 승리는 결국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피처링한 마돈나의‘4Minutes’를 클릭했다.“태어나서 처음으로 반하게 된 뮤지션이 저스틴 팀버레이크예요. 저스틴은 식상한 걸 싫어해요. 음악이든 무대든, 늘 새로운 걸 만들어내려고 하죠. 그의 댄서 중 한 명이 서울에 와서 우리 댄서팀과 만난적이 있는데, 저스틴은 그 정도 스타인데도 그렇게 연습벌레고 노력파래요.”명민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흥망의 기로에 선 보이밴드에서 살아남아 사람들의 우려를 날려버린 솔로로, 그리고 팝계의 톱으로 우뚝 섰다. 2009 뉴욕 패션 위크에선‘William Rast’란 브랜드를 발표하며 디자이너로 변신하기도했다. 키가 작다는 맹점을 가진 그는 치렁치렁한 패션 대신 정장에 하이톱 같은 운동화를 신고 무대 위에 오른다.“사실 저스틴의 패션은 늘 같아요. 그냥 쓰리 피스 룩에 운동화. 심플해요. 그런데 저스틴의 무대를 보면 에너지가 넘쳐서 반할 수밖에 없어요. 사귀는 여자친구들도 하나같이 다 예쁘고….”스무살의 승리에게 저스틴은 성공적인 뮤지션이기도 하거니와 능력 있는 남자다. 카메라 앞에 선 승리는 저스틴처럼‘건들건들’거리며 가볍게 몸을 흔들다가, 저스틴보다 더 파워풀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다이내믹한 촬영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발밑의 디스코볼을 박살내버리며, 통쾌하게 마무리!
승리가 다음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대기실로 갈 때쯤, 단정하지만 유쾌한 컬러로 포인트를 준 흑인 한 명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샤를리즈 테론과 스튜어트 타운센트 커플이 편애하는 래퍼이자, 이제 막 존 레전드의 앨범에 피처링을 해주고 날아온 아웃캐스트의 멤버 안드레 3000! 폐활량이 약한 사람은 듣다가 숨 넘어갈 정도로 속사포 같은 랩을 구사하는 아웃캐스트, 그 두멤버 중에서도 독특한 보이스로 랩보다 보컬을 선보이는 인물이다. 국내 매장에선 볼 수 없는 색상의 파운데이션, 섬세하게 제작된 수염이 귀엽게 잘생긴 지 드래곤의 얼굴을 덮어버렸다.“누구세요?”소리가 절로 나온다.“자기곡뿐만 아니라 다른 가수들에게 주는 곡을 봐도 재능 있는 프로듀서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참 재미있는 인물이에요. 아웃캐스트 음반을 통해 처음 알게 됐을 때, 음악도 음악이지만 스타일 때문에 좀 끌렸어요. 안드레 3000은 흑인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시도들을 하는 편이에요. 색을 믹스한다든가, 클래식하면서도 굉장히 장난꾸러기 같은 스타일링을 해요. 어떻게 보면 광대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제가 한번도 안 해본 스타일이라서 한번쯤 그가 돼보고 싶었어요.”미국의 힙합 뮤지션들은 강남 사모님들을 놀래킬 정도의 큼지막한 알반지와 번쩍번쩍 빛나는 화려한 액세서리로 위용을 과시한다. 안드레 3000은 핑크색 셔츠나 원색의 니트, 패턴 등으로 의상에 강약을주면서 개성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놀이동산의 아르바이트생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과감한 컬러와 디자인의 의상을 즐겨 입는 그가 전혀 촌스럽지 않은이유는, 어떻게 입든‘댄디함’이라는 룰을 지킬 줄 알기 때문이다. 더티 스타일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남부 힙합의 자존심이 무릎까지 오는 소세지 바지 밑으로 형광색 양말을 소화해내는 모습이라니! 지 드래곤은 익살스러운안드레 3000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제스처를 살려냈다. 진짜 안드레 3000보다 훨씬 깜찍한 안드레 3000, 지 드래곤!
갑자기 스튜디오 안이 어수선해졌다. 예정된 모델은 5명뿐인데, 빅뱅보다 더 환영을 받으며 등장한 손님이 있다. 바로 태양의 애견인 ‘보스’. 아까부터 “언제 와?”하며 태양이 기다리던 보스턴테일종 강아지 보스 덕분에 지루한 메이크업 시간이 조금은 활기를 띠게 됐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다가 소리 소문 없이‘실례’를 하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오늘의 조연급 엑스트라다. 그 사이 테이블 위에는 유기농 메뉴를 전문으로 하는 마켓오에서 다섯 남자들의 선물로 준비해온 스낵 바구니와 케이터링 음식이 쫙 깔려 있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이브 생 로랑에서는 로고가 프린트돼 있는 티셔츠 5벌을 역시 선물로 들고 왔다. 먹어보세요, 입어보세요, CD에 사인해 주세요…. 말수가 거의 없는 지 드래곤, 말보다 표정으로 드러내는 탑, 조근조근 말하는 태양, 졸면서 메이크업을 받는 대성의 모습이 무색하게 공기 중엔 여러 말들이 떠다녔다. 아, 승리는 저쪽에서 음악에 취해 있다.스튜디오의 한켠이 어두워졌다. 연무기에서는 스모그가 뿜어져 나왔다.이순간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마이클 잭슨의 ‘Beat It’.이어서 태양의 미니 무대, 아니 마이클 잭슨의 짤막한 공연이 이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 스태프들이 웅성거렸다.“닮았다!”마이클 잭슨은‘Beat It’이나‘BillieJean’을 부를 땐 라이더 재킷과 화려한 견장이 많이 장식된 터프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그리고‘Dangerous’나‘Smooth Criminal’에서처럼 올 블랙, 올화이트의 턱시도에 중절모를 쓴 심플한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가죽 장갑을 끼고 보잉 선글라스를 쓴 태양은 80년대의 마이클 잭슨이다. 근육질의 태양과 슬림한 마이클 잭슨은 외형부터 너무나 다른데도, 영락없이 마이클잭슨 같아 보이는 태양이 앞에 서 있다(평론가들에게 2008년 음악계를 정리하는 질문들을 던진〈보그〉12월호의‘누가누가 잘했나’란 크리틱 기사에서, 응답한 평론가 중 한 명은 가장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준 가수로 태양을 꼽았다. 그리고 다른 두 명은 빅뱅이라고 대답했다).
승리가 카메라 앞에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춤췄다면, 태양은 마이클 잭슨이 보여준 안무의 포인트를 짚어 임팩트 있는 포즈를 취했다. 재미있는 건, 카메라 셔터 소리에 맞춰 팝핀을 하듯이 포즈를 취한다는 것. 보통의 촬영에서는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모델들이 천천히 움직이면 사진작가가 순발력 있게 찰나의 순간을 담는다. 그러나 퍼포먼스와 리듬 타는 일에 능한 이 춤꾼은 일정하게 터지는 셔터 소리에 맞춰 일정한 연속동작을 선보였다. 찰칵, 찰칵,소리가 터질 때마다 태양의 팔이 이루는 각은 15도, 90도, 150도, 일정한 박자를 타며 변화했다.“마이클 잭슨은 완벽한 무대를 연출해낸 최초의 가수라고 할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에 와서 공연한 모습을 방송으로 봤을 때, 충격적이었어요. 그 완벽한 퍼포먼스와 특유의 끼는 누구도 못 따라갈 것 같아요.”정지된 이미지를 담기 위한 촬영임에도 매 동작마다 긴장하며 자신의 뮤직 아이콘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하는 태양. 솔로곡 ‘나만 바라봐’로 잘 짜인 안무를 보여준 태양답다.
태양이 땀을 흘릴 동안 대성이는 의자에 앉아서 계속 눈을 감고 있다. 지칠 만도 하다. 장한 대성, ‘오늘의 최장 분장 시간’을 기록한 주인공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신경 안 쓴 듯 신경 쓴 파마’와 구레나룻을 연출하기 위해, 대성은 장장 4시간을 의자에 앉아 보냈다. 사실 대성의 엘비스 프레슬리는〈보그〉에서 먼저 제안했다. 처음으로 무대 위에서 제대로 몸을 흔들기 시작한 가수, 듣는 시대를 넘어 보는 시대의 문을 연 엘비스 프레슬리는 분명 시대의 풍운아다. 대성이 지닌 유쾌한 기운이라면, 그리고 대성이‘날 봐 귀순’을 부르며 보여줬던 걸쭉한 무대 매너라면, 능글맞을 정도로 쇼에 능했던 엘비스 프레슬리와 연관 지을 수 있지 않을까?“음, 엘비스 프레슬리는 지금 듣기에도 전혀 손색없는 음악을 남겼다는 점이 부러워요. 아직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파워풀한 아티스트라는 점도 부럽고요. 제가 지금 뮤지컬〈캣츠〉에 출연중인데, 마침 제가 맡은 역할이 엘비스 프레슬리를 뮤즈로 삼는 캐릭터예요.”대성은 블랙 턱시도 재킷과 화이트 팬츠로 왕년의 엘비스보단비교적 얌전하게 차려입었다. 대신 목에 건 하와이언 플라워 네크리스와 실크 스카프가 포인트. 대성이 엘비스 프레슬리로 분해 맘껏 놀 수 있도록, 뒷배경에 반짝이는 발을 치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었다. 4시간 동안 졸린 고양이처럼 얌전했던 대성은 촬영이 시작되자 판을 만난 대중가수가 되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이제 빅뱅은 이들이 사랑하는 마지막 아이콘으로의 변신만을 남겨둔 상태. “와, 진짜 감동적이었어요. 보고 나서 멤버들이랑 말했어요, 우리도 나이 들어서까지 저렇게 살자고.”“다큐멘터리라서 보통영화처럼 재밌지는 않아요. 그런데 느껴지는 게 있어요. 초창기 때부터의 모습이 다 나오거든요? 그들이 젊었을 때 ‘우리가 몇십 년 후엔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말하는 모습이 나오면, 바로 다음에 현재의 장면이 나오는 식으로 과거와 현재가 보여져요. 백스테이지에서의 모습도 흥미롭고….”롤링 스톤즈의 무대와 삶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아낸〈샤인 어 라이트〉얘기다. 빅뱅은 회사 사람들과 이 작품을 단체로 관람했다. 세월이 흘러도 열정만은 변치않는 할아버지 래퍼의 얘기였다면 빅뱅이 더 열광했을 수도 있겠지만, 40년이 넘도록 왕성하게 활동한 선배 가수의 역사는 장르를 불문하고 후배들의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빅뱅은 그들이 단체로 오마주하고픈 아티스트로자신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롤링 스톤즈를 선택했다.록과 패션은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롤링 스톤즈는 당시 말쑥한 헤어와정장 차림으로 모즈룩을 유행시킨 비틀즈를 의식해 정반대의 히피 스타일을 선보인 이들이다. 기꺼이 악동이 되길 자처했던 다섯 남자들로 변신하기 위해 필요한 건, 사정없이 화끈한 스타일링! 탑과 태양과 대성은 롤링 스톤즈의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론 우드와 브라이언 존스, 드러머 찰리 워츠처럼 모피로 상체를 과장하고, 머리를 부풀린 뒤 헝클어뜨리고, 레드 팬츠에 가죽 부츠를 매치했다. 승리는 복고풍의 볼륨감 있는 헤어로 믹 재거를 상기시켰다. 니하이 부츠를 신은 지 드래곤은 키스 리차드처럼 기타를 치는 퍼포먼스를 흉내 냈다.“모피 모자를 뺄까? 쓸까? 가발을 벗고 써볼까?” 계속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거울을 보는 지 드래곤 앞에서 스태프들은 그의 머리를 다시 손질해본다. 평상시에도 아이펜슬로 한번 그린 듯한 탑의 눈은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더욱 부리부리해졌다. 롤링 스톤즈의 상징인 붉은 입술이 프린트된 티셔츠, 거친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키우는 가죽 장갑은 이번 컷에 필요한 필수 아이템이다. 끈적끈적하고 지저분한 음악, 불량, 퇴폐, 반항을 내세우는 5명의 패셔너블한 로커들. 진한 메이크업으로 매끈한 본래의 얼굴을 가려버린 빅뱅을 보니, 롤링 스톤즈가 한창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60~70년대가 떠올랐다. 하긴〈뉴스위크〉지와 영국의〈뉴스 오브 더 월드〉지는 이런 기사를 내보냈다.“포르노 같은 가사에 젖어 있는 심술궂은 무리들” “당신의 딸이 롤링 스톤즈와 놀러 나가는 것을 허락하겠는가?”
물론 롤링 스톤즈가 들려주는 음악과 빅뱅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성질이 다르지만, ‘자신들의 음악에 주도권을 행사하는’ 빅뱅의 이미지는 이 선배 록 뮤지션들의것과 닮은 데가 있다. 승리는‘이미 알려진 얼굴들이기 때문에 뭘 입어도 이슈가 된다’고 했지만, 무슨 말씀. 알려진 사람이 입은 옷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 패션에 반응하는 건 아니다.‘2009 빅뱅의 룩’은 ‘따로 또 같이’ 선보이며 외연을 넓혀갈 예정이다. 승리는 2집에 수록된 솔로곡으로, 태양도 가을께 솔로 앨범으로 활동할 계획이고, 지 드래곤은 늘 그랬듯 작곡을 이어가며, 탑은 드라마에 출연한다. 대성은 다들 아시다시피〈패밀리가 떴다〉가 워낙 잘나가는중이므로,TV를 통해 계속‘눈웃음’을 날려줄 것이다.〈샤인 어 라이트〉의 그들처럼 오랜 세월 그렇게 음악을 하면 좋겠다는 빅뱅의 바람이 이뤄진다면, 언젠가는 후배 가수들이 또 빅뱅을 아이콘 삼아 오마주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brian jones & charles watts & ron wood by 태양 & 대성 &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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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지아, 권은경
- 포토그래퍼
- 이건호
- 스탭
- Stylist| 정윤기(Y.K. Jung, 인트렌드), 스타일리스트/최아름, 헤어/황지희, 메이크업/손대식(미소로플레이스, 부르조아), 세트 스타일리스트/이현민(슈가홈)
- 브랜드
- 이브 생 로랑, 존 바바토스, 눌, 제니 퍼 , 송지오 옴므, 사바티에, 닥터 데님, 에르메스, 앤 드멀미스터, 웨이브, 돌체 앤 가바나, 스위트 리벤지, 구찌, 스웨어 런던, 폴 스미스, 란스미어, 디스퀘어드2, 무이, 팀 해밀턴, 디올 옴므, 샤넬 옴므, 레이밴, 타임 옴므, 폴로 랄프 로렌, 존 갈리아노, 오브제, 산드로, 마르탱 마르지엘라 , 조르지오 아르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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