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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거펠트의 마지막 프로젝트

2022.04.04

칼 라거펠트의 마지막 프로젝트

지난 2월 19일은 칼 라거펠트의 3주기였다. 크리용 호텔에서 칼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칼 라거펠트와 건축가 알린 아스마르 담만이 협업해 리노베이션한 크리용 호텔. 프랑스 왕실의 느낌을 더하고자 했다.

건축가 알린 아스마르 담만(Aline Asmar d’Amman)은 크리용 호텔을 제안 받았을 때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알린은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한 도나 조반넬리 궁전과 레바논 양식 건물의 리노베이션을 감독하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이 건축가가 라거펠트와의 즐거웠던 만남을 풀어놓았다.

칼 라거펠트는 돌아가신 그날까지 바쁜 분이었죠. 크리용 호텔 리노베이션을 함께 하자고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활용한 방법을 꺼냈죠. 펜을 잡고 편지를 썼어요. 편지를 들고 7L 서점에 갔어요. 그곳은 칼의 전용 서재이기도 하지만, 큰 스튜디오이기도 해요. 당시 점장인 뱅상에게 얘기해서 편지를 책상에 두라고 얘기했는데, 후에 연락 와서 잘되진 않았다고 얘기해주더군요.

그 다음엔 무슨 일이 있었죠?

바로 다음 날 전화가 울렸죠. 처음에는 모르는 번호라 받지 않자 라거펠트가 메시지를 남겼어요. 30분 있다가 전화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정확히 30분이 지나자 다시 전화가 울렸어요.

어떤 대화였는지 기억하시나요?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죠. 편지를 줘서 고맙고, 프로젝트가 흥미롭다고 하더군요. 시인 말라파르테가 전에 크리용 호텔을 두고 “오늘날 파리의 정점”이라고 표현한 것을 인용했는데, 뭔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어떤 식으로 협업을 진행했나요?

처음부터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어요. 호텔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빠르고 정확하게 아이디어를 내서 인상적이었죠. 그도 근본적으로 건축가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건설 현장의 냄새를 좋아한다고도 했고요.

라거펠트는 어떤 계획으로 리노베이션할 생각이었나요?

스위트룸을 두 개 만들고 싶어 했죠. 그 방을 ‘레 그랑 아파트망(Les Grands Appartements)’이라고 불렀는데, 베르사유 궁전의 왕실 아파트 같은 곳이죠. 이 방은 호텔 4층에 있어서, 콩코르드 광장의 멋진 경관을 즐길 수 있어요. 첫 현장 미팅에 방 출입구를 병렬로 만들어서 경치를 만끽할 수 있게 하자고 했죠. 방에서 그랑 팔레도 볼 수 있는데, 칼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죠.

크리용 호텔을 다시 완성하는 데 얼마만큼 걸렸나요?

5년이요. 말했다시피 대부분 아주 빨리 결정했는데도 말이죠. 벽의 식물 장식 같은 경우, 칼 라거펠트가 샤토 드 크레시(Château de Crécy)에서 영감을 받았죠. 이 샤토는 프랑스 대혁명 때 무너졌는데, 문서로 정리돼 있었어요. 가구는 회색 벨벳으로 만들고 싶어 했어요. 칼이 파리 특유의 회색빛 하늘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이죠. 정확히 “파리라는 연못의 회색빛”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아늑한 침실. 디자인을 위해 칼과 알린은 스케치가 담긴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칼의 상징인 흑백을 기본으로 한 대리석 욕실.

작업 중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문제도 있었나요?

한두 가지 있었죠. 예를 들면, 칼은 특별한 양각 프린트의 벨벳을 쓰고 싶어 했거든요. 그런데 파리에 제작할 수 있는 장인이 딱 한 명인 데다, 옛날에 패턴을 너무 많이 써서 더 이상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거예요. 결국 어떻게든 완성해냈죠. 아마 칼은 저의 그런 점을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제 사전에 ‘안돼’는 없거든요.

이어서 ‘아키텍처스(Architectures)’라는 두 번째 협업을 했죠. 어떻게 하게 됐나요?

5년을 함께 일했지만 여전히 프로젝트를 끝마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칼이 대리석 가구를 디자인했고, 제가 프로덕션을 담당했죠. 석재를 같이 골랐는데, 칼의 상징인 흑백 색깔로 골랐죠. 흰 대리석은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채석장에서 생산한 거였어요. 최종적으로 가구를 넘어 조각이 되었죠.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Carpenters Workshop Gallery)에 가면 실제로 볼 수 있어요.

칼이 참여한 디자인이 12개 정도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전부 아주 좋아해요. 칼이 어떤 방식으로 그리스 로마 고대 시대부터 현재까지로 확장했는지가 가장 매력적이죠. 칼의 모든 디자인은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면서 매우 현대적이에요.

‘아키텍처스’가 칼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나요?

맞습니다. 루브시엔느 빌라나 패션 컬렉션을 제외하고 말이죠. 저는 2018년 12월에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의 오프닝을 준비했는데, 그 행사에서 마지막으로 칼이 대중 앞에 섰죠. 당시 대부분이 칼은 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왔습니다. 그 프로젝트가 의미 있다는 증거죠. (VK)

    피처 에디터
    김나랑
    ULRICH CLEWING
    사진
    STEPHAN JULLI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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