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닉 백] 젯셋족을 넘어 해리 스타일스까지, 구찌의 재키 1961 백
핑크색 애드벌룬이 서울 하늘을 떠다니는 영상으로 시작된 전시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얼마 전 막을 내린 전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함께 새로운 전성기를 연 구찌의 순간을 재현했습니다. 전시가 열린 DDP 내부는 전통과 현대, 장인 정신과 창의성, 아이콘과 밈을 모두 아우르며 총천연색 다양성으로 빛났죠. 미켈레의 컬렉션도 그렇지만, 풍성한 전시의 배경엔 구찌 하우스의 아카이브가 있습니다. 아, 젠지라면 모를 수도 있겠네요, 미켈레 이전의 구찌가 어땠는지. 올 타임 레전드라 불리는 이들이 있죠? 발표하는 곡마다 1위를 기록하는 아티스트들요. 바로 구찌가 그렇습니다.
구찌 하우스의 역사는 192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구찌오 구찌가 고급 여행용 가방과 가죽 액세서리를 선보이며 시작되었습니다. 1950년대엔 이탈리아 문화의 황금기 돌체 비타와 함께였고, 1970년대엔 젯셋족의 필수품이었죠. 1990년대엔 톰 포드와 함께 포르노 시크의 시대를 열었으며,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패션 하우스 구찌. 지난 1월에 개봉한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에서 레이디 가가가 분한 ‘파트리치아 레자니’가 명운을 걸고라도 욕심낼 법하죠.
2015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런 구찌의 영광을 이어가는 주인공입니다. 성별과 문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에 어울리는 미학을 제시하면서요. 그는 아카이브에서 보물을 발굴해 이를 동시대 맥락에 두는 데도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습니다. 그렇게 구찌 하우스의 역사에서 가방이 차례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죠. 뱀부, 다이애나, 마몽 등이 그 가방입니다.
오늘 <보그>가 소개하는 재키 백도 그중 하나예요. 처음 만든 1950년대까지만 해도 G1244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 이 가방은 한 파파라치 사진에 의해 새롭게 태어납니다. 미국의 35번째 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특유의 차림, 그러니까 헤드스카프에 빅 아이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코트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 사진. 카메라를 거부하는 듯한 그의 제스처 때문에 팔목에 걸려 있던 가방이 정면에 드러나는 순간이죠. 이 사진이 주목받자 구찌는 이 가방에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별명을 붙여 ‘재키’ 백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스트랩에 랍스터 모양 잠금쇠로 장식한 부드러운 반달 모양의 이 재키 백을 여러 가지 소재로 선보였습니다. 처음엔 캔버스와 멧돼지 가죽 정도였던 것이, 톰 포드와 프리다 지아니니 시대를 거치며 점차 산양, 송아지, 뱀피, 줄무늬가 있는 그로그랭, GG 슈프림 로고가 있는 캔버스와 나일론 등으로 다양해졌어요.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토트백 버전은 남자들로부터 반응이 좋았는데요, 1970년대엔 <핑크 팬더> 시리즈의 영화배우 피터 셀러스가 애용하는가 하면, 1971년엔 <고도를 기다리며>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이 가방을 들고 리구리아 해안에서 휴가를 보낸 바 있죠.
2020년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미켈레는 새로운 재키 백을 공개했습니다. 업데이트된 재키 백은 군더더기 없이 좀 더 작고 견고한 형태로 재조정했고, 더 길게 메신저백으로도 조정이 가능한 탈착식 스트랩을 달았습니다. 검은색, 흰색, GG 슈프림 캔버스 그리고 분홍색, 하늘색, 연보라색 등 달콤한 색상을 한 가방을 미니, 스몰, 미디엄 세 가지 사이즈로 선보였죠. 이 가방엔 재키 1961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주어졌습니다.
색상, 사이즈, 소재에서 모두 선택권이 많아진 만큼 재키 1961은 다양한 이들을 향합니다. 황금기를 함께한 젯셋족을 뛰어넘어, 삶에 열정적인 젊은 여성은 물론이고,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남자,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는 애호가 등 다양한 삶의 순간에 있는 이들 모두를 위한 가방임을 자처하죠.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지닌 가방, 거기에 현대적 접근 방식을 부여한 미켈레의 시도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크로스보디백으로 이 가방을 연출한 해리 스타일스가 그 증거이고, 카이아 거버와 두아 리파 역시 그래요. 이쯤 되면 다음 업데이트 대상은 어떤 가방일지 궁금해집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이선영
- 포토
- Courtesy of Gucci,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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