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자세를 위한 아주 간단한 시작
꼿꼿하고 바른 자세가 곧 우아함의 척도인 시대. 더 나은 자세로 더 나은 삶을 이룰 수 있을까?
“똑바로 서세요.” ‘올바른 사랑의 근원(O Thou the Central Orb)’의 오르간 연주를 기다리던 열세 살의 내 귀에 이 한마디가 날아와 꽂히더니, 곧 성가복을 입은 내 어깨를 거세게 당기는 두 손이 느껴졌다. 런던 외곽에 자리한 홀리 트리니티 노스우드 교회(Holy Trinity Church Northwood) 앞쪽에 마련된 성가대석에 친구들보다 우뚝 솟은 듯 앉아 있던 내 얼굴은 후끈 달아올랐다. 나는 나이에 비해 키가 큰 편이었다. 우리 반에서는 두 번째로 컸다. 그러다 보니 결국 사죄하는 듯 구부정한 자세가 몸에 배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우리 할머니, 별 볼 일 없는 사춘기 남자 또래들, 70대 성가대원들을 비롯한 수많은 주변인에게 만만한 행동 교정 대상자였다. 정말 환장할 일이었다. 균형 잡힌 자세를 갖게 해달라고 밤마다 기도할 정도였으니까.
나는 형편없는 자세를 참 많이도 부끄러워했다. 180cm에 다다르는 10대 소녀가 되기까지, 아홉 살 때부터 1년에 13cm 이상 키가 자라면서 온실 속 화초처럼 삐죽 위로만 성장했다. 그래서 졸업 파티에서는 아무도 나와 춤을 추려 하지 않았고, 딱 맞는 바지를 찾는 일조차 어려웠다. 교실의 시계가 고장 났을 때 태엽을 감는 일은 당연히 나의 역할이었다. 패션 에디터인 나의 친구이자 키가 182cm인 제인 맥팔랜드(Jane McFarland)는 “때때로 내 어깨에 세상의 무게를 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라고 말한다. 그녀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 키가 한껏 자랐지만, 비슷한 키를 가진 룸메이트 덕분에 대담해질 수 있었다. 키 큰 여성들의 동지애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모델 디디 스톤 올로미데(Didi Stone Olomidé)에게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저는 저 자신이 싫었어요. 제 몸이 혐오스러웠죠.” 178cm의 스톤 올로미데가 자신의 우울하던 청소년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녀는 열다섯 살 때 지하철에서 스카우트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난생처음으로 키가 크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제 키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죠.”
왜 우리는 ‘좋은’ 자세에 이토록 집착할까? 왜 우리는 여전히, 16세기 후반 군대 훈련 대형에서 유래된, 대쪽같이 꼿꼿한 등허리가 이상적인 몸가짐, 심지어는 도덕적인 강직함과 동일한 맥락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서 있는 모습이 곧 우리 자체로 여겨지죠.” 샌더 길먼(Sander Gilman)은 말한다. 그가 2014년 출간한 책 <질병과 이미지: 의료인문학 사례 연구(Illness and Image: Case Studies in the Medical Humanities)>는 자세가 ‘이상’ ‘아름다움’ ‘완벽한 몸’을 대변하는 이유를 탐구해왔다. 애틀랜타 에모리대학(Emory University)의 정신분석학과 건강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길먼은 이 현상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다. 1950년대에 ‘미스 바른 자세 대회(Miss Correct Posture Competition)’가 어느 정도는 필연적이게도, 척추 지압사들의 후원을 받아 미국에서 확산되었다. 1956년 왕관은 18세의 로이스 콘웨이(Lois Conway)에게 돌아갔고, 그녀는 준우승자 두 명과 함께 자신의 최상급 척추를 촬영한 엑스레이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증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니 어떻게 된 것인지 딱 감이 왔다!
“현재 척주 후만증 또는 흉추의 만곡증이 생기기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과 밀레니얼 세대가 엄청난 문제를 겪고 있어요.” 정골 의학 박사 아미르 마하제르(Amir Mahajer)가 말했다. 그는 뉴욕 마운트 시나이 웨스트(Mount Sinai West)의 신설 척추 센터에 마련된 중재적 척추 케어 센터의 센터장이자 복수 학위를 소지한 재활 전문의다. 그는 긴 시간 ‘새우 자세’로 앉아 전화기와 컴퓨터 앞에서 몸을 숙이는 것은 척추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고, 허리 디스크와 조기 관절염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의료 기관이 질환 자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최근에 붙인 이름인 ‘거북목’의 영향을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마하제르 박사는 ‘불안정의 주요 근원’을 찾기 위해 고안된 운동 프로그램을 처방한다고 한다. 이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지도하는 것이며, 종종 요가와 필라테스 같은 코어 강화 운동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불안정이 순전히 신체적인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 “현재 자기 자신에 대해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고통을 개선하고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습니다.” 마하제르 박사가 말하면서, 심지어 인지 행동 치료(CBT)도 잠재적으로 바른 자세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신적 변화가 종종 신체적 변화의 첫 단계가 되기도 한다며 지적했다. 이것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는 키가 더 작아지고 싶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항상 낮은 자존감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 자신만만해 보이는 방법을 알고 싶어 했던 것이다.
“스스로 처신하는 방식은 실제로 정신적으로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보여주죠.” 파리에 기반을 둔 치료사 클레르 드 오발디아(Claire de Obaldia)가 나에게 단호히 말했다. 50대로 책을 좋아하는 드 오발디아는 옥스퍼드대학에서 비교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그 후 일련의 호흡과 균형, 명상 훈련을 통해 잘못된 신체 습관을 고치는 데 집중하는 자아 성찰 수련법 ‘알렉산더 테크닉(Alexander Technique)’을 훈련받았다. 1980년대에 배우 프레드릭 마티아스 알렉산더(Frederick Matthias Alexander)가 무대에서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 고안한 이 방법은 특히 팔다리를 힘들게 한 문제뿐 아니라 거북목의 해결책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우리가 일상의 자극에 반응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오발디아는 릴리스(Release), 즉 이완이 핵심이라고 말하면서 수직으로 찻잔을 들어 올리며 차를 마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극, 생각, 감정, 그날 달성해야 하는 일에 과잉 반응을 할 때 몸을 수축시키고, 조이고, 접고, 좁히는 경향이 있죠.” 그녀는 하루에 서너 번, 1분 동안 잠시 멈추는 것으로 매우 간단하게 긴장감을 이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습관을 관찰해보세요. 그 두 가지는 상호 의존적이죠. 그리고 ‘제대로 호흡하는 걸까? 어쩌면 다르게도 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되짚어보세요.” 나는 꽃샘추위의 여파로 어깨를 한껏 치켜세웠고, 머리가 앞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의식적으로 주목하면서 퇴근길에 이를 시도해봤다. 자신을 관찰하는 데 몰두하던 나는 그만 스쿠터에 치일 뻔했다. 알렉산더는 파리를 달리는 스쿠터는 고려하지 않은 모양이다.
좀 더 ‘꼿꼿한’ 삶에 대한 질문을 계속 이어가던 나는 이틀 후 19명의 여성들 사이에 끼어서 사이드 플랭크 동작을 시도했다. 내가 수강하던 필라테스 수업을 함께 듣던 그 프랑스 여성들은 복부에 힘을 주고, 다리를 기대어 세워놓은 다음 어깨는 힘을 빼고, 백조를 흉내 내는 발레 무용수처럼 천장 쪽으로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나는 파르르 떨다가 그만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나를 제외한 수강생들은 모두 일제히 군더더기 없는 사이드 플랭크 동작을 보란 듯이 해냈다. “여러분 힘내세요!” 브리짓 바르도를 똑 닮은 필라테스 강사 줄리 푸졸 브누아(Julie Pujols-Benoît)가 명랑하게 외쳤다. 그녀의 강좌는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Adèle Exarchopoulos)와 아나 지라르도(Ana Girardot) 같은 유명 프랑스 배우들도 종종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수업이 끝난 후 내가 후들후들 떨리는 두 다리를 진정시키고 있을 때, 강사는 필라테스가 회음부와 아래쪽 어깨를 끌어모으고 목을 길게 늘이도록 돕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돼 효과적인 자세 교정 훈련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저는 거의 다 쓴 튜브형 치약을 빗대 설명하는 것을 좋아해요. 치약을 다 짜내려면 끝부분을 접어서 위쪽으로 돌돌 말곤 하죠. 우리 몸 또한 그렇게 해야 해요.” 강의실을 둘러보니 같이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이 어니스트 리오티(Ernest Leoty) 레깅스와 팝스짐(Popsgym)의 스포츠 브라를 하나둘 벗고 있었다. 불현듯 우리 중 몇몇은 평범한 ‘콜게이트(Colgate)’ 치약이고, 다른 이들은 고급스러운 ‘마비스(Marvis)’ 치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나길 말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우아함은 타고나지 않았다면 만들어질 수 없는 걸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영국 태생의 배우 엠마 톰슨(Emma Thompson)은 1995년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Sense and Sensibility)> 촬영 당시 ‘크고, 자세가 곧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찬양하던 시대에 살던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엘리노어 대시우드(Elinor Dashwood)를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코르셋에 의존했다. “우리 모두 덜 익은 스파게티 면이 곧게 뻗은 듯 서 있게 되죠.” 톰슨은 르네상스 시대의 속옷이 ‘이동의 용이성 속에 숨어 있던 힘’을 어떻게 20세기 배우들에게 부여했는지 자신의 일기장에 기록했다. 하지만 나는 풍요로운 점심 식사를 즐기는 타입이라 보정 속옷을 고수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알렉산더 테크닉이 제안한 대로 강제적이지 않은 방식을 통해 내 자세를 찾기로 했다. 엠마 톰슨의 말을 빌리자면, 그때까지 ‘나는 불안하지만, 용기를 내볼 것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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