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메타버스 관찰기

2023.02.26

메타버스 관찰기

<보그>와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천은 2021년 3월호를 통해 VR챗 공간을 빌려 구현한 가상 공항을 선보인 바 있다. 관객 없는 프라다 쇼에서 영감을 받아 ‘현실’과 ‘가상’의 컨셉을 펼쳐 보였다. 의상과 모델을 3D 스캔 촬영해 아바타로 만들었고, 독자들은 지금도 그 공간에서 아바타가 되어 가상의 공항을 거닐 수 있다.

버추얼 아이돌의 신곡이 음원 차트에 오르고 온라인 게임에서 주문한 피자가 집으로 배달된다. 가상 현실의 땅은 천정부지로 값이 오른다. 이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역사의 서막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기다.

서울 아파트 분양 당첨은 이보다 좀 나을까? 가상 세계에서도 땅 한 평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 플랫폼 더샌드박스의 랜드 프리세일이 예고되었던 지난 3월 3일. 그간 한 푼 두 푼 모아온 가상 화폐(이더리움과 샌드박스)를 디지털 지갑에 쟁여두고, 미리 봐둔 땅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일찌감치 더샌드박스 사이트에 접속해 카운트다운을 기다렸다. 드디어 밤 10시. 미친 듯이 구입 버튼을 클릭했지만 결과는 실패. 잠시 서버가 마비되고 불안과 흥분에 몸부림치는 사이 순식간에 거의 모든 땅이 팔려버렸다. 즉 최소 수백만 원의 수익을 얻을 기회가 바로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뜻이다. 현재 NFT 마켓 오픈씨(OpenSea)에서 가장 싸게 판매된 리세일 랜드 가격은 약 3.3ETH(3.3이더리움×320만원=1,056만원)으로 이번 정식 판매가 1,011Sand(1,011샌드박스×3,500원=약 353만원)보다 약 세 배 비싸다. 가상 화폐의 원화 가격은 2022년 3월 13일 업비트 기준으로 산정했다. 어떤 땅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없어서 못 판다. 현실의 부동산도 아닌 가상의 랜드가 대체 뭐길래 이토록 뜨거운 청약 열기를 일으키고 높은 가격에 되팔리는 것일까? 이건 주식이나 가상 화폐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새로운 역사의 서막에 대한 매우 사적인 관찰기다.

모든 사건에는 징후가 있다. 태풍이 오기 전 어느 맑은 날, 작은 새들의 움직임처럼 말이다. 설 연휴 기간 동안 나는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여덟 살 조카와 한가롭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틈만 나면 부모님의 태블릿 PC를 쥐고 사는 조카가 수시로 접속하는 건 로블록스. 아마 게임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나이키가 ‘나이키랜드’라는 이벤트 공간을 만들고, 구찌가 수백만 원대의 한정판 디지털 가방을 완판시키기도 한 로블록스는 유튜브처럼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다른 사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다. 해외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기업도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를 만들어 사용자가 가상의 레이싱 파크에서 차량을 운전해보는 미니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물론 나의 조카는 브랜드 따위는 아직 관심 밖이다. 하지만 가상 세계의 룰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로블록스에서는 레고 모양의 아바타들이 달리고 점프를 하면서 이런저런 게임을 하는데, 그저 앞으로 나가는 전진조차 힘겨워하는 나와 달리 조카는 자유자재로 아바타를 움직이며 게임 속 세상을 날아다녔다. “이모, 내가 하는 걸 봐.” 작고 말랑한 손가락이 화면을 부드럽게 터치했다. “세게 두드리지 말고 이렇게, 스무드하게~.”

‘스무드(Smooth)하게’. 이건 세계를 이동하는 새로운 공식과도 같았다. 글을 쓰고, 좌판을 두드리는 데 익숙한 이전 세대와 달리 손가락 하나로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이곳에서 저곳으로 나아가는 다음 세대의 연결 방식. 덕분에 겨우 걸음마를 배운 나는 조카와 함께 산책에 나섰다. 로블록스에는 격투를 벌이거나 장해물을 피하는 게임만 있는 게 아니다. 그저 경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의 공간도 있다. 인적 드문 숲속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우린 높은 나무 위나 절벽 아래로 점프를 하거나 깊은 수중 동굴에서 아름다운 보석을 발견하는 식으로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다. 가상 현실을 다룬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영화 <프리 가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매일 총격전이 벌어지는 비디오 게임 속 버라이어티한 세상 프리 시티에서 살아가는 ‘가이’라는 NPC(Non-Player Character, 배경 캐릭터)는 플레이어 여자 친구와 함께 게임 매뉴얼에는 없는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을 찾아 풍선껌 맛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내친김에 실제 집 밖으로 나가 동네 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조카는 전국의 여느 10세 미만 아동들처럼 신비아파트 AR 카드를 집어 들었다. 고작 캐릭터 그림이 인쇄된 종이 카드 몇 장이 1만원을 호가한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그보다 더 놀란 건 휴대폰 카메라로 카드를 비춰 증강 현실을 시현한 순간이다. 아이를 둔 집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 AR 카드는 단순히 캐릭터를 화면에 띄워 보여주는 걸 넘어 퀴즈와 간단한 터치 게임까지 진행할 수 있는 꽤 발전된 형태였다. 몇 년 전 유행한 ‘포켓몬고’ 게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 이날 조카와의 마지막 놀이는 ‘모두의 마블’이었다.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하이브의 2대 주주이기도 한 넷마블이 동명의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오프라인 보드게임은 모노폴리나 부루마블보다 좀 더 복잡하다. 통행세를 받기 위해선 땅을 산 후 빌라나 호텔 같은 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파리의 에펠탑 같은 확실한 랜드마크를 세우기 전까진 다른 사람이 돈으로 뺏을 수 있다. 2시간이 넘도록 지리멸렬하게 지속된 이 게임의 최종 승자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세계에 수십 년간 길들여진 이모였다. 여덟 살 조카는 파산하고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부동산 보드게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20세기 초 ‘지주의 게임(The Landlord’s Game)’이 원래 자산가들이 토지를 독점했을 때 벌어지는 파국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사위 게임이었단 사실을 떠올려보면, 가상 세계에서까지 땅을 사고팔고, 임대료를 받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더샌드박스, 어른들의 제페토라고 할 수 있는 디센트럴랜드는 한정된 수의 가상 랜드를 공급하고 이용자들은 현실의 돈과 호환 가능한 전용 가상 화폐로 이 가상의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선 다시 천천히 얘기하도록 하자. 아직은 메타버스라는 이 새로운 시대의 낌새를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5년생 조카와 짧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우주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던 메타버스의 시대가 이미 내 곁에 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조카가 태어난 2015년은 가상 현실 원년이기도 하다. 페이스북(현 메타)이 20억 달러에 인수한 오큘러스 리프트가 세상에 처음 나온 그해의 키워드는 가상 현실, VR(Virtual Reality)이었다.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인터넷의 다음 세대가 무엇일지 묻는 질문에 “가상과 현실을 잇는 메타버스”라고 답했다. 내가 가상 세계의 땅에 관심을 가진 건 그때부터였다.

가상 화폐나 NFT 투자 열기도 시들해진 요즘 부루마블 같은 가짜 땅 타령이 한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 중인 메타버스를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짓는 건 아직 무리다. 다만 이 초월적 세계가 어떤 것들을 포함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비슷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들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증강 현실, 라이프로깅(Lifelogging), 미러 월드, 가상 현실, 이 네 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증강 현실은 AR 카드나 포켓몬고처럼 현실 세계의 모습에 가상의 물체를 덧씌워 보여주는 것으로 실제감을 느낄 수 있게끔 돕는다. 라이프로깅은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일련의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로 피드와 피드백을 통해 나와 타인, 서로 다른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미러 월드는 현실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복사해 가상의 세계로 옮겨 효율성과 확장성을 더한다. 구글 어스가 대표적인 예다. 가상 현실은 게임처럼 컴퓨터 기반으로 구현된 3D 공간이다. 아직까지는 활용도가 낮은 VR 기기가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VR 기기는 PC나 모바일 화면을 통해 경험하던 가상 세계를 좀 더 실감 나는 현실로 바꿔줄 것이다. 이 네 가지의 공통점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만남이다.

2011년 정식 출시된 건설 게임 마인크래프트는 메타버스가 지향하는 바를 다음과 같은 낭만적인 문구로 소개한다. “모든 것이 블록으로 되어 있는 곳으로 가봅시다. 당신의 상상력만이 그곳의 한계입니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가보세요. 가장 높은 산을 오르고, 가장 어두운 동굴을 탐험하세요. 낮이든 밤이든 비가 오든 화창하든 당신이 원하는 것으로 채워보세요. (중략)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규칙은 없습니다. 이 모험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지난해 12월 15일 유튜브 조회 수 1조 회를 돌파한 첫 게임으로 기록됐다. 이날 유튜브는 헌정 영상을 특별 제작해 이를 기념했다. 레고 모양의 아바타들이 신나게 놀이동산 같은 신세계를 탐험하는 영상 너머로는 스타쉽의 1980년대 노래가 흘러나왔다. “We built this city. We built this city on rock and roll(우리가 이 도시를 세웠죠. 우리는 로큰롤로 이 도시를 만들었어요).”

버추얼 캐릭터로 활동 중인 인기 유튜버 겸 트위치 스트리머 우왁굳은 가상 현실 게임이 어떻게 진짜 현실과 맞닿는지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준다.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각종 건축 콘테스트를 개최해온 그는 시청자와 함께 게임 내에 아파트 단지와 대형 쇼핑몰 ‘왁핑몰’을 세웠다. 지원자 수백 명이 모여 순식간에 산을 깎고 기초공사를 거쳐 주차장과 루프톱 수영장까지 갖춘 스타필드 규모의 쇼핑몰을 완공하는 모습이 유튜브 채널 ‘왁타버스’를 통해 공개되었는데, 가히 만리장성의 그것과 비교할 만한 장관이다. 특히 주목할 건 단지 현실을 흉내 낸 가상 쇼핑몰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소규모 가게를 모집해 입점시켰다는 것이다. 실물 거래만 없을 뿐 실제 운영 중인 카페, 빵집 등과 인테리어는 물론 메뉴까지 똑같다.

왁타버스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진출했다.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가상 세계에서 활동할 버추얼 걸 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을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선발한 것. 가창력 및 방송 콘텐츠 제작 능력, 스타성 등을 검증하는 4차 오디션까지 이어진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합격한 6인의 캐릭터는 지난해 말 첫 싱글 ‘RE:WIND’로 데뷔했다.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잘 만든 애니메이션 같다. 오디션 진행부터 연습 과정,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모두 VR챗으로 이뤄졌는데 유튜브에 공개된 뮤직비디오 제작 비하인드는 꼭 한번 찾아볼 만하다. SM엔터테인먼트가 메타버스 컨셉으로 출범시킨 그룹 ‘에스파’가 기존 멤버 네 명에 더해 가상 공간에 존재하는 제2의 자아 멤버 네 명을 더한 구성이라면 ‘이세돌’은 애초부터 ‘본캐’를 감춘 채 가상의 ‘부캐’로만 활동한다. 반응은 이미 뜨겁다. 3월 11일 싱글 2집 ‘겨울봄’을 발매한 이세돌은 음원 공개와 동시에 멜론 차트 톱 10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버추얼 아이돌은 팬들이 선물해준 3D 무대의상을 입고 VR챗으로 소통하며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감정을 노래한다. 그리고 이들이 소속된 ‘왁엔터테인먼트’ 사옥은 청담동이나 홍대 앞이 아닌 마인크래프트 안에 있다.

랜드 세일과 함께 최근 알파 시즌 2를 오픈한 더샌드박스 역시 가상 공간 랜드를 토대로 이용자가 다양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더샌드박스는 쉽게 말하자면 블록체인판 마인크래프트라 할 수 있다. 기존 빅테크 플랫폼이나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등 중앙화된 메타버스와 달리 더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 같은 탈중앙화된 메타버스는 이더리움 체인을 기반으로 영토(Land)를 구축한다. 따라서 창작자들은 별도의 코딩 기술 없이도 가상 공간 랜드를 토대로 다양한 게임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프로그래밍 도구를 이용해 영토 내에서 사용되는 캐릭터와 아이템, 예를 들면 광선 검이나 멋진 드레스, 근사한 자동차 혹은 하늘을 나는 용 같은 탈것들을 만들고, 마켓플레이스에서 이들 아이템을 NFT로 직접 거래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P2E(Play to Earn) 서비스다. P2E는 국내에선 아직까지 불법이지만 이용자들이 가상 공간에서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수익을 내는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더불어 추후 랜드를 임대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생긴다. 월세를 받는 것처럼 내 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며 수익을 얻는 것이다. 현실에서와 같은 복잡한 임대 절차도 필요 없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게다가 가상 공간에서도 땅은 유한 자원이다. 약 16만 개로 한정된 더샌드박스 랜드는 2022년을 마지막으로 모든 분양을 끝낸다. 땅값이 치솟는 이유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세바스티앙 보르제 더샌드박스 공동 창업자는 SM엔터테인먼트에 이어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가상 공간 운영 및 디지털 자산 개발 파트너십을 맺으며 “음악, 게임, 패션, 아트, 라이프스타일 등 한국의 경쟁력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더샌드박스 메타버스에서 ‘K-버스’로 구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3월 2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더샌드박스 알파 시즌 2의 내용은 일단 흥미롭다. 전설적인 힙합 뮤지션 스눕 독의 맨션을 방문하면 아바타와 각종 신발, 스포츠카 컬렉션, 귀여운 강아지를 만날 수 있으며 NFT 아트 전시와 라이브 콘서트도 열린다. 알리바바 그룹이 소유한 홍콩 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역사적 기록 보관소가 생생하게 되살린 옛 홍콩의 유명 부두를 둘러보며 시간 여행을 하는 홍콩 스타 페리 부두도 있다. 기록과 보관의 측면에서 NFT는 확실히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도 과거의 역사적 건축물이나 앙드레김, 진태옥 같은 디자이너의 아이코닉 드레스를 3D 그래픽으로 재현해 전시할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 스케치도 물론 보관 가능하다. 더샌드박스에서는 조만간 패션쇼도 열릴 예정이다. 구찌 역시 더샌드박스에 땅을 샀다. 구찌 볼트(빈티지 상품과 특별 테마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중고 플랫폼)의 입점 영상을 공개한 구찌는 더샌드박스 이용자들이 이곳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착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센트럴랜드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실제 매장을 모델로 디센트럴랜드에 가상 매장 ‘삼성837X’를 개점했다. 디센트럴랜드는 2017년 미국 비디오 게임 개발사 아타리(Atari)가 카지노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와 합작해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계획 지구다. 카지노 같은 오락 시설이 포진된 이곳에선 유명 DJ가 참여하는 이비자 클럽 파티도 열린다. 디센트럴랜드 내의 월마트에서 아바타가 쇼핑을 하면 실제 제품이 집으로 배달되고 도미노 피자 키오스크에서 피자 주문도 가능하다. 단, 아직은 미국에 한해서만 가능한 서비스다. 미국 은행 JP모건도 이곳에 오닉스 라운지를 열었다. 오닉스는 2020년 출범한 블록체인 사업부로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 제품을 기획 제작 중이다. 블룸버그의 소식에 따르면 방문자들은 라운지에서 가상 자산 경제에 대한 경영진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머지않은 미래엔 아바타가 가상 공간에서 은행 업무를 대신 처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흥미롭게 본 뉴스 중 하나는 워너 브라더스의 수석 디자이너와 루이 비통 디자이너 출신의 루이스 몬테이루가 협업한 NFT 프로젝트 C-01이다. 메타버스의 패션 선구자를 목표로 하는 C-01은 여러 달에 걸쳐 함께 3D 모델 아바타를 만들었고 뛰어난 감각을 지닌 전문 디자이너를 모집해 NFT 8,888개를 발행할 예정이다. 또한 독점적인 디지털 컬렉션 라인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여기서 메타버스는 더샌드박스와 디센트럴랜드로 구현될 예정이다. 이들은 가상의 런웨이에서 패션쇼를 열어 수익금을 다시 NFT 소유자들에게 분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 시대의 사람들은 저 멀리 증기 기관차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성난 황소처럼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던 거대한 고철 덩어리가 완전히 세상을 바꿔놓을 거라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기계와 대량생산 시스템이 생겨나던 100여 년 전처럼 기존 시간과 거리, 자본의 개념을 뒤엎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고 이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그리고 복제의 시대가 도래했다. 현실과 가상 현실이 하나로 연결된다. 웹 2.0 시대의 실험적 메타버스 세컨드 라이프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실패로 끝났다.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VK)

    에디터
    조소현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미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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