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는 책
<와인에 쓸데없는 건 넣고 싶지 않아요> 카밀라 예르데
남성이 조명받는 내추럴 와인업계에 장인 정신으로 와인을 만드는 여성 와인메이커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카밀라 예르데는 노르웨이 출신의 정치학 박사로 현재 스웨덴에 살고 있어요. 2008년 우연히 내추럴 와인을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져 WSET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와이너리를 돌며 여성 와인메이커를 취재했습니다. 책 제목처럼 “와인에 쓸데없는 건 넣고 싶지 않아요!”라고 외치는 와인메이커들이죠. 그들의 정직하고 확고한 신념을 듣다 보면 내추럴 와인이 마시고 싶어질 뿐 아니라 지금 당장 나만의 일을 하고 싶어집니다.
<작별인사>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에 김영하 작가의 장편소설이 나왔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책을 펼치는데 조금 놀랐습니다. 평양의 로봇 연구소 휴먼매터스 랩, 그곳에서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철이가 등장합니다. 철이는 자신이 인간인 줄 알고 살아왔습니다. 납치되어 수용소에 갇히면서 로봇임을 알게 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워킹 데드>처럼 살벌한 그곳에서 탈출하며 처음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성장해나가죠. 읽으면서 몇 가지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죽어 우주에 통합된다면, 의식 있는 로봇도 그러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로봇과 인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호미> 박완서
박완서 작가는 초여름에 피는 백일홍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호미> 출간 15주년을 기념해 백일홍 에디션이 나왔습니다. 내가 허름한 인간이 되어간다 싶을 때 작가의 글을 읽으면 갱생하는 듯했습니다. <호미>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책장에 놓고 때때로 꺼내 보는 책입니다. <호미>는 작가가 80세로 작고하기 전 마지막 13년을 보낸 ‘아치울 노란집’에서의 일상을 담고 있는데요, 이번 에디션은 1부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2부 ‘그리운 침묵’, 3부 ‘그가 나를 돌아보았네’, 4부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했습니다.
<읽는 슬픔, 말하는 사랑> 황인찬
황인찬 시인의 첫 산문집입니다. 다른 시인의 시 49편을 수록하고, 그마다 자신의 생각을 함께 담았습니다. 부제도 ‘우리가 시를 읽으며 나누는 마흔아홉 번의 대화’입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황인찬의 읽고 쓰는 삶’에 연재한 콘텐츠를 선별해 엮은 것이죠. 시마다 위로를 받았습니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주변에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말라고, 슬퍼도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평소 시가 어렵게 느껴졌는데요, 황인찬 시인의 글과 함께 읽으니 좀 더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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