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너블한 임산부 사진 한 장이 바꾼 것
나는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거기엔 브룩 쉴즈가 등장한 2003년 <보그> 커버가 큰 역할을 했다. 사진가 애니 레보비츠(Annie Leibovitz)가 촬영한 사진에서 브룩 쉴즈는 방금 물속에서 나온 듯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손으로 배를 감싸는 대신 등허리를 받친 채 반항적인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강인함, 연약함, 여신 같은 분위기가 모두 담긴 사진이었다. 만약 내가 임신 후 사진 촬영을 한다면, 나 역시 바다의 요정 같은 기분을 느끼며 완벽하게 균형 잡힌 배를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임신 확인 전화를 받은 순간, 남편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나는 뜻밖의 소식에 당황스러운 기분에 휩싸였다. 고백건대 그 감정은 공포였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줄곧 엄마가 되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해왔다. 주변 친구들이 양가적 감정이 든다고 인정하는 순간에도 엄마가 되는 일에 자신이 있었다. 마침내 그 운명의 날이 오는 순간, 삶의 모든 부분이 제대로 자리 잡은 후일 거라고, 나는 충분히 성공했으며 몸매는 분만 직후 마법처럼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임신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이 목표 중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쟁취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 꿈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갈 인생을 생각해봤다.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장애물은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2주 후, 나는 새로운 직장을 구했고 그와 동시에 입덧이 시작되었다. 스테로이드 성분 호르몬으로 구토가 일어났고, 너무 자주 토하는 바람에 어금니 하나가 빠질 정도였다. 직장에서는 좋은 인상을 주려고 절박하게 노력했다. 시간 외 근무를 하며 내가 얼마나 귀중한 인재인지 보여주려 애썼다. 갑자기 나는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되었고, 출산휴가로 1년 조금 못 미치는 동안 떠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사가 알게 되었을 때 내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소모품처럼 바라보지 않길 바랐다. 이런 불안감은 대부분 근거 없는 것이었지만, 스트레스와 메스꺼움은 나를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다.
첫 3개월이 지나고 증상이 계속 악화되자, 나는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남편의 헐렁한 셔츠를 입었고, 회의할 때는 줌 카메라를 끄기도 했다. 토하는 모습을 동료들이 보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는 걸 견딜 수 없었다. 안색은 엉망이었고, 두 눈의 모세혈관이 터져 있었으며, 한 달간 침대에서 거의 일어나지 못해 탄탄한 근육 같은 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입덧은 나의 내면과 외면을 모두 사정없이 망가뜨리고 있었다. 메스꺼움에 화장실로 달려갈 때마다, 삶의 동력을 점점 더 잃어가는 것 같았다. 구토에 시달릴수록 더 많은 걱정에 사로잡혔다. ‘임신’ 때문에 이렇게 삶의 많은 것을 빼앗긴다면, 아이를 낳고 난 후 나에겐 무엇이 남을까? 처음 느낀 그 공포감이 마치 예언처럼 들어맞는 듯했다.
임신 16주 차가 되던 날, 마침내 구토 증상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토하지 않고도 며칠을 무난하게 보낼 수 있었다. 자아 정체성 비슷한 것이 다시 돌아오자, 나는 포기했던 패션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내 개성을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삼켜버릴까 봐 두려웠고 임신으로 잃은 무언가를 되찾고 싶었다.
그때쯤 나는 임신한 리한나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리한나는 볼록한 배를 화려한 벨리 체인으로 장식하고 있었는데, 더없이 관능적이고 매혹적이었다. 임신을 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지켜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속이 비치는 베이비 돌 드레스부터 크롭트 톱까지, 리한나의 섹시함과 삶의 기쁨은 커져만 갔다. 나도 그런 마인드로 지내고 싶었다.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면, 스스로 정의한 나만의 방식으로 모성을 받아들일 힘을 실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 버전의 브룩 쉴즈 <보그> 커버, 나만의 리한나! 잠시 동안만이라도 임신한 내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보고 사랑할 수 있다면, 엄마로서 감내해야 할 희생에 대한 깊은 두려움 역시 마주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임산부 전문 사진작가 제니퍼 저드킨스(임신한 모습과 출산하는 모습을 모두 촬영한다)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그녀는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내가 외적으로 걱정하는 부분을 바로 이해했다. 촬영 당일 제니퍼는 모험심으로 가득했고, 우리는 함께 차를 몰며 완벽한 숲의 풍경을 찾아다녔다. 그 여정 속에서 햇살이 완벽하게 비치는 곳을 발견할 때마다 차를 세웠고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그녀가 포착했다. 심지어 나를 설득해 물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사진을 대면하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결과물은 내가 원한 것 이상이었다. 사진에서 내 모습은 임신하기 전의 나 자신, 그러니까 엄마가 되면 개성이 사라질까 봐 스트레스를 받기 전 본래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불현듯, 임신 확인 전화를 받던 그날 아침 이래 스스로에 대한 존재감을 가장 강렬하게 느꼈다. 나는 섹시한 란제리를 사 모았고, 대담하게 배가 드러나는 상의를 입었다. 요약하자면, 리한나의 모습에 깊은 영감을 받은 후 마침내 내가 갈망하던 ‘임신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서 나는 임신 기간 중 경험한 고통과 갈등에 관한 장문의 글을 덧붙였다. 업로드하자마자 DM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몇 년간 자주 연락하지 못하던 지인들이 메시지와 댓글을 남겼는데, 그녀들 역시 그런 걱정에 시달렸으며 엄마가 되면서 가장 본질적인 자아가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많은 임산부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이를 마땅히 표현할 곳이 없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 임신의 고통에 대해 불평할 때마다 으레 따라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하지만 그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정을 털어놓을 작은 공간을 여성들에게 마련해준다면 어떨까? 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엄마로서 감내해야 할 희생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겪는 여성들을 위한 공간 말이다. 애초에 그런 걱정을 드러내는 여성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우리가 딸을 집으로 데려온 날, 남편은 그동안 옷장에 숨겨두었던 선물을 보여주었다. 내가 임신했을 때 찍은 사진이 담긴 아름다운 액자. 사진에서 나는 물 위에 떠 있었다. 머리카락이 구름처럼 주위를 감싸고, 엉덩이는 물 밖으로 살짝 드러나 있었다. 나는 사진을 보다가 품에 안겨 자고 있는 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결국 내가 얻은 것은 우리 둘이 함께한 첫 사진이었다는 것을. 완전히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엄마와 딸의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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