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 디자이너 #1: 민주킴, 제이든 초, 르쥬
새롭고 독창적이다. 지금 서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11인과 브랜드 11.
김민주 MINJUKIM
민주킴을 입은 사람은 행복해 보인다.
매 시즌 행복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주제를 다루더라도 그 안에 ‘희망’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한다. 그런 노력이 옷에 드러나고, 착용하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모양이다.
2022 F/W 컬렉션의 주제가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하나의 테마를 두 시즌에 걸쳐 이야기한다면 더 깊고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 올해 처음 시도해봤다. 한국적 소재를 다루고 싶어 전래 동화와 신화를 섭렵하고, 국악 하시는 분들이 추천해준 작품을 전부 듣고 다니다가 ‘바리공주’를 만났다. S/S 시즌의 경우는 바리를 지켜주는 신화 속 동물을 그려 넣어 밝고 희망차게 풀어냈다면, F/W 컬렉션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힘든 여정에 초점을 맞춰 시즌 간의 대비를 주었다.
민주킴이 가진 힘은 무엇일까.
아이덴티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컬렉션을 통해 최대한 많이 보여주되, 브랜드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매 시즌 드로잉부터 원단까지 전부 새로 만들어가는 방식을 유지하다 보니 민주킴만의 아카이브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더 뚜렷해졌다.
브랜드를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
행복, 에너지, 판타지.
앞으로의 계획은?
10월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북촌에 오픈한다. 매장이 생기면 브랜드를 좀 더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올해 안에는 런웨이 쇼도 꼭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6월에 벨기에에 다녀올 예정이다. 은사이자 멘토 월터 반 베이렌동크가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떠나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조성민 JADEN CHO
의상에 꽃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의미인가?
절대적 미의 기준. 절대적이라는 표현은 참 쓰기 어려운데 꽃에는 사용할 수 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가장 매력적인 오브제지만, 너무 완벽해서 무력감을 주기도 한다.
두 번째 컬렉션 ‘Second Chance’를 공개했다.
첫 번째 컬렉션에 대한 질투의 감정에서 시작했다.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어서 많은 부담이 생겼던 거다. 다른 새들의 화려한 깃털을 모아 자신을 치장한 까마귀 동화가 떠올라 ‘부러움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으로 해석했다. 픽셀화한 꽃 사진에 맞춰 염색한 깃털을 하나하나 사각형으로 잘라 붙인 플래그 드레스(여섯 명이 꼬박 한 달간 작업했다)를 시작으로, 경쟁과 질투에 대한 이야기에 맞게 과장된 형태의 신발과 가방을 곁들였다.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분홍색 볼 가운. 분홍색 레이스에 깃털과 비즈를 장식한 커다란 드레스로, 이번 컬렉션 중 가장 많은 레이어로 완성된 피스다. 사실 분홍 레이스는 예전에 꽃 시장에서 구입해둔 폐기 직전의 아주 오래된 꽃 포장지다. 그 위에 깃털 장식을 얹어 아름다운 옷으로 탈바꿈했다.
꾸뛰르 의상은 상업성이 낮다. 그럼에도 지금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이유가 있다면?
제이든 초의 이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면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유의 모습을 지켜야 브랜드가 지속된다고 믿는다.
브랜드를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
낭만, 행복, 여유.
제양모 & 강주형 LEJE
첫 컬렉션부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작업을 꾸준히 선보였다.
지속 가능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컬렉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길 원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이번 컬렉션에 등장하는 크리스털 의상 역시 폐기된 샹들리에를 재활용한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패션이라는 도구를 통해 말하는 것이고, 아름다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르쥬는 이질적인 것 사이의 매력을 탐미하고, 조화를 꾀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동양과 서양, 서브컬처와 럭셔리 문화, 남성성과 여성성 등 다름과 차이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다.
2022 F/W 컬렉션은 동양적 감성이 짙다.
무용가 최승희의 삶과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이 쇼키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처음 접한 그녀가 한국의 최승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보살, 여승과 같은 한국적 소재를 재해석해 자신만의 춤 세계를 구축한 그녀를 컬렉션을 통해 소개하고 싶었다. 관능적이고 세련된, 한국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상징하기도 했고.
메인 컬렉션 외에 패러그래프(Paragraph) 컬렉션을 함께 전개한다.
우리 생각을 좀 더 자유롭게 펼치기 위해 시작했다. 한 가지 아이템을 다양하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세 차례 진행했고 곧 새 컬렉션을 선보인다. 여러 개의 단락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듯, 언젠가 패러그래프 컬렉션을 모두 모아 하나의 컬렉션으로 완성할 예정이다.
브랜드를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
동시대성, 지속 가능성, 수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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