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모두’를 위한 컬러, 발렌티노 핫 핑크의 비밀

2022.06.07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모두’를 위한 컬러, 발렌티노 핫 핑크의 비밀

“누구나 특별한 것을 좋아합니다.” 발렌티노의 핫 핑크는 모두를 위한 색이라고,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말한다.

멧 갈라에서, 글렌 클로즈(Glenn Close).

이번 시즌 컬러의 주인공은 단연 발렌티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다. 그가 메종 발렌티노를 위해 만든 이 핑크에는 ‘핑크 PP(Pink PP)’라는 고유의 팬톤 이름까지 붙었고,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색감으로 셀럽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앤 해서웨이, 글렌 클로즈 등의 할리우드 배우들은 핑크 PP를 입고 칸영화제와 멧 갈라에서 당당한 아름다움을 뽐냈으며, 나오미 캠벨과 지지 하디드 같은 슈퍼모델들은 더없이 선명한 이 색감을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도대체 이토록 사랑받는 컬러를 생각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피촐리에 따르면 “수많은 연구와 약간의 마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칸영화제에서,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프린스 트러스트 갈라(The Prince’s Trust Gala)에서, 지지 하디드(Gigi Hadid).

“핑크 PP는 연구와 필연의 산물입니다. 저의 모든 꿈과 희망, 기분 좋게 하는 모든 것을 하나의 색에 담아냈죠.” 피촐리는 ‘로쏘(붉은색) 발렌티노(Rosso Valentino)’의 유산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표현하는, 영속적인 색상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팬톤 본사와 머리를 맞댔다. 기술적이고 감성적인 협업이었다. 마침내 알맞은 색감의 색소가 나왔을 땐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s)에서, 시몬 애슐리(Simone Ashley).

멧 갈라에서, 니콜라 펠츠(Nicola Peltz).

처음 피촐리가 핑크를 선택한 이유는 이 컬러 특유의 다면적인 속성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발렌티노와 핑크는 많이 닮았다. “핑크는 여림, 관능, 쾌락, 불손함을 모두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예측 불가능한 잠재력이야말로 무표정한 패션 에디터들을 두근거리게 만든 비밀일 것이다. “이 핑크는 모든 문화적 의미에서 자유로워질 때 최고의 매력을 발산합니다. 소녀스러움, 펑크, 이 색을 가장 먼저 사용한 성직자 등 핑크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에서 말이죠. 핑크의 특성은 원하지 않는데도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온화함과 파괴성을 시적으로 은유하기에 완벽한 선택입니다.”

발렌티노 2022 F/W 쇼에서, 젠데이아(Zendaya).

그래미에서, 빌리 포터(Billy Porter).

무대부터 선명한 핑크빛이었던 발렌티노의 2022 F/W 컬렉션. 핑크 레이디로 변신한 젠데이아가 프런트 로에 앉은 이 쇼는 강렬함 그 자체였다. “다른 색이 섞이지 않은 이 핑크는 인체를 탐구하게 만듭니다. 다른 어떤 요소보다 인간을 중시하죠.” 그러면서 피촐리는 자신의 컬렉션을 입은 개개인을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별, 인종, 나이가 아니라 단 하나의 색을 입은 그 인물 자체만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디자인을 더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됩니다. 눈이 하나의 색에만 익숙해진 후엔 실루엣과 옷을 이루는 디테일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쇼타임 TV 시리즈 <더 퍼스트 레이디(The First Lady)> 프리미어에서, 질리언 앤더슨(Gillian Anderson).

베니스에서, 패션 저널리스트 수지 로우(Susie Lau).

레디 투 웨어와 꾸뛰르에서 모두 다양성을 추구하며 패션계의 지평을 넓혀온 피촐리는 결코 밋밋하지 않은 이 색상이 모두에게 잘 어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핑크는 괴짜 기질을 타고났고, 거부할 수 없게 흥미로우며, 문화적으로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괴짜 기질을 좋아합니다. 그건 괴상한 게 아니죠. 핑크를 입으면 누구나 근사해 보입니다. 핑크는 그 옷을 입은 이의 내면의 힘을 밝혀주니까요. 그래서 제가 만드는 컬렉션에는 핑크 제품이 빠지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모두의 예상을 뒤로하고 컬렉션을 전부 핑크로 칠해버렸죠.”

핑크 PP가 패션계에 가져다준 즐거움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이미 팬톤 명예의 전당(Pantone Hall of Fame)에 입성한 발렌티노 레드와 마찬가지로, 피촐리의 핑크는 앞으로 오랫동안 존재감을 발산할 것이다.

Alice Newbold
사진
발렌티노 제공
출처
www.vogu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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