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장을 꿈꾸는 방탄소년단 RM의 추천 전시 3
소장한 작품으로 미술관을 차리겠다는 포부는 대기업 회장님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미술관을 짓겠다는 포부를 내비치지 않았다면 말이죠. RM은 김환기, 윤형근, 김창열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근현대 대표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고, 틈날 때마다 전시장을 찾는 등 한국 작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왔습니다. 이번에 찾은 세 곳 또한 모두 한국 작가의 전시입니다.
<장욱진展>
RM은 반짝이는 유명 전시장만 찾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의 작은 곳도 직접 찾아다니며 학예사들을 감동시키죠. 그가 방문한 용인의 장욱진 고택도 그러합니다. 장욱진 선생은 김환기, 유영국 등과 ‘신사실파’를 결성한 근현대 대표 작가입니다. 고택은 70세였던 1986년부터 1990년 타계할 때까지 머물며 무려 220점의 그림을 그린 공간인데요. 양주의 장욱진 전시관에서 상설 전시를 진행하기 때문인지 그동안 고택에는 방문자의 발길이 뜸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일 RM의 인스타그램에 장욱진 화백의 그림과 고택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왔죠. 현재 고택 근처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서는 <장욱진展>이 열리고 있습니다. 장욱진 작가의 대형 회고전으로 그의 초기작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연대별로 차근히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을 소재로 해와 달, 강, 나무, 호랑이, 자신을 투영하던 학까지 누구보다 자유롭고 소박했던 그의 인생이 그림을 통해 순수하게 드러납니다. RM처럼 화백의 그림으로 눈을 정화하고 고즈넉한 한옥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겨보세요.
<2022년 로에배 재단 공예상>
공예에는 경외심이 깃듭니다. 손으로 만들어낸 극한의 정교함을 보노라면 시간과 노력의 흔적에 두 손과 두 발을 다 들어도 ‘나는 절대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에 사로잡히고 말죠. 그래서 장인이라는 단어엔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명품 브랜드 로에베는 그런 장인과의 유대를 강화한다는 목적 아래 2016년부터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을 진행해왔습니다. 올해는 116개국 3,100여 명의 작가가 지원해 최다 응모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그중 15개국 30개 작품이 결선에 올랐으며, 최종적으로 말총공예 ‘성실한 시간'(2021)을 선보인 정다혜 작가가 우승자로 선정되었죠! 700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의 말총공예가 세계에서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섬세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매 주말 3,000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RM도 그중 한 명이었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전 세계 장인들의 솜씨도 구경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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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s of Yoo Youngkuk>
“산은 내 안에 있다.”
평소 유영국 작가가 자주 했던 말을 인스타그램 피드에 적어놓은 RM.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가의 작고 20주년 기념 전시에 다녀오고 나서였습니다. 시기별 대표작 68점과 드로잉 21점까지 유 작가가 평생에 걸쳐 했던 미학적 시도를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지금껏 유 작가의 작품에 갈증을 느끼던 이들에게는 감동적인 만남의 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16년에 태어나 굴곡진 시대를 온몸으로 맞은 예술가는 지치지 않고 새로운 예술 창작을 위해 도전했고, 그 끝에서 내면에 솟아오르던 산을 보았습니다. 억압과 해방, 전쟁과 분노로 지리멸렬하던 한반도에서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보고야 말았거든요. 그렇기에 그의 추상화에는 강렬하고도 슬픈 메시지가 배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메시지를 느끼게 될까요? 어떤 산이 여러분 마음에 있는지 한번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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