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샤넬 오뜨 꾸뛰르, 관점의 진화

2022.07.22

샤넬 오뜨 꾸뛰르, 관점의 진화

버지니 비아르의 여성적 관점으로 계속 진화하는 샤넬 오뜨 꾸뛰르. 지난 꾸뛰르 쇼의 연장으로 이어진 이번 무대에는 1930년대 마드모아젤 샤넬의 유산이 그대로 녹아 있다.

2022 F/W 오뜨 꾸뛰르 위크에서 이미 보았듯, 오뜨 꾸뛰르는 각 디자이너에게 굉장히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솟구치는 상상력이나 시대정신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 공방 또는 그 공방에 우수한 텍스타일, 액세서리, 장식물 등을 공급하는 푸르니세르(Fournisseurs)의 예술적 기교를 선보이는 쇼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샤넬 하우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의 컬렉션은 고객의 실용적인 요구와 욕구, 그녀 자신의 절충적이면서도 결코 기상천외하지 않은 영감의 원천을 나타낸다. 그녀는 한 컬렉션의 거의 모든 의상에 강력한 새 실루엣을 부여하던 그녀의 멘토 칼 라거펠트처럼 광범위한 표현보다는 완만하게 진화하는 분위기에서 수많은 참조 대상과 열정의 기폭제를 컬렉션에 담아낸다. 예를 들어 이번 컬렉션에서처럼 라거펠트의 밝은 초록과 쇼킹 핑크(비아르가 처음 이 패션 하우스에 합류한 1988년 샤넬 꾸뛰르 쇼에 사용된 컬러) 재킷을 입은 뮤즈이자 모델 이네스 드 프레상주에 대한 근사한 추억, 화이트 타이 이브닝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춤추던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의 사진, 애니 오클리(Annie Oakley)의 19세기 사진, 1920년대의 헐렁한 평상복, 1930년대의 매끄러운 드레스, 1960년대의 단정한 테일러링과 2000년대에 시작된 라거펠트의 생동감 넘치는 인상주의적 스케치를 포함하는 샤넬 아카이브의 참고 자료는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비아르는 프랑스인들이 ‘최고’라 칭하는 그 컬렉션에 이 참고 자료 중 그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이 특별한 그림 같은 트위드를 짠 텍스타일 디자이너와 제조업체, 패션쇼 게스트 시고니 위버가 “움직임이 아름답고 정말 우아하다”며 열광하던 그 완벽한 플리츠 제작에 정통한 드레스메이커의 소재를 통해 진화하는 의상의 출발점이 되어주었다. 이를테면 아스테어가 펄럭이던 옷자락은 종아리 길이 스커트의 멋진 단으로, 오클리의 이미지는 분명하고 적극적인 보디랭귀지를 독려하는 실용적인 포켓이 부착된 던들 스커트로(그리고 어쩌면 튼튼한 가우초 라이딩 부츠로), 이 패션 하우스의 1930년대 아카이브는 가만히 서 있으면 바닥에 닿지만 걸으면 무릎 밑에서 소용돌이치듯 움직임을 연출하도록 재단된 몸에 달라붙는 이브닝 드레스로 해석됐다.

비아르는 이번 가을·겨울 오뜨 꾸뛰르 컬렉션이 지난 쇼의 연장선으로 구상되어 실험의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비아르는 먼저 이번 패션쇼 무대를 위해 봄 꾸뛰르 컬렉션의 구성주의적 세트를 제작한 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청했다. 베이앙은 상징적인 풍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련의 구조물(아치형 구조물, 과녁판, 모빌, 핑크색 재활용 플라스틱 큐브)을 파리 근교 불로뉴 숲(Bois de Boulogne)에 자리한 레트리에 드 파리 승마장의 실외 모래 경기장에 설치했다. 게스트들은 이 구조물을 지나, 블랙, 화이트, 그레이 색상의 움직이는 블록을 설치한 하얀 모래가 깔린 커다란 실내 쇼장으로 입장했다. 이는 이 컬렉션의 일부 작품이 보여주는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와 직선 실루엣의 아르데코풍 멋을 조심스럽게 시사하는 것이었다(그리고 비아르가 블랙과 화이트 스팽글 스트라이프와 막대 구슬로 장식된 우아한 볼레로에 접목시킨 근사한 타로니(Taroni) 실크도 포함하고 있었다).

비아르의 친구 세바스티앙 텔리에르(Sébastien Tellier)가 작곡한 교향곡 스타일의 사운드트랙이 런웨이 한가운데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에 맞춰 흘러나왔다. 샬롯 카시라기와 퍼렐 윌리엄스를 비롯한 다양한 샤넬 피플이 만들어내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런 절충주의는 합성수지를 바른 레이스 등 놀라운 텍스타일을 선보이면서, 똑같은 모티브의 프린트 밑에 음영을 넣은 화이트 튤 트라페즈 드레스의 자수 이파리로 드러났다. 자세히 보면 르사주 공방이 스팽글을 부착해놓은 벨 스커트 모양 코트 드레스의 전면적인 데코 프린트 또는 블랙 시폰에 일일이 부착한 질감을 살린 블랙 트위드 유선형 트렌치 코트를 통해 얼핏 보이던 촘촘한 타조 깃털 등을 통해 이어졌다. 또 비아르는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이 디자인한 유일무이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제작한 ‘1932’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천체’를 주제로 한 목걸이도 사용했다.

안타깝게도 이 서사적인 세트에서 멀찌감치 바라보니 비아르가 쇼 전날 샤넬 공방에서 모델들에게 피팅하며 짚어주던 몹시 아름답던 그 섬세한 디테일이 상당수 사라지고 말았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패브릭과 플리츠의 부드러운 흐름에서 느껴지던 홀릴 듯한 분위기만 남은 채. 그러다 보니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수완으로 달성한 그 효과가 그다지 수고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오뜨 꾸뛰르로 보였던 것이다! (VK)

에디터
손은영
HAMISH BOWLES
Courtesy of
ACIELLE / STYLE DU MONDE
Sponsored by
CHANEL HAUTE COUTURE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