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가 런던을 여행하는 법
민호를 보면 영국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 ‘그녀가 걷는 아름다움은’이 떠오른다. “어둠과 밝음의 가장 좋은 것들이 그의 모습과 눈매에 깃들어 있다.”
피부가 많이 까무잡잡해졌다. 골프의 영향인가.
9할은 그렇다.
평소 여행 스타일을 보면 성격이 보인다. 런던에서 화보 촬영 후 빈틈없이 스케줄을 짜서 다녔다고 들었다. 하루에 2만 보씩 걸었다고.
전체적인 틀은 있는데 사실 계획형은 아니다.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타입이다. 같은 장소라도 나이가 들고 생각이 바뀌어 찾으면 다르게 보인다.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예전에 갔던 장소도 가봤고 궁금했던 새로운 장소를 찾기도 했다. 맑은 하늘이었다가 갑자기 비가 오곤 하는 런던 특유의 분위기, 이층 버스까지 다 그대로인데 나 자신이 바뀐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스스로 성장했구나 생각도 했다.
갤러리도 여러 곳을 찾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길 즐긴다. 작품을 봤을 때 나만의 느낌과 새로운 생각이 드는게 좋다. 가만있을 때는 들지 않던 생각이 그곳에서는 떠오르니까. 로열 아카데미에서 전시 중인 ‘Summer Exhibition’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영화 <뉴 노멀>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어떤 점에 끌려 선택한 작품인가.
서스펜스 영화이고 해보지 않은 장르라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스포가 될 수 있지만, 갑자기 나도 모르게 나오는 공포 심리를 감독님이 아주 잘 표현하셔서 내가 연기하면 어떤 그림일까 궁금했다.
여러 배우가 각자의 공간에서 휴대폰을 보며 혼자 밥을 먹는 장면이 이어지는 예고편을 봤다. 대단히 현실적인 서스펜스물이 아닐까 싶은데 인간의 어떤 심리에 다가갔을까.
공포라는 느낌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편안하다. 정말 나의 일상에서 생길 법한 에피소드라서 쉽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가볍게 보다가 깜짝 놀랄 영화다.
여름 한복판에 선보이는 서스펜스 영화다. 당신이 생각하는 서스펜스 영화의 미덕은.
마치 깔때기를 꽂듯이 구석으로 몰고 가지 않나. ‘이렇게 될 거 같아’ ‘이런 거 아냐?’ 생각하며 보게 되는데 그러다가 일어나는 반전이 매력이다.
단순히 단어로 떼놓고 봤을 때, ‘뉴 노멀’은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변화를 상징한다. 당신에게 새롭게 생긴 뉴 노멀이 있다면.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예전에는 숙소 생활을 하기도 해서 내가 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군대에 다녀오면서부터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다 보니 내가 이런 걸 할 줄 알았구나 싶고, 혼자 살다 보니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늘고 있다.
살림의 가치를 깨달을 때,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지는 느낌이 찾아온다.
맞다. 예전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해보니 그 안에서 느끼는 뿌듯함, 성취감, 만족감, 힐링이 있다. 어렵지 않지만 어려운 느낌이기도 하다. 가끔 들르는 어머니는 도대체 뭘 치웠냐 하신다. 1시간 전과 똑같다고(웃음).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도 공개 예정이다. 지우민 역을 맡았는데 ‘열정 빼곤 모든 것을 다 갖춘 프리랜스 리터처’다. 열정 빼곤 설명이 안 되는 당신인데 느슨한 태도가 몸에 잘 붙던가.
나와 다른 점을 생각하며 표현하니 재미있더라. 열정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목표 의식을 숨기려는 캐릭터다. 그런 설정이 있다 보니 어렵지 않게 촬영했다. 감독님, 스태프분들, 배우들과 호흡도 좋았다.
<더 패뷸러스> 배경이 패션업계다. 수년간 뮤지션과 배우로 활동하면서 당신만의 패션 스타일과 철학이 생겼을 텐데.
항상 생각한다. 무조건 심플한 게 베스트라고. 깔끔한 옷을 소화하는 사람이 최고라고 여긴다. 너무 여러 가지 옷을 입다 보니 이런 결론에 이른 것 같다.
평소 입는 옷은 대부분 검은색이라고 들었다.
밝은색 옷이 거의 없다. 사실 내가 밝은 컬러 옷을 입으면 너무 튄다(웃음). 어딜 가서 튀면 안 되는데 너무 튀니까. 그리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더욱더 어두운색을 선호하게 됐다. 워낙 무대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다 보니 일상복까지 화려하면 마치 무대에서 방금 내려와서 밥 먹으러 가는 느낌(웃음)? 일의 연장 같아서 구분하고 싶기도 하다.
옷장을 열면 펼쳐지는 풍경을 묘사한다면.
남들 눈에는 다 똑같은 재킷인데, 내 눈에는 디테일이 다르다(웃음). 비슷한 느낌의 옷이 사실 엄청 많다. 일단 97% 정도가 검은색과 흰색. 97% 중 70%가 검은색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외의 색깔은 액세서리일 거다. 그나마 요새 골프에 빠져서 골프 브랜드 옷은 화려한 색깔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색깔이 들어간 옷이 몇 벌 있다.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걸 알게 되는 점을 연기의 미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더 패뷸러스>는 어땠나.
익숙하지만 100% 알지 못했던 패션업계의 디테일을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 그리고 OTT 시대를 맞아 촬영 환경이나 시스템도 많이 바뀌어 빠르게 흡수하고 적응해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오늘 찍어서 내일 방송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찍고 바로 편집해 모니터링하며 필요하면 추가 촬영을 한다. 배우 입장에서는 행복한 환경이다. 부담이 조금 덜한 느낌이다.
예전에는 연기를 잘하기 위해 일상적인 것을 의도적으로 접하려고 했다.
한정적인 환경을 항상 노력으로 채우려고 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전환이 됐다. 뭐든 다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쉬면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도움을 준 분들이나 가족과 시간을 갖는 식으로 바뀌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당신에게 끼친 영향이 있다면.
요즘 작품을 고르고 있어서 책(대본)을 굉장히 많이 읽고 있다. 말하자면 여유라는 단어를 활용할 줄 알게 됐다. 전에는 빡빡하게만 나를 몰고 갔는데 일상에서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찾아야 하는 직업이니 여유를 갖고 나를 한 단계씩 알아가고 있다. 몰랐던 부분도 배우고,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모든 일이 그저 재미있다. 배우란 정말 좋은 직업이다. 그리고 멈출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됐다. 일을 하지 않고 쉬면 불안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시간이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연기를 통해 달라진 것도 있지만 군 복무 기간이 도움이 됐다. 스스로에 대해 복습하고 연습하고 미래도 그려보는 시간을 보낸 후 앨범과 작품 활동을 하니 확실히 새로웠다. 전보다 편해지고 노련해진 느낌이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진 듯하다.
연기는 하는 대로 성과가 나오는 영역은 아니지만, 원하는 바에 다가서는 듯 보인다.
예전에는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이 한 번 생각해야 나왔다면 지금은 조금 더 편안하게 나올 수 있게 됐다. 경험이 쌓여서일 것이다. 비유하자면 자동차를 처음 탈 때는 시동 거는 것도, 에어컨 트는 것도, 의자를 조정하는 것도 어색하고 어렵잖나. 그런 것들이 이제 익숙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눈길이 가는 작품은.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흥행 여부보다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최우선으로 한다. 나 스스로도 그런 이야기에 영향을 받는 편이고,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최민호 설명서가 있다면 첫 장에 ‘건강한 정신을 가진 열정 가득한 청년’이라고 적혀 있을 것이다. 한결같은 이유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라왔다. 부모님 영향이 가장 크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그랬고 당연히 지금도 그렇다.
승부욕의 크기도 여전한가.
커지면 커졌지 줄지는 않았다(웃음).
오랜 멤버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키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함께했을 때 그런 면이 부각되곤 한다. 키와의 관계를 당신의 언어로 정의한다면.
서로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이. 각자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다른 사람이 맞을 수도 있구나 알게 해준 친구다. 그런 면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둘 다 고집이 미친 듯이 셌는데 그 고집을 서로가 꺾은 거다.
엄청 다르지만 서로 ‘리스펙’하는 지점이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있는데 어릴 때는 인정하기 싫어서 다퉜다면 지금은 다름을 인정하고 리스펙하기 때문에 더욱더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싸운다. 아마 평생 싸울거다(웃음).
지난해 12월에 오랜만에 솔로곡 ‘Heartbreak’를 발표했다. 샤이니의 일원이 아니라 솔로곡에만 담기는 당신의 정체성에 대해 말해달라.
사실 팬분들을 위한 무대를 준비해야겠다 싶어서 낸 곡이었다. 아직 나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만한 앨범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앨범이 나온 후에 얘기하겠다.
뮤지션으로서 세계는 어떻게 확장하고자 하나.
아무래도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보려 한다. 팀에서 보여드리지 않은 색깔, 나만 보여줄 수 있는 색깔, 그런 색깔을 찾고자 한다. 사실 난 어디에 꽂히는 편은 아니다. 물론 하나에 몰두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지만 굉장히 다양한 걸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열어두려 한다.
지난해 발매한 7집 <Don’t Call Me> 활동은 샤이니가 아이돌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활동할 그룹이라는 가능성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멤버들과 샤이니의 미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입을 모아 얘기하는 건 ‘건강관리를 잘하자’다. 그래야 무대도 계속 할 수 있고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다. 우린 공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새로운 앨범을 내고 같이 모여서 땀 흘리는 걸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잘하자고 늘 얘기한다.
샤이니의 음악은 대중적이면서도 K-팝의 혁신적인 면이 공존한다.
항상 생각하는 지점이다. 한편 대중적인 음악은 뭘까 많이 고민한다. 결국 샤이니만의 색깔로 표현했을 때 좋아해주시면 그게 또 대중적인 것이라 생각해서 항상 우리 색깔을 유지하는 걸 제일 중요하게 본다. 우리만 할 수 있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고 풀어내는 게 숙제다.
데뷔 때와 비교하면 K-팝 위상이 달라졌다. 변화 가운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나.
CD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바뀌는 중간 시점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시장의 변화는 항상 느끼고 지금도 더 크게 느낀다. 여러 측면을 다 알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는 것 같다.
골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한다. 결국 골프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잡힐 것 같지 않게 좇고 있기는 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웃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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