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웨딩 트렌드! 핑크 드레스를 입은 신부들
전통적인 화이트 웨딩드레스의 시대가 점점 지나는 것 같습니다. 쿨한 신부들이 ‘강렬하고, 도발적이며, 페미닌한’ 핑크 룩에 연신 “Yes”를 외치고 있죠. 웨딩계에 불고 있는 핑크의 역습이 ‘#바비코어(Barbiecore)’ 트렌드의 영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핑크 웨딩드레스 트렌드는 이제껏 핑크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으니까요.
에이전시 매니저로 일하는 올리브 유니애크(Olive Uniacke)는 결혼식 18개월 전, 핫 핑크 웨딩드레스를 골랐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평소와 정반대로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사실 ‘드림 웨딩드레스’ 같은 건 없었어요. 하지만 컬러가 들어갔으면 했어요. 과감하고 모던하면서 뭔가 다른, 저만의 컬러요!”
그녀는 마리옹 코티아르가 착용한 라프 시몬스의 디올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스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런던 꾸뛰르 부티크와의 작업을 통해 쇼킹한 핑크 컬러와 모던한 실루엣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드레스가 탄생했죠. 사실 올리브는 핑크 컬러의 옷을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가족이 소유한 런던의 19세기 저택에서 데인 엔슬리(Dane Ensley)와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는요. “그래서 이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 여러 가지 의미로 ‘중요한 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올리브가 심사숙고해 고른 강렬한 핑크 컬러 원단이 손상된 채로 배송되면서 디자인 과정에서 차질이 생긴 거죠. 대체할 원단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 팬톤에서 ‘핑크 PP’라고 명명한 핫 핑크 컬러의 소재 전량을 발렌티노의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2022 F/W 컬렉션에 사용해버린 겁니다. 올리브는 계획하던 핑크 컬러와 같은 색의 프라다 웨딩 슈즈를 준비했지만, 결국 더 밝은 웨딩드레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웨딩 당일엔 오히려 그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한결 환한 드레스 컬러 덕분에 다른 주얼리나 화려한 헤어, 메이크업이 전혀 필요 없어졌거든요. 준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5분. 결혼식을 위해 교회로 가기 전 친구와 1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할 정도로 여유롭게 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죠.
그런가 하면 아트 디렉터 안나 로즈(Anna Rhodes)는 항상 핑크색 웨딩드레스를 머릿속에 그려왔습니다. 그리고 2022년 S/S 시즌 세실리에 반센 런웨이에서 경쾌한 드레스를 보았을 때 바로 알 수 있었죠. 자신이 어릴 적부터 꿈꿔온 바로 그 드레스라는 걸요. “고민할 것도 없었어요. 너무 과한 느낌 없이 아주 로맨틱한 컬러죠.” 사실 로즈는 덴마크 디자이너 세실리에 반센의 오랜 팬이기도 했습니다. 페미닌하면서도 터프한 느낌이 그녀와 닮았다고 느꼈으니까요. “그 드레스가 제가 원하는 느낌과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했어요. 편안하면서도 아주 특별하고 독특한 걸 원했거든요.”
로즈가 솜사탕 컬러의 웨딩드레스를 구하게 된 스토리는 드레스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로즈가 원하는 마틀라세 오간자(Matelassé Organza) 실크 드레스는 영국에서 단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그녀는 도무지 그 드레스를 찾지 못하고 있었죠. 그때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로즈가 관심 있을 만한 새로운 샘플을 구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드레스를 찾지 못해 실망한 채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 갔어요. 그런데 ‘그 드레스’가 기다리고 있었죠. 정말이지 완벽했어요!” 그날은 2020년 발렌타인데이였습니다.
브루턴의 하우저 & 워스(Hauser & Wirth) 갤러리에서 열린 로즈와 프레드 스콧(Fred Scott)의 결혼식은 두 번이나 미뤄졌지만, 드레스에 대한 로즈의 확신은 변함없었습니다. 결혼식 당일 세실리에 반센의 솜사탕 컬러 웨딩드레스를 입고 아이스 화이트 색깔의 액세서리로 신부의 느낌을 강조한 로즈는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경쾌한 디자인의 세라믹 굽을 더한 자크무스의 마노스크 샌들, A M 포크너의 폴카 도트 베일, 쉬림프의 안토니아 백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죠. 로즈와 반대로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핑크색 화관을 쓴 천사 같은 화동도 결혼식에 낭만을 더했고요. “솔직히 말하면 드레스를 벗기 싫더라고요.”
봉쇄 조치가 한창일 때 결혼 계획을 세운 반항적인 신부 해리엇 홀(Harriet Hall). 그녀는 약혼반지보다 웨딩드레스를 먼저 결정할 정도였습니다. 2019년 F/W 시즌 런웨이를 휘감는 몰리 고다드의 핑크 튤의 향연에 눈을 떼지 못하던 해리엇은 즉시 친구에게 “나 이 드레스 입고 결혼할 거야”라고 문자를 보냈죠.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해리엇은 자신이 신부라는 사실이 어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밝은 튤의 드레스가 해리엇의 마음을 녹이기 전까지는요.
“저는 우아한 차분함 같은 게 결여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결혼식 날 한 마리의 백조가 되는 것처럼, 신부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차분함이요. 하지만 이 드레스는 기존 웨딩드레스와 달리 아주 대담했어요. 하얀 드레스가 상징하는 순결, 아내로서의 복종, 태연함 같은 모든 것을 거부하는 것처럼요. 아주 요란하고 시대를 거스르는 드레스였죠.” 결국 웅장한 진주 헤어밴드와 시몬 로샤의 클러치 백을 더해 최종 웨딩 룩이 완성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밀레니얼 세대였다면 입었을 법한 옷이죠!”
또 다른 팬데믹 시기의 신부 찰리 포터(Charlie Porter) 역시 캐롤리나 헤레라의 핑크색 폴카 도트 드레스를 택했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웨딩드레스를 찾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매치스패션’에서 급하게 구매를 반복하던 참이었는데, 캐롤리나 헤레라의 드레스를 보고는 바로 확신이 들었습니다. 다른 드레스를 받았을 때 실망감을 느낀 것과는 반대로 말이죠.” 팬데믹으로 규제가 많은 가운데 런던에서 스몰 웨딩을 앞둔 포터는 약간 우울한 상태였지만, 그 드레스를 입자마자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드레스였습니다.
네 쌍의 결혼식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가 전통적인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아닌, 장밋빛 웨딩드레스를 선택했다는 사실이죠. 포터는 진정한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드레스를 입을 때마다 뭔가 맞지 않다고 느꼈어요. 제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전형적인 ‘신부’의 모습 대신 진정한 저를 느끼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또 다른 신부 자메이카 월든(Jamaica Walden) 역시 지난여름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의 004 스트로베리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이 드레스는 오래전 결혼식 때 생동감 있는 핑크 컬러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어머니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습니다. 현재 자메이카의 남편이 된 배리 모티어(Barry Mottier)는 아내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자메이카가 정의하는 ‘진정한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한 그녀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죠. 두 사람이 평생을 약속하는 날, 모두가 가져야만 하는 모습과 태도가 있다면, 두 사람은 정확히 그대로였습니다. 고정관념이나 누군가의 시선, 전통에 얽매이는 것 대신, 진정한 그들 자신이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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