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이너, 패션 뉴 월드!

2022.09.09

완전히 새로운 디자이너, 패션 뉴 월드!

미스 소희의 박소희, 굼허의 허금연, 준태 킴의 김준태. 이 젊은이들이 런던과 서울을 왕복하며 개척하는 완전히 새로운 패션 세상, 우리가 몰랐던 눈부신 곳!

한국적 요소가 가득한 드레스는 미스 소희(Miss Sohee).

조형적 실루엣의 가죽 재킷과 팬츠는 준태 킴(Juntae Kim).

핑크와 화이트의 조화가 돋보이는 퍼 베스트는 굼허(Goomheo).

유연하게 흐르는 실크 가운과 드레스, 슈즈는 미스 소희(Miss Sohee).

코르셋 형태를 차용한 데님 재킷과 팬츠는 준태 킴(Juntae Kim).

런던 북쪽에 자리한 미스 소희 작업실에서 만난 디자이너 박소희와 그녀의 반려 토끼 뭉치.

<보그 코리아>와 나누는 첫인사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디자이너 박소희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했고,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된 졸업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뒤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지금은 내 이름을 딴 브랜드 ‘미스 소희(Miss Sohee)’를 운영하고 있다. 미스 소희는 장인 정신이 담긴 꾸뛰르,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브랜드다.

브랜드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데뷔해서인지,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바로 브랜드명이 됐다. 어릴 때 나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을 그리곤 했는데, 그 캐릭터 이름이 미스 소희였다. 이제는 본명 박소희보다 미스 소희로 더 많이 불린다.

미스 소희는 한 벌 한 벌이 작품에 가깝다.

학창 시절 우연히 TV를 통해 오뜨 꾸뛰르 쇼를 처음 봤다. 꾸뛰르를 통해서라면 내 상상을 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진학했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꾸뛰르에 초점을 맞춘 작업에 몰두했다. 디자이너가 된 지금도 꾸뛰르 기술과 디테일을 바탕으로 내 상상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요즘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나?

런던에서 새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작업실이 런던 북부에 있는데, 무드보드와 스케치, 실험 중인 샘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최근엔 컬렉션 영감을 얻기 위해서 센트럴 세인트 마틴 도서관에 자주 갔다. 찰스 제임스의 책과 존 갈리아노 시절의 디올 책을 재미있게 보는 중이다. 그리고 런던의 빈티지 매장에서 영감을 얻을 만한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하고 있다.

2022 F/W 컬렉션은 무척 인상 깊었다.

한국 민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컬렉션을 준비하며 할머니 댁에 있던 전통 자수 작품과 민화가 그려진 책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민화와 전통 자수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디테일과 색채에 매료됐다. 그래서 미스 소희를 상징하는 조형적 실루엣의 드레스에 민화에 나온 까치와 호랑이, 사슴, 나비, 파도, 모란도, 해, 달, 별, 구름 등을 모티브로 한 자수를 한 땀 한 땀 수놓았다. 돌체앤가바나의 후원을 받아 밀라노에서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많은 사람이 한국 민화의 아름다운 매력에 공감해 정말 기뻤다.

미스 소희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브랜드를 론칭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디자인만 하던 내가 주위 도움 없이 브랜드를 이끄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셀러브리티와 특별한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불과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것을 접하며 성숙해졌고 좀 더 지혜로워진 것 같다.

당신에게 런던과 서울은 어떤 의미인가?

런던에서 벌써 7년째 생활한다. 처음 런던에 왔을 땐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런던 특유의 분위기를 체득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지금의 박소희가 완성됐다. 서울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편안하고 어딘가 그립기도 하다. 미스 소희는 런던을 기반으로 한 꾸뛰르 브랜드지만 서울에서 자란 나의 정체성이 투명하게 반영됐다.

최근 관심사는 뭔가?

스튜디오에 새 가족이 생겼다. 이름은 ‘뭉치’, 흰 토끼다. 낮잠 자는 걸 좋아하고 호기심이 매우 많은 친구다. 스튜디오에서 팀원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

미스 소희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나열한다면?

환상, 아름다움, 순수함, 상상력.

박소희를 구성하는 것은?

감성과 이성.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땐 몽상가처럼 생각의 늪에 빠진다. 그럴 땐 스케치북이나 아이패드에 드로잉을 하며 내 생각과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렇지만 비즈니스에 임할 때는 철저히 현실을 고려한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것. 단,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아름다운 옷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지난 시즌에는 여러 종류의 지속 가능 원단으로 꾸뛰르 컬렉션을 만들었다. 한산 모시를 이용해 자수 아플리케를 시도했다. 한산 모시 외에도 아바카(바나나와 같은 파초과 식물)로 만든 원단과 업사이클링 소재도 활용했다. 늘 지속 가능한 방향을 고민하며 매 시즌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궁금하다.

영감이 떠오르고 컨셉을 정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대부분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다.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디테일이나 소재는 전체 조화를 살핀 뒤 선택한다. 그런 뒤 체스를 두는 것처럼 팀원들에게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 어떻게 제작할지 계획한 다음 제작에 돌입한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전 과정 중 일부에 불과하고, 내 아이디어를 가장 유사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과 품질을 높이는 것에 최대한 집중한다.

미스 소희의 전환점이라고 한다면?

돌체앤가바나와 함께 작업하며 여러 부분에서 멘토링을 받았다. 그때 얻은 피드백과 조언이 미스 소희에 아주 값진 경험이자 자원이다.

앞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은?

9월 24일부터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서 <한류! 코리안 웨이브(Hanllyu! The Korean Wave)>전에 참여하기 위해 데뷔 컬렉션의 ‘만개한 소녀’ 드레스를 박물관에 기증했다. 영감을 받기 위해 자주 방문하던 박물관에 내 작업이 전시된다는 것이 설레고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네타포르테와 최초로 커머셜 파트너십을 맺게 돼 미스 소희의 첫 레디 투 웨어 라인을 론칭한다. 많은 사랑을 받은 컬렉션 피스를 레디 투 웨어로 재해석한 캡슐 컬렉션이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와도 협업하고 있다. 특히 남자들이 주목하는 분야이기에 미스 소희와 함께 한 작업을 공개할 때의 반응이 매우 기대된다.

미스 소희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본질이나 목표가 있다면?

미스 소희를 입는 것이 누군가에게 하나의 경험이 되면 좋겠다. 독특한 색감의 원단과 섬세한 디테일이 담긴 자수, 자수에 담긴 이야기가 미스 소희를 특별하게 만든다. 여자가 더 아름다워지고 당당해질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인을 이어가고 싶다.

수직으로 흐르는 타이 장식이 인상적인 재킷과 팬츠, 부츠는 굼허(Goomheo).

동그란 형태감의 재킷과 팬츠, 버건디 슈즈는 준태 킴(Juntae Kim).

기하학무늬가 새겨진 재킷과 팬츠, 검은색 부츠는 굼허(Goomheo).

퍼 장식 코트, 보라색 패딩 재킷과 스커트, 패딩 타이츠, 검은색 부츠는 굼허(Goomheo).

<보그 코리아>와 첫 만남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남성복 브랜드 굼허(Goomheo)를 이끌고 있는 허금연이다. 2011년부터 런던에서 생활한다. 석사 졸업 컬렉션을 마치고 2020년 2월, 2020 F/W 컬렉션으로 런던 패션 위크에 데뷔했고, 패션 이스트(Fashion East)의 후원을 받아 네 번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브랜드명은 어떤 의미인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파운데이션 코스를 밟을 때, 교수님 중 한 분이 한국 이름인 ‘허금연’을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굼(Goom)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후 ‘굼’이 이름이 되어 영국에서 만난 친구들과 지인들은 모두 나를 굼이라 부른다. ‘굼’에 내 성을 더해서 굼허(Goomheo)라는 브랜드명을 정했다.

여성복을 전공하다 남성복으로 전환했다.

세인트 마틴 학사 2학년을 마치고 1년간 파리 겐조 쇼룸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당시 프린트/텍스타일 쪽을 지원했는데 어쩌다 보니 남성복 헤드 디자이너와 인터뷰하게 됐다. 그리고 남성복 파트에서 인턴으로 있으면서 남성복을 접했다. 인턴십을 마칠 때쯤 학사 졸업 컬렉션을 남성복으로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현재는 어디서 뭘 하고 있나?

한국에 잠시 다녀온 후 런던에서 2023 S/S 컬렉션 마무리 작업 중이다.

2022 F/W 컬렉션이 궁금하다.

2022 F/W 컬렉션 ‘Infinite Glacier’를 처음 구상할 때 세 단어 ‘Icy, Cold, Stiff’를 생각하면서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 ‘꽁꽁 얼어붙을 것 같은 설원에 어떤 사람이 있다. 그는 어떤 옷을 입었을까’라고 생각하며 디자인을 시작했다. 다양한 컬러와 유니폼, 밀리터리 디테일과 1950년대 여성복 디테일을 함께 쓰면서 성별의 경계와 제한이 없는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다.

굼허의 옷은 성별을 초월한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다. 나조차도 쇼핑할 때 여성복보다 남성복을 구입할 때가 많고 옷을 디자인할 때도 성별보다 컬렉션마다 떠오르는 상상 속 캐릭터와 무드에 기반을 둔다. 그렇기에 한 컬렉션에도 다양한 옷이 존재하는 듯하다. 가끔 사람들이 남성복인지 여성복인지 묻곤 하는데 그 지점이 무척 흥미롭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학사와 석사 프레스 쇼에서 모두 우승했다. 그리고 최근엔 2022 LVMH 프라이즈 세미파이널리스트에까지 올랐다.

학사와 석사 프레스 쇼의 우승은 정말 타이밍이 좋았고 운도 따랐다. 분명한 것은 두 번의 프레스 쇼와 굼허로 선보인 컬렉션 모두 온전히 즐기면서 내 색깔과 취향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내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즐기면서 감정과 취향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만들었다. 덕분에 컬렉션을 만들 땐 늘 설레고 긴장되고 벅차다.

당신에게 런던과 서울은 어떤 의미인가?

런던은 내가 20대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도시다. 그래서 사실 한국보다 편하다. 잠시 미국에서 보낸 고등학교 3학년 때와 지금의 런던 생활을 제외하면 삶의 모든 순간을 경남 진주에서 보냈다. 진주에서 나고 자라서 서울은 낯설지만 늘 궁금한 도시다. 요즘은 한국에 갈 때마다 고향인 진주보다 서울에 자주 머문다. 내가 작업에 응용할 수 있는 다채롭고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해 보물 창고처럼 느껴진다.

굼허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나열한다면?

Surreal, Bold, New Vision of Masculinity.

그렇다면 허금연의 구성 요소는?

런던, 영감을 주는 친구들, 한국.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지난 시즌에 비해 하나라도 새로운 것이 있는지 고민한다. 이를 기반으로 확실한 비주얼이 떠오를 때까지 조사하고 어느 정도 자료가 모이면 디자인한다. 그 후 가봉과 디자인 개발을 거쳐 컬렉션을 완성한다. 굼허는 인턴들과 파트타임 프리랜서로 일하는 패턴사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혼자 운영하는 브랜드이기에 혼자 결정해야 할 때가 대부분이다. 내 취향을 믿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따르면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는 나조차도 헷갈리고 망설일 때가 많다. 그런 순간이면 함께 일하는 인턴들과 패턴사, 신뢰하는 친구 몇 명에게 묻고 함께 결정한다. 그들이 없다면 지금의 굼허는 없을 것이다.

굼허의 터닝 포인트는?

학사 졸업 컬렉션. 졸업 쇼에 서게 될지, 상을 받을지 전혀 몰랐지만 졸업 컬렉션을 하면서 처음으로 내 브랜드를 꿈꿨다. 그 전에는 막연히 런던이나 파리의 패션 하우스에 취직해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졸업 컬렉션을 만들고 쇼를 준비하면서 내 컬렉션 론칭의 꿈을 키웠다.

굼허의 미래는 어떤가?

아직 공개할 순 없지만, 특별한 브랜드와 협업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굼허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본질이나 목표가 있나?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새롭고 신선한 디자인을 목표로 하되 작업하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긴장감은 잃고 싶지 않다.

런던 동쪽의 굼허 작업실에서 만난 디자이너 허금연(왼쪽에서 두 번째)과 그녀와 함께 작업하는 패턴사와 인턴들.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호랑이 자수 드레스와 녹색 가운, 진주 귀고리와 목걸이는 미스 소희(Miss Sohee).

데님 재킷과 셔츠, 웨스턴 디테일을 더한 데님 팬츠, 베레모, 이그조틱 레더 슈즈는 준태 킴(Juntae Kim).

디스트로이드 데님 재킷과 셔츠, 웨스턴 디테일이 돋보이는 데님 팬츠, 버건디 슈즈는 준태 킴(Juntae Kim).

몸의 형태를 감싸는 재킷과 드레스, 슈즈는 미스 소희(Miss Sohee).

서울 신사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디자이너 김준태.

<보그 코리아>와 처음 만나는 자리다.

나는 영국과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준태 킴의 디자이너 김준태다.

브랜드명이 디자이너의 이름이다.

특정한 단어를 포함하기보다 내 이름을 거는 것이 디자인할 때 자유로울 수 있다고 여겼다. 내가 이전에 좋아하던 것과 지금 좋아하는 것, 앞으로 좋아할 것들을 매 시즌 준태 킴에 반영한다. 특별한 의미 없이 내 이름으로 브랜드를 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대중에게 소개하기에 더 설득력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엔 여성복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 4년간 여성복을 전공했다. 당시에는 기성복을 만드는 것보다 이브닝 재킷이나 코르셋, 꾸뛰르 드레스처럼 제작 기간이 길고 시각적인 면이 중요한 작품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곧장 브랜드를 론칭하기에는 준태 킴만의 정체성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원에 진학했고, 기능성을 바탕으로 한 남성복을 전공했다. 한국과 영국에서 8년 가까이 패션을 공부하며 습득한 기술이나 노하우, 미적 기준이 문득 남성복과 여성복 사이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지점이 누구도 갖지 못한 나만의 정체성이라고 판단했다. 그 순간부터 준태 킴을 시작했다.

준태 킴의 옷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모든 것이 의도된 결과다. 준태 킴의 슬로건은 ‘Unraveling Binary Constructions’다. 직역하면 ‘묶인 이분법적 구조를 풀어낸다’는 뜻이다. 젠더나 인종 같은 이분법적 구조를 옷이라는 매개체로 풀어내고 준태 킴의 디자인으로 다양성을 표현하고 싶다는 의미다. 그로 인해 준태 킴은 통상적으로 여성복 패턴에서 쓰이는 길이나 실루엣에 남성복 디테일을 조합해 완성한다. 패턴 개발은 준태 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옷을 완성했을 때 입는 사람의 성별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시각적 조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지내나?

잠시 서울에 머물고 있다. 평일에는 2022 F/W 컬렉션 준비와 9월에 공개할 2023 S/S 시즌의 샘플 개발과 아트 디렉션에 집중한다. 주말에는 주로 쉬거나 여자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가보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다닌다.

9월에 공개할 2023 S/S 컬렉션이 궁금하다.

주제는 ‘The Garden Punk’다. 어릴 때부터 관심 있던 펑크나 히피 같은 서브컬처가 주를 이룬다. 자료 조사 중 펑크 록 밴드가 정원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따뜻한 정원에서 자유를 외치며 노래하는 펑크족의 모습이 이질적인 듯 조화롭다고 느꼈다. 게다가 펑크 룩은 성별의 경계가 모호해 더 흥미롭다. 펑크 룩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 요소에 나만의 절개 방식과 테크닉, 디테일, 실루엣, 스타일링을 더했다.

리바이스 협업에 이어 여러 매체와 셀러브리티의 사랑을 받고 있다.

디자인할 때 특정 인물이 내 옷을 입는 상황을 떠올리진 않는데, 그 과정에서 ‘이 옷은 누가 꼭 입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그들에게 연락이 왔다. 리바이스와 협업도 마찬가지였다. 데님 브랜드와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무렵, 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리사이클링 프로젝트에 선발돼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 음악이나 문화, 옷 등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준태 킴에 투영했고 동시대적 해석까지 더해 좋은 기회로 이어졌다.

당신에게 런던과 서울은 어떤 의미인가?

런던과 서울은 너무 다른 도시지만 두 곳 다 정말 사랑한다. 런던은 이상적이고 서울은 현실적이다. 영국에 가면 더 다양한 문화와 인물을 접할 수 있어 준태킴이 추구하는 다양성과 포용성 면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반면에 서울은 그 영감을 현실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곳이다. 런던과 서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순간이 매우 소중하다. 앞으로도 내가 사랑하는 두 도시를 넘나들며 준태 킴의 여러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

최근 주목하는 것은 무엇인가?

2023 S/S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사춘기에 즐겨 듣던 1970~1990년대 록 밴드의 음악과 당시의 서브컬처에 빠졌다. 라몬즈(Ramones),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이글스(The Eagles),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같은 밴드의 공연 영상을 찾아보거나 그들의 빈티지 굿즈나 LP 등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낸다. 전설의 페스티벌 우드스탁 영상과 관련 서적도 살펴봤는데, 언젠가 글래스턴베리(Glastonbury) 같은 페스티벌에 가보고 싶다. 록 밴드와 함께 옷이 아닌 무언가를 같이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준태 킴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나열한다면?

Original, Bold, Elegant, Classic and Romantic!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나만의 실루엣이나 디테일을 개발한다. 디자인 대부분은 17세기부터 19세기의 유럽과 동양의 갑옷, 꾸뛰르 드레스, 코르셋 같은 역사적인 의상의 구성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에 자주 쓰인 꾸뛰르 기법이나 수공예, 재봉 방식이나 절개법을 레이저 커팅이나 엠보싱, 워싱, 실크 스크린 같은 현대 기술로 재현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시절의 의복은 대체로 몸을 조이는 실루엣이므로 그 형태는 유지하되 더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패턴을 개발한다. 이런 과정에서 남성복과 여성복을 이루는 규칙이 보인다. 이를 배제하고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매료되는 준태 킴만의 아름다운 선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옷을 만드는건 결국 시각적 균형을 조화롭게 창조하는 일이다. 과거의 의복 구성을 현대 의상에 적용하며 새로운 아름다움의 기준을 제시하는 게 준태 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준태 킴에 특별한 전환점이 있나?

팬데믹 시기와 지금. 팬데믹이 시작될 때가 브랜드를 론칭할지 회사에 들어갈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동안 나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대학원 졸업 컬렉션으로 큰 관심을 받은 덕분에 준태 킴을 시작했고, 막막하게만 여겨졌던 그 시간이 확실한 전환점이 되어 너무 소중하다.

준태 킴의 미래에 가장 기대되는 것은?

9월에 2023 S/S 컬렉션을 공개하고, 연말에는 몇몇 해외 어워즈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에 협업 컬렉션도 공개할 예정이다.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와 함께 준태 킴의 메인 아이템인 다운 재킷과 데님을 주력으로 한 협업이다.

준태 킴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본질이나 목표가 있다면?

단순히 젠더리스 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라고 칭하는 것을 넘어서 성별, 젠더, 인종, 계급 등 모든 종류의 경계를 뛰어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특정 집단을 위한 옷보다 늘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인종이나 젠더 같은 사회 이슈를 늘 공부한다. (VK)

과거의 의복 구성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재킷과 팬츠, 갈색 슈즈는 준태 킴(Juntae Kim).

인어 비늘이 떠오르는 환상적인 드레스와 목걸이, 귀고리는 미스 소희(Miss Sohee).

퍼 장식이 돋보이는 코트와 버건디 컬러 부츠는 굼허(Goomheo).

커다란 리본이 달린 녹색 가운과 섬세한 자수가 돋보이는 보라색 가운, 진주 귀고리와 목걸이는 미스 소희(Miss Sohee).

포토그래퍼
박배
패션 에디터
신은지
모델
조안 박(미스 소희), 루루(준태 킴), 이상건(굼허), 서원(준태 킴), 레아(Rea@MiLK/굼허), 제나(준태 킴), 레이 카베이(Rei Kabei@Select/미스 소희), 이정문(미스 소희)
헤어
히로카즈 엔도(Hirokazu Endo/미스 소희, 굼허), 이은혜(준태 킴)
메이크업
마치코 야노(Machiko Yano/미스 소희, 굼허), 안세영(준태 킴)
박인영
박인영(Visu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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