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소통하는 패션 브랜드
‘패션’이라는 단어에는 늘 현재성이 존재합니다. 패션 브랜드들은 현재 기조에 맞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하거나 아이덴티티를 변화시키며 시대와 소통하려 하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원한 전설이 되기를 꿈꿉니다. 나아가 하나의 예술로서 소비자에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 저명한 예술가와의 협업, 별도의 예술 재단 운영, 혹은 전시회를 통해 예술과 소통하는 패션 브랜드들을 모았습니다. 이들이 꿈꾸는 미래에 ‘영원’이란 단어가 있을까요?
동시대적 소통을 통해 예술을 꿈꾸는 루이 비통
사실 패션을 예술로 볼 것인가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패션이 예술이다’라고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브랜드들의 다양한 이벤트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들은 결국 예술로서 대중 앞에 서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루이 비통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시일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Foundation Louis Vuitton)을 운영하며, 브랜드의 이상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지원해왔습니다. 한국의 에스파스 루이 비통 4층에는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해 전시를 포함한 활발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기도 하죠. 또 이전부터 루비 비통은 브랜드의 시그니처 백에 다양한 아티스트의 예술성을 접목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미술계의 거장, 박서보 화백과 컬래버레이션한다고 하니, 루이 비통이 또 어떤 걸작을 탄생시킬지 기대가 됩니다.
공예를 향한 순수한 열망, 로에베
최근 서울 안국역에 내로라하는 패션, 예술계 인사들이 결집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 때문인데요. 매년 수여되는 이 공예상은 로에베 재단이 현대 장인 기술의 탁월함과 예술적인 가치, 그리고 새로운 작품을 기념하기 위해 2016년 제정했습니다. 특히 브랜드의 철학인 ‘장인 정신’에 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죠. 한국에서 개최된 이번 공예상 시상식에는 116개의 국가 및 지역을 대표하는 3,100여 명이 작품을 제출했고 그중 단 30명의 작가가 선정되었습니다. 무척 기쁘게도 우리나라 정다혜 작가가 우승자로 선정되었고요. 시상식 이후에는 30일 동안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선정 작가들의 작품 전시가 이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로에베 공예상, 내년에는 또 어떤 예술가가 장인 정신의 명맥을 이을지 궁금하네요.
영원히 기억될 그녀의 쉬르레알리슴! 스키아파렐리
패션 외의 영역에서 브랜드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2007년 이후 토즈 그룹에 인수되어 흐름에 맞게 혁신적으로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이어온 스키아파렐리는 최근 파리 장식미술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에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충격,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초현실적 세계(Shocking! Les Mondes Surréalistes d’Elsa Schiaparelli)’라는 제목의 전시회는 비범한 그녀의 감각, 가히 예술이라고 칭할 수 있는 그녀의 디자인을 기리는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녀의 소장품 520점은 물론 쿠튀리에가 직접 만든 272점의 실루엣과 액세서리도 포함되었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녀와 절친한 관계를 유지했던 살바도르 달리, 장 콕토 같은 거장들의 작품도 전시되었고,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그녀를 기리며 제작한 오마주 컬렉션도 선보였습니다. 샤넬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엘자의 고매한 예술품을 직접 감상할 기회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예술은 감탄을 자아낼 만한 아름다움을 낳습니다. 패션 또한 그래야 합니다. 얕고 단순하고 관능적인 콘텐츠로 자극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고 변함없는 자세로 사람들이 브랜드 본연의 모습을 탐미하며 경탄하도록 노력해야 하죠. 패션이 예술이라는 옷을 입으려고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는 더욱 차분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앞으로 패션이 가져야 할 애티튜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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