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85년의 빛나는 여정에 대하여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프레드 사무엘의 삶에는 늘 태양빛이 가득했다. 열두 살에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파리로 이주한 그는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태양광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메종 프레드의 85년 주얼리 역사가 담긴 전시가 파리에서 열렸다. 그 빛나는 여정을 이어받은 손녀 발레리 사무엘을 만나 주얼리와 빛나는 철학을 이야기했다.
여성의 가느다란 목에 목걸이를 채워주기 위해 남성이 목걸이를 쥔 양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만큼 우아하고 로맨틱한 장면이 있을까? 모든 여자에게 로망 같은 이 풍경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수없이 등장했지만 리처드 기어가 줄리아 로버츠의 목에 하트 모티브의 루비 목걸이를 걸어주던 영화 <프리티 우먼>만큼 강렬하게 기억되는 장면은 없을 것이다. 그 꿈 많던 10대 소녀의 마음속 깊이 남아 있던 로맨틱한 목걸이와 주인공이 입은 빨간 드레스를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Fred Joaillier Créateur depuis 1936>은 메종 프레드의 85년 역사를 담은 최초의 전시다. 이번 전시는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이 브랜드에 남긴 창조적 유산을 새로 해석하고, 그의 개성과 함께 추구하던 삶의 환희를 담았다. 아울러 프레드 사무엘의 특별한 인생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무슈 프레드 이너 라이트’도 공개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1936년 메종 프레드를 창립하고 자연스럽게 메종의 모든 면면에 영향을 미친 프레드 사무엘의 인생과 인간적 면모를 만나는 최초의 여행이다. 450점 이상의 주얼리, 대중에 처음 공개되는 아카이브 300점, 개인 소장품과 메종의 친구들이 내준 주얼리가 그것이다.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건 프레드 사무엘의 손녀 발레리 사무엘(Valérie Samuel)의 열정 덕분이다. 2019년부터 메종은 헤리티지의 비밀을 재발견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총 10톤에 달하는 1,000여 개의 상자에 묵혀둔 드로잉과 7,000여 점의 일러스트, 7,000장의 사진, 수천 장의 문서를 발굴한 결과 프레드 역사의 매력을 풀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메종의 역사에서 빠진 조각을 전부 맞추기 위해 ‘프레드가 프레드를 찾는다’는 야심 찬 구호를 내세워 전 세계를 수소문했다. 열렬한 호응 가운데 값진 주얼리를 다수 찾아냈고, 이는 이번 회고전에서 빛을 발했다. 준비와 조사, 연구에만 꼬박 3년이 걸린 메종의 첫 전시. 바다와 여름 풍경을 특히 사랑하던 프레드 사무엘의 영감부터 다양한 컬러 스톤으로 완성된 진귀한 보석, 갖가지 메종의 아카이브가 미로처럼 펼쳐진 전시는 대성공을 거뒀다. 고집스럽게 방향을 지시하며 험난한 바닷길을 헤쳐나갔던 무슈 프레드의 나침반을 넘겨받은 손녀 발레리 사무엘이 메종의 비전과 철학에 대해 <보그>와 대화를 나눴다.
VOGUE KOREA 이번 전시는 메종 프레드 역사상 최초다. 프레드 같은 보석 명문가의 행보치고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VALÉRIE SAMUEL 프레드 85년 역사를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12개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을 채운 450피스가 넘는 방대한 컬렉션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설립자의 이야기를 통해 모두가 ‘무슈 프레드’라고 부르던 그와 함께 직접 메종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일종의 여행을 제안하고 싶었다. 컬러 스톤을 향한 애정, 대범한 창의력 혹은 1980년대 광고 비주얼이나 참 속에 녹아든 특유의 위트, 최고급 양식 진주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점은 물론, 셀러브리티나 로열패밀리와의 친밀한 교류 등 메종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원했다. 팔레 드 도쿄의 공간을 통해 보여주는 프레드의 장인 정신과 더불어, 주얼리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골드부터 1960~1970년대에 주얼리에 접목하기 시작한 에나멜 등 메종이 소중하게 다루던 소재에 주목한 공간도 마련했다. 우연히 협찬했다가 엄청난 인기를 얻은 영화 <프리티 우먼>에 등장한 주얼리 세트, 그레이스 켈리와 모나코 왕실과의 인연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여다볼 수 있다.
VK 전시에서 가장 중점을 둔 요소는? VS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이 남긴 찬란한 유산과 그가 발산한 내면의 빛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디지털 툴과 함께 몰입(Immersive), 소통(Interactive)을 통해 관람객에게 경험하게 하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 전시를 통해 할아버지가 다시 살아난 듯한 인상을 받는데, 관람객이 무슈 프레드를 직접 만난 것 같다는 평을 들었을 때 진심으로 행복했다.
VK 프레드 패밀리로서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당신 역시 진귀한 보석을 곁에 두고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나? VS 어린 시절 금고 서랍에 있던 수많은 스톤을 볼 때마다 경이롭던 기억이 난다. 원석이 무엇인지,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주얼리를 직접 착용하며 공주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중요한 기념일에 주얼리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생일과 내 이니셜이 새겨진 탄생 참을 받았는데, 요즘에도 체인에 걸어 착용하고 있다. 내 딸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가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를 손녀에게 선물하셨는데 금전적인 가치보다 훨씬 더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기에 결코 내 딸의 몸을 떠나지 않는다.
VK 할아버지 프레드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나? VS 할아버지는 지금은 매우 흔하지만 당시에는 꽤 획기적인 일을 하셨다. 예술 분야나 예술가와 직접 교류를 통해 영감을 찾아내는 작업을 1960년대부터 했던, 비전을 가진 분이셨다. 하지만 어린 손녀의 눈에 비친 그는 주얼러 ‘무슈 프레드’가 아니라 그저 푸근한 할아버지였다.
VK 현재 프레드에서 어떤 일을 하나? VS 현재는 부사장이자 아티스틱 디렉터다. 커뮤니케이션, 홍보 마케팅, 메종의 아카이브에서 찾은 영감을 통해 프레드의 유산을 현재형으로 써 내려가는 일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소소한 삶의 순간에 메종이 전하고자 하는 ‘삶의 기쁨(Joie de Vivre)’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우리의 꿈과 열정을 고객과 함께 나누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
VK 당신의 첫 커리어가 궁금하다. VS 법과 보석 감정을 전공한 후 크리스티에서 근무했고, 스물네 살이던 1993년에 메종 프레드에 합류했다. 스물다섯에 네팔의 로열패밀리가 주문한 티아라 제작에 참여했는데, 공주의 마지막 피팅을 위해 직접 네팔까지 날아간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VK 사무엘만큼 메종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없는 전문가다. 프레드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VS 나의 석세스 반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중성(Duality), 현대성(Modernity), 그래픽(Graphic)적인 면모를 넘어, 삶의 기쁨을 담은 주얼리와 함께 인생의 소소한 순간에도 소중한 의미를 전하는 메종이라는 점이 우리를 특별하게 만든다.
VK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무슈 프레드 이너 라이트’의 가장 큰 특징과 코드는? VS 이번 컬렉션은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에 대한 메종의 헌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의 내면에 잠재된 다양한 개성을 여섯 개 챕터로 나눠, 단 한 개씩만 제작한 24개 피스에 투영했다. 무슈 프레드로부터 영감을 받아 완성한 다분히 개인적인 이번 컬렉션의 피스를 소유하게 될 수집가가 할아버지의 열정, 사랑, 삶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기를.
VK 특별히 관심을 더 갖게 된 역사나 예술 사조, 문화가 있다면? VS 요즘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특유의 모던함을 자랑하는 아르데코 스타일과 1970년대 스타일에 주목한다. 하지만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프레드의 방대한 아카이브뿐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이 영감의 원천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것은 사진으로 남긴다. 여행길에 우연히 마주한 건축양식을 건물이 아닌 다른 오브제에 투영할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상상하는 식이다. 사진이 기존 형태를 다른 오브제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프랑스 남부의 해안가 리비에라에서 영감을 받은 비주얼 캠페인 작업을 마쳤는데,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바닷가 사진 한 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VK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주얼리란? 삶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도 궁금하다. VS 쉽지 않은 질문이다. 수많은 스페셜 오더 피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주얼리는 극도로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오브제라는 걸 배울 수 있었으니까. 당신 상상 속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주얼리, 그게 바로 가장 완벽한 주얼리다. 굳이 프레드 컬렉션 중에서 하나를 고르자면 ‘포스텐(1966년 탄생한 메종의 시그니처 컬렉션. 바다와 해양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으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도 포함됐다)’을 꼽고 싶다. 포스텐이 완벽하다고 단언하는 것이 다소 건방지게 들릴 수 있지만, 프레드 고유의 철학을 담은 디자인과 특유의 감성으로 론칭 이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VK 이런 주얼리를 아름답게 착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면? VS 앞서 말한 것처럼 주얼리는 각자의 ‘감성’을 담아내고, 개개인의 개성을 투영하는 오브제다. 금고에 모신 고귀한 그 무언가가 아닌, 늘 함께하는 주얼리를 꿈꾼 무슈 프레드의 바람처럼, 각자의 개성에 맞춰 믹스 매치를 즐기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착용법 아닐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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