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애정하는 물건 5’ 포토그래퍼 정멜멜_THE LIST
흔히 잘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좋아하는 걸 잘하기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포토그래퍼 정멜멜은 후자에 가깝다. 웹 디자이너로 일하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정멜멜은 몇 년 사이 수많은 팬의 지지를 받는 인기 포토그래퍼가 되었고, 첫 번째 여행 사진 책 <레투어 : 시칠리아>에 이어 최근 사진 에세이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까지 펴냈다. 그녀의 사진에는 찰나의 포착을 넘어 오랜 시간을 응축한 듯 단단한 힘이 있다. 고심하고 고심해서 셔터를 누른 것처럼 한 장의 사진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런 이유로 구석구석 살펴보게 되기에 마치 갤러리에 걸린 그림처럼 매력적이다.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멜멜의 클라이언트는 뷰티, 스타트업, 패션, 매체, 푸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그녀의 사진은 하나의 프레임에 갇힌 작업이라기보다 경계가 없어서 다음 작업이 더 궁금해진다. 반려견 택수와 함께하는 일상을 비롯해 감각적인 순간과 개인적인 취향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정멜멜에게 요즘 가장 애정하는 물건에 대해 물었다.
디터 람스 – 비초에 620
디터 람스의 다큐멘터리 <Rams, 2018>을 보고 난 뒤, 항상 위시 리스트에 올려두었던 의자다. 다큐멘터리에는 “그는 스스로를 조용한 거품 안에 가둡니다”라는 표현과 함께 50년간 한 번도 이사하지 않은 집이 나오는데, 거실 여기저기에 무심하게 널브러진 620 체어를 보고 언젠간 저 의자를 집에 들이겠다고 생각했다. 묵직하면서도 매끈한 스틸 프레임에 얹은 부드러운 가죽 시트가 두고두고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올해 마음먹고 구매했고, 2개의 620 체어를 붙여 소파로 쓰고 있다. 바퀴가 달려 배치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 – 옐로 멜로 페포 플래터
얼마 전 다녀온 프랑스 여행에서 유일하게 사 온 기념품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 존 데리안이 협업해 선보인 멜로 페포 시리즈. 커다란 플래터 하나와 작은 접시를 샀다. 노란 바탕 위 갈색 무늬가 동물의 털 같기도, 이름 모를 열매 같기도 하다. 회화적인 터치가 과감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빼앗겼다. 수화물로 가져오기는 영 불안하고 번거롭기도 해서 그릇 쇼핑은 자제하는 편이고,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접시들은 특히 더 충격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취향을 건드려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었다.
아베다 – 쿨링 밸런싱 오일 컨센트레이트
두통이 잦은 나에겐 립스틱이나 파운데이션보다 더 중요한, 파우치에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다. 전조 증상이 나타날 때 관자놀이나 미간에 롤링해주면 꽤 효과가 있다. 편두통 고민을 트위터에 올렸을 때 누군가 추천해주셨는데, 그 뒤로 10통 가까이 구매했다. 7ml의 마법이라고 할까. 작아서 휴대하기도 좋고, 블루 캐머마일과 페퍼민트 성분이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호카오네오네 – 본디 시리즈
같은 신발을 한 번 이상 산 적이 없는데, 이 신발을 알고 나서 예외가 생겼다. 괴상할 정도로 두꺼운 아웃솔 때문인지 어글리 슈즈로 분류되는 듯하지만, 그 덕분에 착용감이 좋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창업자들이 프랑스에서 만든 브랜드라고 하는데, 나는 러너는 아니라 주로 장시간 촬영할 때 신는다. ‘호카오네오네’라는 이름 때문에 일본 브랜드로 생각할 수 있지만,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언어라고. 얼마 전 <헤어질 결심>에서 극 중 형사 장해준으로 분한 박해일이 범인을 잡을 때 호카오네오네를 신고 뛰는 것을 보고는 어쩐지 더 좋아졌다.
베이스레인지 – 쇼 라인
베이스레인지 룩북에 등장하는, 주름이 있거나 팔뚝이 매끄럽지 않고, 배가 불룩하고, 은발이거나 미간에 피어싱을 한 여성들을 좋아한다. 베이스레인지 창업자들이 인터뷰에서 그들을 ‘강하고 활동적이며 현실적인 여성들(real women)’이라고 한 것을 읽었는데,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끈이 달려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한 베이스레인지의 시그니처 스타일 쇼(Shaw) 라인은 원피스로도, 반팔로도, 긴팔로도 구입해서 입을 정도. 편하고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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