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와 송새벽의 조우
영화 <도희야>에서 배두나와 송새벽이 조우했다.
평화로운 어촌에서 일어나는 먹먹한 야생을 담담히 풀어낸 이 드라마에서
배두나와 송새벽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정의란 무엇인가?”
영화는 많은 말을 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철갑의 호쾌한 초인, 세상을 단단한 얼음에 가두는 지친 여왕, 혹은 생존의 자궁인 지구 밖에 외떨어진 고독한 인간이나 존엄까지도 멸망한 세기말 이후 인류에 대해서, 그리고 상처받기 쉽고 짓밟히기 쉽고, 그래서 악으로 방어선을 세우기도 하는 연약한 본성의 인간에 대해서도 영화는 이야기한다. 5월 개봉하는 <도희야>는 그중에서도 연약한 인간성과 구원에 대해 말한다. 쇠락해가는 어촌에서 일어난 이 이야기는 잔잔한 드라마로 그려지지만, 거기엔 롤러코스터처럼 생생한 감정의 너울이 있다. 담담하게 그려낸 인간성의 야생이 섬뜩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인간성의 끝에는 회복과 구원이 있음에 안도하게 된다. 때로는 격앙된 외침보다 담담한 목소리가 더 마음에 와 닿는 법. <도희야>처럼 하기 어려운 말일수록 더 그렇다.
영화 속에서 영남(배두나)은 구설에 휘말려 억울하게 어촌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경찰대 출신 엘리트다. 이 마을엔 도희(김새론)가 있다. 도희는 의붓 아버지와 그의 노모인,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송새벽이 연기하는 의붓아버지는 술을 많이 마시고, 툭하면 도희를 때린다. 도희는 동네 아이들의 폭력에도 시달린다. 의붓아버지 용하 때문에 못살 지경인 것은 도희뿐 아니라 어촌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약육강식의 풍경이다. 영남은 연약하고 만만한 먹잇감들에 쏟아지는 일상적인 폭력을 법의 정의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정의 사회 구현은, 쉽지 않다. 그들 모두에게 정의가 있어서다. 생존이라는 대의다. 병든 가젤을 배고픈 사자가 사냥하는 것이 과연 정의롭지 못한 일일까? 생존의 문제를 눈앞에 뒀을 때 누가 옳고 그른지, 우리는 합리적 사고를 포기할 지경에 이른다. 그 점이 이야기로서의 <도희야>가 흥미진진한 점이다. 신인 감독 정주리가 관객을 인간성과 구원의 천칭 위에 올려놓는다. <도희야>는 묻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배두나가 그 물음에 동참했다. 그녀에겐 <도희야> 출연을 결정한 것 자체가 적극적인 선언이었다. 그녀는 모든 사건을 관찰하고 개입하는 인물이다. 위악에 대한 혐오를 끄트머리까지 훑어 자극해야 하는 배역에도 선뜻 영혼을 던진 송새벽에게 <도희야> 출연은 고독한 수행과도 같았다. 송새벽은 용하 캐릭터를 처음 읽었을 때 “두근두근하는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두나와 송새벽은 <보그>의 패션 프레임 안에 들어와 좋은 경찰과 나쁜 촌부, 나쁜 경찰과 좋은 촌부가 됐다. 동등한 무게추를 놓은 천칭처럼 선과 악의 팽팽한 균형이 왔다 갔다 하며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배두나라서 가능했고, 송새벽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동갑내기 배우들은 <보그>와의 촬영 내내 쾌활했다. 배두나는 모니터를 볼 때마다 “정말 멋있다!”며 웃었다. 송새벽은 <개그콘서트>의 지나간 유행어 “궁금하면 500원” 농담을 여기저기 뿌렸다. 그들은 서로를 이름으로 불렀다. 둘은 이미 오래전부터 말을 놓는 사이였다. 바로 어제의 안부를 물었고, 몇 달 후 소식을 궁금해했다.
두나의 영남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게 맞나요?
하하, 저 분명 서울에 살아요. 7월에 개봉되는 워쇼스키 남매의 영화 <주피터 어센딩>의 촬영과 컬렉션 참석, 화보 촬영 같은 해외 일정 때문에 한국에 있는 기간이 짧은 것뿐이에요.
<도희야>를 찍는 동안엔 여수 앞바다의 금오도라는 작은 섬에 틀어박혀 지냈다고 들었어요. 섬에선 도시에서는 사소한 문제들이 불편이 되기도 하죠. 예를 들면 폼 클렌징 같은 거요.
오, 저는 어릴 때부터 짐 싸 갖고 다니는건 이골이 났어요. 아주 철저하죠. 제게 역마살이 있다는 걸 어릴 때부터 받아들였으니까요. 객지 생활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요즘은 나는 괜찮은데 몸이 싫어하는 것 같아 건강염려증이 좀 생기긴 했지만요. 적어도 폼 클렌징이 떨어지는 초보적인 비상사태는 생기지 않아요. 침낭, 에스프레소 머신도 갖고 다닐 정도인걸요. 여수, 순천같이 큰 도시도 가까워서 필요한 건 살 수 있었고요.
송새벽 씨 말에 따르면 촬영이 없는 날에도 주로 섬에 머물렀다면서요.
혼자 운전을 해서 내려갔어요. 올라올 때도 혼자 운전을 해서 올라와야 했고요. 운전과 거리의 부담이 분명 있었죠. 그런데 전 그곳이 편했어요. 여태껏 저는 철저히 도시 여자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언젠가 나이가 들면 다 버리고 그런 곳에서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촬영이 없는 날 ‘도시’에 나와 ‘스타벅스’에 굳이 가긴 했지만요. 서울에 있을 땐 자주 가지 않으면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게 있었죠. 정말 가끔 서울에 올라올 때는 경부고속도로가 끝나고 한남대교가 눈에 들어오면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오긴 하더군요.
여배우가 촬영장까지 직접 운전해 가는 일은 흔치 않죠. 그것도 혼자!
매니지먼트 계약이 끝난 후로 다시 매니저를 구하지 않고 혼자 다니고 있어요. 불편한 점도 있지만 촬영에는 큰 도움이 됐어요. 무슨 얘기냐면, <도희야>는 여러모로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거의 모든 신에 영남이 나와요. 적응할 시간 없이 촬영이 시작됐어요. 촬영 일정은 더더욱 바투죠. 게다가 영남 캐릭터는 어려운 연기가 필요해요. 이제까지처럼 도움을 주고받을 선배도 없어요. 매니저도 없으니 모든 일에 자립해야 하고요. 그 모든 압박을 느끼며 처음 금오도로 운전해 가는데, 영남이 좌천되어 혼자 운전해 내려가는 첫 장면 기분이 꼭 그랬을 것 같더라고요. 설렘과 두려움이 섞인.
<도희야>와 배두나의 조합은 다소 의외이긴 했어요. 최근작도 할리우드 영화잖아요. <도희야>는 상업영화긴 하지만 블록버스터급 대작은 아니죠.
전 시나리오를 덮자마자 5분 만에 하겠다고 생각했는걸요. 처음에 읽었을 땐 간결하면서도 여백 있는 문체가 좋았어요. 감독님이 제 스타일일 것 같았죠. 과하고 질펀하고 끈끈하고 축축하고 힘주는 것은 절대로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잔잔하게 가다가 마지막에 큰 물음표를 담백하게 던지는 것도 좋았고요. 정주리 감독님은 이름도 처음 들어본 신인 감독이었지만 같이 일해보고 싶었어요. 막상 같이 일해보니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에게서 보았던 작가적 고집과 타협 없는 자부심을 가진 멋진 감독이셨고요. 배우를 사랑하고, 믿고, 맡기면서도 자신의 작품으로 단단한 확신으로 이끄는 면이 멋진 분이에요.
오랜 관객으로서, 배두나에게 이 영화가 연장선일까, 전환점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군요.
<공기인형>에서는 인형에게 마음을 담았죠.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는 복제인간에게 마음을 담았고요.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마음을 담는 작업들이었어요. <도희야>는 발이 땅에 닿아 있고 체온이 느껴지는 현실의 캐릭터라서 전환점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동시에 일맥상통하는 정서가 있어요. 매번 작품 속에서 당신은 크고 강한 것에 치이고 상처받는 작고 약한 존재들에 대해 얘기했어요.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군요. 맞아요. 전 그런 이야기에 끌려요. 완벽한 것은 매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초기작인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도 저는 순수함을 지닌 빈틈 많은 사람이길 원했어요. 작은 것, 일상으로부터 치유받는 이야기를 원했죠. <공기인형>이나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같은 관점이었지만 좀더 크거나 독특한 세계관 속에 있었을 뿐이죠.
<도희야>는 정주리 감독뿐 아니라 제작자인 이창동 감독의 세계관이기도해요.
시나리오를 이창동 감독님이 보내셨어요. 제자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해요. 평소 존경하고, 사용되고 싶은 감독님이기도 해요.
당신은 감독의 계시를 전달하는 사제 같은 배우죠. 영화에서 오로지 캐릭터로만 보여지는.
작가적인 감독님들에게는 캐릭터에 대한 확고한 요구가 있어요. 작가들과의 경험이 저를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저를 백지로 만들어서 아무거나 물들이는 대로 쓰여지는 것. 배우로서 제 꿈은 감독님들이 변화시키는 대로 변화되는 배우가 되는 것이죠.
배우가 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나요?
배우가 자신의 입으로 뭔가를 주장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요. 배우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관객들이 캐릭터로 동화되기 힘들 테니까요. 그래서 제일 부러운 애들이 신인 연기자들이에요. 그들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고,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도 모르잖아요. 부러워요. 저는 SNS도 못하겠고, 예능 출연도 이제 못하겠어요. 20대에 <두나’s 런던놀이> <두나’s 도쿄놀이> <두나’s 서울놀이>에서 저의 솔직한 글을 줄이고 사진을 더 많이 쓴 것도, 이후 더는 책을 출간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도, 배우로서 저를 보존하기 위해서예요. 물론 신비주의와는 다른 얘기죠. 매체가 보지 않는 일상의 영역에서는 자유롭게 다니는 걸 좋아해요.
그런 배우에겐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가 아니라, 어떤 작품에 쓰이고 싶은지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해주는 감독을 먼저 찾아간 적은 없나요?
“감독님, 안녕하세요” 인사는 잘하지만 아무리 탐나는 캐릭터가 있어도 “감독님! 저를 캐스팅하시면 어떨까요?” 하고 먼저 말하지는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선망하는 감독님이 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써주신다면 정말 영광이겠죠.
<도희야>의 영남은 어땠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은 도희 역이었어요. 새론이가 잘해줬죠. 도희는 정말 멋있어요.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캐릭터는 한국에서 몇 번 나올까 말까 한 여성 캐릭터예요. 저는 영남의 역할이 탐났다기보다는 묵묵히 이 영화를 받쳐가는 데에 의미를 뒀어요. 영남은 사건을 일으키기보다는 관찰자로서 복잡한 내면을 갖고 시작하는, 담아두고 삭히는 캐릭터죠. 분량도 많고 어려운 캐릭터지만 영남이 겪는 성숙과 구원의 과정 역시 멋졌어요. 성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김새론을 보며 어릴 때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나요?
‘중 1 때 나는 뭘 했지? 코 흘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선생님이 앞에 나가서 노래하라고 하면 울던 애거든요. 창피해서. 새론이는 한참 웹툰 보다가도 슛 들어가면 돌변하는 애예요. 컷 하면 또다시 웹툰을 보죠. 프로페셔널로서의 도전 정신도 좋고, 눈빛도 좋아요.
어느새 데뷔 15년 차 배우가 됐군요.
현장이 보여요. 전체를 보게 됐죠. 누군가 ‘이 신 찍을 때 어색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도와주고 싶어 제 분량이 없어도 현장에 나갔어요. 제 분량을 할 때도 전보다 강하게 리드하고. 차에 들어가 있으면서 현장과 거리를 두는 것도 싫어요. 민박집을 숙소로 썼는데, 배우들에게 좋은 방이 주어졌지만 전 스태프들과 함께 쓰겠다고 했죠.
그러면서도 15년 차 배우는 언제건 자신의 연기를 지켜야 하죠.
지킬 수 있어요. 저는 글 하나 읽으면서 눈물이 펑펑, 아니면 미친 듯이 웃고 그래요. 배우란 주어지는 처지만 놓고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아주 작은 것에도 민감할 수 없다면 힘든 직업이죠.
새벽의 용하
<도희야>는 이제까지 배우 송새벽의 트레이드마크이자 관객의 상식이었던 코미디와 거리가 먼, 묵직한 드라마예요. 시나리오를 받고 낯설지 않았나요?
배우는 장르가 아니라 이야기를 봐요. 시나리오를 읽을 땐 재미있는 이야기인지가 중요하죠. 그래서 전혀 낯설지 않았어요.
<마더>의 세팍타크로 형사로 연극계에서 영화계로 넘어온 이후 당신의 캐릭터는 항상 코믹한 요소가 빠지지 않았죠. <방자전>의 변 사또는 매우 진지한 악역인데도 배꼽 빠지게 웃긴 면을 잘 보여준 기념비적 변태였고요. 코미디를 싹 뺀 이번 연기는 가치 있는 도전이었나요?
<도희야>의 용하는 도희에게 쏟아지는 폭력을 대표하는 인물이에요. 코미디일 수 없죠. 용하는 무조건 나쁜 악역이 아니라, 입체적인 악역이라 매력적이었어요.
배우들은 어째서 이토록 악역에 매력을 느끼는 걸까요?
설명할 수 있는 악이라면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마음속 선한 구석과 악한 구석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악한 쪽이 자극이 강하죠. 마냥 선하기만 한 연기는 재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 결과, 용하의 캐릭터는 <방자전> 변 사또보다 더 나빠 보여요. 악역에 도전할 때는 항상 조심스럽지 않나요? 특히 <도희야>는 워낙 민감 한 소재라 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테고요.
시나리오를 읽고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 더 걱정이었죠. 연극할 때도 이런 캐릭터는 없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훅 땡기는’ 뭔가가 있더군요.
용하의 그 모든 위악을 어떻게 해석했나요?
불같은 성격에, 충동이 많은 나이라고 받아들였어요. 황소같이 일하고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에 그런 상황에 놓인 거죠. ‘그런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영화의 재미를 위해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요. 이를테면 용하가 도희에게 이런 대사를 하죠. “니 이제 슬슬 가시내 티가 난다?”
용하의 악의 이유를 생각해보기도 했나요?
했죠. 하지만 말하지 않을게요. 그런 건 관객의 해석에 맡기는 쪽이 좋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캐릭터의 과거가 아닌 현재를 표현하니까.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용하의 악의 이유를 상상 속에 가져가면 좋겠어요.
그런 캐릭터일수록, 감독의 의도를 아는 것이 중요하죠.
시나리오를 봤을 때 마치 잘 쓰인 소설책 한 권을 정신없이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누가 읽어도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묘사가 디테일하고 명확했죠. 대본인데도 콘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네?” 하면 “네~” 하고 슛 들어가는 식으로 말없이 통할 수 있었죠.
특이한 대화법이군요.
촬영 전에 감독님을 굉장히 자주 만났어요. MT를 못 갔다 뿐이지, 제작사 사무실 앞에서도 보고 대학로에서도 보고, 맥주 한잔하면서도. 촬영 중에도 대본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이 신에서 어떤 느낌으로 다잡아야 할지를 정교하게 논의했죠. 디렉션도 “네?” 하며 눈빛으로 주셨지만 그게 명확했어요.
신인 감독에 어려운 캐릭터라는 벽을 무사히 넘고 화기애애하게 찍었군요. 정주리 감독, 어떤 사람인가요?
캐릭터 있는 분이에요. 고사 때 초등학생들이 신을 것 같은 예쁜 분홍색 양말을 신고 절을 올리셨는데, 그 인상이 매우 강했어요. 양말뿐 아니라 귀여운 청바지에 귀여운 남방까지 입고 계셨는데, 그런 모습이 꼭 도희가 그대로 성장한 것 같았다고 할까요?
악역을 연기한 사람이 보는 도희는 어떤 아이인가요?
용하를 놓고 도희를 보면, 전 아련해요. 자기 잘못과는 무관하게 상황에 내몰린 아이죠.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자라야 했던 아이예요. 제 안의 기억들을 곱씹어보면, 제 기억 어딘가에도 있을 것 같은 상처를 자극해요. 새론이가 굉장히 몰입해서 연기를 했어요. 촬영이 끝나도 어른들에게 까불고 장난치질 않더라고요. 어라, 그러고 보면 제게만 거리를 뒀던 걸지도 모르고요.
배두나 씨와 굉장히 친해졌더군요.
촬영 중이나 후에나 좋은 친구고 좋은 배우예요. <인류멸망보고서> 땐 하루 이틀 짧게 본 게 다였는데 이번에 같이 호흡을 맞춰보게 됐죠. 힘든 연기를 하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 집중력이 대단했어요.
새로운 매니지먼트사와 일하고 있고 결혼도 했어요. 여러모로 새로운 환경이군요. 삶에 큰 변화가 느껴지나요?
자연스럽게 새로운 소속사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됐죠. 앞으로 경험해가며 다른 환경을 느껴보려 해요. 결혼은, 어릴 때부터 빨리 하고 싶었어요. 결혼 역시 자연스럽게 연애하다가 자연스럽게 작년 11월에 하게 됐어요. 결혼생활은 좋아요. 마음도 몸도. 10년 넘게 혼자 살다 결혼했는데, 제가 그동안 많이 외로웠더군요. 혼자 살 땐 잠도 잘 안 오고, 적막한 게 싫어서 불 켜놓고 투니버스 만화 채널 틀어놓고 자곤 했어요. 이젠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어요. 여태 잘 살아온 줄 알았는데, 사람은 혼자 못 사는 모양이에요.
- 에디터
- 스타일 에디터 / 김미진, 컨트리뷰팅 피처 에디터 / 이해림(Lee, Herim)
- 포토그래퍼
- KIM YOUNG JUN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박세준, 헤어 / 김승원, 메이크업 / 원조연, 세트 스타일링 / 다락(D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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