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티에 이걸 매치한다고? 블랙 앤 화이트의 재발견
영화 <몽상가들>에서 ‘밀로의 비너스’를 오마주한 에바 그린의 모습을 기억하나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에바 그린의 아름다움이나 장면이 품고 있는 의미와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그녀의 팔에 끼워진 검은색 오페라 글러브에 집중해봅시다. 그녀는 두 팔이 없는 비너스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낀 것이었는데요. 장갑과 스타킹을 합친 듯한 이 묘한 아이템에 처음 매력을 느낀 순간이기도 합니다. 블랙 앤 화이트로 매치할 때 뚜렷한 대조로 재미있는 착시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이 장면을 언급한 건 잊고 있던 그 오페라 글러브의 매력을 다시금 일깨워준 이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리나 샤크!
그녀는 지난 14일 스와로브스키의 연말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레드 카펫에 섰습니다. 심플한 티셔츠와 맥시스커트 차림으로요. 가장 기본적인 블랙 앤 화이트 조합이었죠.
티셔츠의 소매 밑으로는 새카만 오페라 글러브가 팔을 쫀쫀하게 감싸고 있었는데요. 고전 영화나 화려한 파티 룩에서 볼 법한 오페라 글러브를 반팔 티셔츠와 함께 마주하게 될 줄이야! 더 놀라운 건 의심과 달리 실루엣도 어색함이 없었다는 겁니다. 샤프하고 럭셔리했죠. 드레시한 효과도 발휘했고요.
되레 누구나 한 벌쯤 갖고 있는 이 넉넉한 화이트 티셔츠를 이 계절에 입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관능적인 무드로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스타일링이었습니다. ‘우리가 어울리면 왜 안 돼?’를 외치는 듯 뻔뻔하게 제자리를 차지한 오페라 글러브에서 위풍당당함마저 느껴졌죠.
글러브를 포함해 모든 아이템을 블랙으로 매치한 것도 영리했습니다. 허벅지 라인에 착 달라붙는 스커트 핏도 글러브만큼 완벽하군요. 이 알맞은 컬러와 핏 덕에 새하얀 티셔츠와 네크리스가 더 드라마틱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굳이 짚고 넘어가진 않았지만, 쇄골 라인을 드러낸 드레스에나 어울릴 법한 커다랗고 반짝이는 네크리스를 매치한 것도 훌륭합니다. 스타일링 하나하나가 베이식하면서도 신선한 믹스 매치의 장인 셈이죠.
클래식이라 칭하기에도 입 아픈 블랙 앤 화이트. 이 기본 조합으로 이만큼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이날 그녀의 패션은 트렌디하다, 패셔너블하다와 같은 수식어를 떠나 공식 석상에서 이런 재미있는 시도를 했다는 사실 자체로 반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룩은 또 어떤 기분 좋은 파격과 영감을 안겨줄지 기대해봅니다. 아, 여담으로 오페라 글러브는 겨울에 착용하기 참 좋은 아이템입니다. 이 계절에는 반팔 티셔츠 대신 외출용 드레스나 타이트한 톱 위에 얹으면 딱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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