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OTT에서 볼 수 있는 거장들의 대작 리스트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품질은 날로 발전한다. 특히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는 막대한 자본, 자율성, TV와는 다른 제작 기간의 여유, 세계시장 직배급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영화계 스타들까지 흡수한다. 물론 극장과 홈 시어터의 환경 차이, 영화와 시리즈물의 속도감 차이로 인해 영화계 거장들이 OTT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 유명 감독, 작가들의 작품이 OTT에서 고전하는 걸 보며 지나친 자율성이 오히려 독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가입자로서 단 하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해야 한다면 다양한 콘텐츠가 확보된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게 사실이다. 12월 공개 예정 대작들은 OTT 유목민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커넥트 | 감독 미이케 다카시 | 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 디즈니+ | 12월 7일
디즈니+는 아시아 관객을 잡기 위해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많이 했다. <설강화>,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 <너와 나의 경찰수업>, <형사록> 등 콘텐츠가 제법 쌓였다. 아직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처럼 대성공을 거둔 작품은 없었다. 하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12월 공개되는 <커넥트>는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하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시리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착신아리>, <크로우즈 제로>, <13인의 자객>, <악의 교전>, <퍼스트 러브> 등을 연출하며 장르 영화의 대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신작 <커넥트>는 한국 웹툰이 원작이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의 일원 동수가 장기 밀매 조직에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수는 자신의 눈이 연쇄살인범에게 이식된 걸 알고 그를 추격한다.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이 출연한다. 상처가 나도 즉시 아무는 불사의 존재, 이식된 눈을 통해 같은 것을 보게 된 두 사람, 끔찍한 살인… 미이케 다카시만큼 이런 유의 잔혹 판타지를 잘 표현하는 감독도 드물 것이다. 디즈니+는 시리즈물 에피소드를 순차 공개하는 전략을 주로 취했는데 이번에는 전체 6편을 한꺼번에 공개한다.
카지노 | 감독 강윤성 | 배우 최민식, 손석구, 이동휘 | 디즈니+ | 12월 21일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 전설이 된 남자(최민식)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목숨을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한다. 그를 쫓는 필리핀 경찰 최초의 코리안 데스크로 손석구가 출연한다. 연출은 <범죄도시> 1편(2017) 감독, 각본을 맡고 2편(2022)에는 기획으로 참여한 강윤성 감독이 맡았다.
이르면 올 연말 공개될 거라던 <무빙>은 아직 공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강풀 원작, <킹덤> 시즌 2의 박인제 감독,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등 초호화 캐스팅, 500억 제작비,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 디즈니+에서 5시즌 이상 롱런을 기대한다는 소문 등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카지노>와 <무빙>이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디즈니+의 전환점이 될지 기대가 높다.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배우 다니엘 히메네스 카초 | 넷플릭스 | 극장 개봉 11월 16일, 스트리밍 12월 16일
넷플릭스는 액션 오락물을 무더기로 찍어내는 한편 진중한 작가주의 영화에도 아낌없이 투자를 해왔다.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마틴 스콜세지의 <아이리시맨>, 제인 캠피온의 <파워 오브 도그> 등으로 다양한 영화제 트로피도 챙겼다. 정통성이 고픈 신생 미디어의 깜짝쇼라 치부하기엔 흥행과 무관하게 꽤나 꿋꿋하다. 그럼에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넷플릭스의 만남은 위험해 보이는 구석이 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아모레스 페로스>, <바벨>, <21 그램>,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스토리와 강렬한 영상, 사운드 실험을 선보여온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의 품질에 따라 감상이 크게 달라진다. 이번 영화 역시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와 함께한 장대하거나 몽환적인 이미지로 채워졌다. 짧으나마 극장 개봉을 한다는 게 그의 팬들에게는 희망이 될 것이다. 음울한 이미지와 소음, 철학적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 감독에게 막대한 자본과 자율성을 쥐여줬을 때 벌어지는 결과를 목도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될 수 있다.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는 LA에서 활동하는 멕시코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이야기다. 큰 상을 받게 된 그는 고향을 방문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2015~2016년 연속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이냐리투 감독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 여행에서 주인공은 과거와 현실, 상상 속을 헤매며 실존적 고민을 맞닥뜨린다. ‘바르도’는 티베트 불교에서 이승과 환생 사이의 중간계를 이르는 말이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 | 배우 이완 맥그리거,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 넷플릭스 | 극장 개봉 11월 23일, 스트리밍 12월 9일
판타지 팬들이라면 믿고 보는 이름 기예르모 델토로가 넷플릭스와 연속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은 그가 제작 총괄을 맡고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연출이 참여한 옴니버스 호러 시리즈였다. 4회 이후 힘이 빠지기는 하지만 홈 시네마에 걸맞은 기발하고 스피디한 이야기로 화제를 모으며 넷플릭스 스트리밍 순위 세계 1위에 올랐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다음 작품은 동화 <피노키오>를 각색한 스톱모션 뮤지컬이다. 그냥 <피노키오>와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제목부터 관객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반향이 다르다. 감독의 이름 하나로 관객의 연령대를 수십 살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힘이다.
화이트 노이즈 | 감독 노아 바움백 | 배우 아담 드라이버, 그레타 거윅, 돈 치들 | 넷플릭스 | 극장 개봉 12월 7일, 스트리밍 12월 30일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와 <화이트 노이즈> 모두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던 작품이다. <화이트 노이즈>는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 미국에서 유독 물질을 실은 탱크차가 탈선하면서 검은 구름이 도시를 뒤덮는다. 평화로운 삶을 살던 대학 학과장 가족은 피난 행렬에 합류한다. 이 사건은 가족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거대한 테크놀로지와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을 통해 문명의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블랙코미디다. 현대 미국의 일상에 기반한 시니컬한 코미디라면 노아 바움백만큼 유능한 감독이 없다. 원작의 주제는 여기 한 겹의 레이어를 더할 것을 예고한다. 노아 바움백과 <위아영>, <결혼 이야기>로 호흡을 맞춘 아담 드라이버가 이번에도 주연을 맡았다. 노아 바움백의 아내이자 영화 동지, 최고의 스크린 코미디언, 각본가, <레이디 버드>의 감독 그레타 거윅도 배우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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