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여겨볼 신보 5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올해도 새로운 음악은 어김없이 꾸준히 등장했는데요, 유독 연말에 좋은 앨범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전혀 다른 네 가지 색의 앨범을 소개합니다. 인디부터 R&B까지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정아로 <Always>
기분 좋은 팝 음악을 선보이는 싱어송라이터 정아로가 2018년 첫 싱글을 발매한 후 4년 만에 긴 호흡의 작품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그간 포크를 기반으로 오가닉 팝을 선보여온 정아로는 이번 앨범에서 멜로망스의 정동환과 함께 ‘나의 달’을 선보였고, Shyun과 함께 ‘그대는 그대로’를 만들었습니다. 듣는 사람을 배려한다고 느껴질 만큼 섬세하고 따뜻한 호흡을 보여주는 정아로는 자극적이고 빠른 속도의 음악 안에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데요. 천천히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하듯 진심을 가득 담아 전하는 정아로의 노래는 그 감정과 온도가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모든 수록곡이 일관된 톤으로 흘러가진 않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대변하고 공감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백함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다채로운 편곡이 담긴 것도 특징인데요, 앞으로 음악가 정아로가 좀 더 성장해 연이어 긴 호흡의 작품을 발표하기를 기대합니다.
김아일 <some hearts are for two>
김아일이 무려 8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두 번째 정규 앨범은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로 트랙 대부분을 채웠는데요. 얼터너티브 사운드와 구성 안에서 랩과 보컬을 오가는 김아일 특유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미술관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오디오만으로도 듣는 이에게 공간적 경험을 이끌어낸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그만큼 프로덕션에 많은 공을 들인 이 앨범은 크레딧에서도 알 수 있듯 제이클레프와 낸시보이, 엡마와 트왱스타, 박동진이 한 팀처럼 움직인 것도 있지만 모쿄와 박기훈, 자이언티, 신세하, 바밍타이거의 비제이원진, 일삼공공 등 의외의 인물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죠. 참회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구간부터 어디서도 듣기 힘든 특유의 랩과 보컬까지, 앨범은 청각적으로도 듣는 재미를 주지만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관한 고민과 나름의 해답도 담겨 있습니다. 긴 시간 다른 이들의 앨범에 참여하며 음악 활동은 이어왔지만, 많은 이가 궁금해하던 김아일. 그가 상상을 뛰어넘는 완성도와 깊이 있는 문장으로 작품을 채웠습니다.
힙노시스 테라피(짱유, 제이플로우) <HYPNOSIS THERAPY>
아마 짱유라는 래퍼의 시작을 아는 분들이라면 이 프로젝트가 반가웠을 것입니다. 와비사비룸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제이플로우가 이번에는 프로듀서로, 그것도 전자음악을 펼쳐놓은 뒤 그 위에 돌아온 짱유가 특유의 시원하고 거침없는 랩으로 휘젓습니다. 과거 일랍이라는 전자음악 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는 짱유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데요, 과거의 것보다 훨씬 진일보한 동시에 예측 불허한, 그래서 재미있는 음악을 연달아 들려주며 훌륭한 앨범을 완성했습니다. 초지일관 타격감 넘치는, 공격적이지만 부담스럽기보다는 함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곡이 계속 이어지는데요. 놀랍게도 한 가지 톤만으로도 정규 앨범의 완성도를 챙겼습니다. 히피는 집시였다를 비롯해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좋은 곡을 선보여온 제이플로우와의 케미가 다시 한번 빛나는 순간입니다.
소울바이서울 <SOULBYSEL Compilation 03>
소울바이서울(SOULBYSEL)이 어느덧 세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첫 컴필레이션 앨범이 4월, 두 번째 앨범이 7월에 나온 만큼 정말 꾸준히 나오는데요. 이렇게 프로젝트가 이어지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에는 그만큼 좋은 R&B 음악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첫 앨범 참여진도 수민, 오션프롬더블루(oceanfromtheblue), 쟈드(Jade), 호림, 썸머소울 등 라인업이 화려했고, 두 번째도 키스누, 소울렛, 넥타, 도핀, 장한나 등 만만치 않았는데요. 이번에는 몬스타엑스의 아이엠, 마샬, 을씨년, 비니 등 좋은 음악가로 채웠습니다. 장르 음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컴필레이션 앨범인데, 그 안에 다채로운 음악을 듣는 재미도 있습니다. 단순히 시장에서의 존재 의미뿐 아니라 좋은 곡이 가진 각각의 의미까지 캐치할 수 있을 정도로 각 곡에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김제형 <띄 움>
격월로 싱글을 꾸준히 발표하던 김제형이 그간의 발표곡을 모아 두 번째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제형의 첫 앨범 <사치>는 ‘기묘한 가요’로 평가받으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요, 꾸준히 여러 매체에 출연하는 가운데 입소문이 나면서 조금씩 알려지는 중입니다. 나만 알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변주를 꾸준히 만드는 김제형의 음악에는 포크, 발라드, 재즈도 있지만, 그것을 묶어 독특한 가요라고 설명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김제형이라는 음악가가 지닌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프로듀서 전용현이 참여한 ‘오늘 같은 농담’ 같은 곡을 들으면 지금이 2022년인지 1992년인지 헷갈리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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