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들의 신발에서 모두의 신발로, 팀버랜드
‘가장 튼튼한 부츠’를 꼽을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50년 가까이 현장 노동자를 위한 워크 부츠를 만들어온 팀버랜드!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6인치 워커 부츠’는 물론, 팀버랜드 특유의 투박한 실루엣은 수많은 ‘패션 피플’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튼튼한 워크 부츠’ 정도로만 인식하던 팀버랜드는 1990년대 뉴욕을 필두로 한 미국 동부 래퍼들 덕에 ‘패션 아이템’으로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나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우탱 클랜 등 ‘이스트 코스트 힙합’을 대표하는 래퍼들이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팀버랜드를 신었기 때문이죠. 힙합 역사상 최고의 명반 중 하나인 맙 딥(Mobb Deep)의 <The Infamous> 앨범의 뒷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역시 래퍼 하보크(Havoc)가 신은 팀버랜드 부츠입니다. 우탱 클랜의 랙원(Raekwon)은 ‘Da Mystery of Chessboxin’’이라는 노래에서 “나는 팀버랜드처럼 터프하지”라는 가사를 뱉기도 했죠. 서부 힙합을 대표하는 신발이 ‘올백’ 에어포스라면, 동부 힙합을 대표하는 슈즈는 팀버랜드 부츠입니다.
1990년대 래퍼들은 팀버랜드를 어떻게 신었냐고요? 요약하자면, 모든 옷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오버사이징하면 됩니다. 전형적인 ‘올드스쿨’ 래퍼처럼 말이죠. 비기와 랙원처럼, XL 사이즈 데님 혹은 칼하트의 워크 팬츠는 물론 엉덩이를 다 덮을 정도로 큰 XXL 상의는 필수품과도 같습니다. 바지 밑단은 부츠 안에 무심하게 구겨 넣어도 좋고, 부츠 윗부분을 가리도록 연출해도 좋죠. 누구보다 ‘레트로’한 룩을 완성하고 싶다면, 빅 사이즈 진과 팀버랜드 부츠를 활용해보세요.
그렇다고 팀버랜드가 랩 스타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컬트적 인기를 누리던 팀버랜드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마놀로 블라닉의 ‘오클라모드(Oklamod)’ 부츠만 봐도 알 수 있죠. 지난해 4월 킴 카다시안이 신어 다시 한번 화제가 된 바로 그 신발입니다. 본래의 두툼한 셰이프가 아니라 얄팍한 셰이프로 재탄생한 덕에 글래머러스한 드레스에도 어울렸죠.
제니퍼 로페즈는 카고 팬츠와 함께 힐을 매치한 모습인데요. ‘트렌드 팬츠’ 중 하나인 카고 팬츠와 궁합도 매우 좋습니다. 좀 더 힙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통이 넓은 파라슈트 팬츠와 매치해도 좋겠죠?
팀버랜드는 캐주얼한 워크 팬츠나 데님이 아닌, 스커트와도 잘 어울립니다. 레이스 스커트와 샤넬 재킷 밑에 워크 부츠라니! 얼핏 들어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지만, 모델 베로니카 하일브루너(Veronika Heilbrunner)의 쿨한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바로 사라지죠.
물론 2022년에도 팀버랜드 부츠와 데님 조합은 유효합니다. 이 클래식한 조합을 좀 더 ‘요즘식으로’ 소화하려면? 와이드 데님도 좋지만, 유행 조짐이 보이는 투톤 데님 혹은 더블 니 데님과 매치하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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