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효린
농밀한 섹시함을 무기로 걸 그룹 중 가장 비약적인 상승세를 보인 씨스타. 그 인기를 견인하는 건 효린의 가창력과 터프한 관능미다. 홀로 카메라 앞에 선 효린은 이처럼 당당하다.
신곡 ‘Give It To Me’의 첫 소절은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서른이 넘기 전에 결혼은 할는지.’ 최근 들은 노래 중에서 가장 귀에 박히는 두 가사 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걸스데이의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 으하하! 그 파트를 멤버 중 소유가 불러요. 저희도 처음 가사 받고 나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결혼은 우리에게 너무 먼 일이잖아요.
씨스타는 성인들 취향에 더 잘 맞는 그룹이다. 씨스타의 노래를 즐기는 팬들 중에 이미 서른 넘은 여자들도 많다. 맞아요, 그래서 노래 듣는 분들이 과연 공감할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저는 서른 다섯 전에는 결혼하고 싶은데… 엄마는 되도록이면 늦게 시집가라고 해요. 딸이 이것 저것 많이 해보고 결혼하길 바라시는 거죠.
어머니께서 결혼을 일찍 하셨나 보다. 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으하하!
웃음 소리가 화통하다. 방송을 봐도 효린은 여장부, 여걸 스타일로 보인다. 하하. 숨기는게 없다는 점이 문제예요. 여자가 숨길 건 좀 숨겨야 할 때가 있잖아요, 여우처럼.
학창 시절에 친구가 당하고 오면 달려가 복수해주는 타입이었나? 그럼요, 달려갔죠. 그래서 엄마한테 많이 혼났어요, 제 앞가림이나 잘하라고. 의리를 중요시하는데다 사람들한테 얻어먹진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이건 방송에서도 한 말인데요, 엄마가 “니 똥구멍이 찢어져 가는데 남의 똥구멍 막아줄 판국이니”라고 하신 적 있어요. 저희 엄마가 명언을 많이 남겼습니다.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는 딸인가? 네, 엄마와 모든 것을 다 얘기해요. 엄마는 말하실 때 돌직구를 던지는 분이에요. 다른 부모들은 자식이 최고인 줄 아는데, 저희 부모님은 팔이 안으로 굽지 않아요. 객관적인 우리 부모님이 좋아요.
객관적인 어머니는 당신을 어떤 여자로 평가하나? 엄마가 저보고 멋있다고 한 적이 딱 한번 있어요. “너는 내 딸이지만, 같은 여자가 봐도 성격 하나는 진짜 멋있다”고.
왠지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겠다. 맞아요, 여자들이 많이 좋아해주는 편이에요. 남자들은 처음엔 절 싫어해요. 너무 강해 보인다고요. 첫인상이 썩 좋지 않은 편이라 오해도 잘 사요. 그런데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절 좋아해줘요.
이성과 자연스럽고 편하게 어울리는 여자인가? 제 화법이나 사고방식이 남성적인 편이에요. 남자들이 여자 친구와 생긴 문제를 제 앞에서 털어놓으면, 그 여자 친구 입장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러니 남자들이 절 편하게 생각하죠.
남자들이 씨스타 19의 ‘있다 없으니까’ 같은 무대를 보고도 그런가? 그 무대가 왜요?
몰라서 묻나? 작정하고 노린 무대 아닌가. 외로움에 흐느끼면서 요염하게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효린과 보라, 오랜만에 보는 섹시한 무대였다. 우하하하! 뭐가 섹시해요!
그 퍼포먼스의 승부수는 박시한 셔츠다. 긴 화이트 셔츠에 쇼츠를 입었다. 아, 그 셔츠 불편했어요. 하늘하늘한 셔츠가 아니라 꽤 무거운 셔츠여서, 춤을 출 때 글쎄 팔이 자연스럽게 안 올라가더라니까요.
솔직히 말해보자. 요즘 여자 아이돌, 공중파 방송에서도 얼마나 야한가? 그런데 화보 컨셉이 좀 세다고 하면 대뜸 소속사들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희가 노출에 좀 민감해서요.” 그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음….
개인적 의견이 궁금하다. 노출에 민감한가? 노출에 민감한 적도 없고, 특별히 민감하지 않은 적도 없어요. 노출이란 개념 자체를 별로 생각 안 해요. 외국에선 무대에 맞춰 얼마든지 자유로운 의상을 입지만, 한국 방송에선 제약이 있잖아요. 그러니 노출을 어느 정도까지 해보자는 생각을 하기보다 무대와 어울리는 스타일을 생각하죠. 마찬가지로 화보에서 주어진 컨셉이 있다면 그에 맞게 입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섹시 컨셉은 대세다. 씨스타는 어떤 차별화된 섹시함을 선택했나? 저희는 섹시하게 보여야 한다는 의식이 별로 없어요. 그 많은 섹시한 아이돌 그룹 중에서 저희를 특별히 예쁘게 봐주는 분들이 있어서 신기할 뿐이에요.
의외다. 언젠가 이효리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그래도 청순한 걸 그룹으로 시작해서 섹시하게 변해 갔는데, 요즘 후배들은 초반부터 섹시한 컨셉으로 가니 나중엔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싶다고. 그 말이 맞아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섹시해야 한번 더 쳐다봐주는데, 당연한 흐름이에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보수적인 문화가 강하다. 그런데 왜 섹시한 걸 그룹들만 인기 있을까? 그 심리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저도 ‘왜?’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은 있어요.
물론 효린은 청순한 소녀 컨셉보단 섹시한 게 어울린다. 그래요? 예전에 씨스타가 시크릿의 ‘샤이 보이’를 부른 적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 모두 ‘대체 왜 그랬어?’란 반응이더군요. ‘씨스타도 예쁘고 소녀 같은 무대 한번 했구나’ 식으로 말할 줄 알았지, 반응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우리가 못할 걸 했나 싶어서 괜히 죄송했어요.
무대 위에선 어떤 생각을 하며 노래하고 춤추나? 저는 그런 목적의식이 없어요. 남자들을 홀려야겠단 생각도 특별히 하지 않아요. 일단 라이브에 가장 신경을 써요, 부족해 보이기 싫으니까. 그 다음으로는 퍼포먼스를 표현할 때 얼마나 곡과 잘 맞는가를 생각하죠.
여자 댄스가수들을 보면, 눈에 띄게 웨이브가 유연한 인물들이 있다. 효린도 그 중 하나다. 저는 처음 년 동안 안무는 하나도 배우지 않고, 기본기만 배웠어요. 그래서 나쁜 버릇이나 잔 동작이 없답니다. 원래 나쁜 습관 버리는 데 시간이 많이 들거든요. 씨스타는 일단 멋진 춤을 춘다기보다 여성스러운 춤을 추죠. 춤의 선, 몸의 선이 예뻐 보이는 데 신경을 많이 써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음…. 성격? 제가 뭐든 잘 잊고, 뒤끝 없는 스타일이에요. 악성 댓글을 봐도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려요. 멤버들이 부러워하죠. 이 직업을 하기 좋은 성격이에요.
보컬에 대한 자부심을 언급할 줄 알았다. 여자 아이돌 중에서 보컬 실력이 출중한데. 그런건 없어요. 노래 잘하려면 아직 멀었죠. 가만히 서서 노래 잘하는 것 말고, 춤 출 것 다 추면서 노래를 소화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어요.
노래 스타일도 그렇고, 말할 때도 약간 샤우팅 식이다. 목이 쉬지 않게 관리를 잘해야겠다. 목이 쉬는 정도는 노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사람마다 목에 잘 맞는 컨디션 조절 방법이 제각각인데, 제 경우 잠을 많이 자야 해요. 바빠서 잠을 잘 못 자다 보니 목 컨디션이 안 좋은 채로 라이브할 때가 많았어요. 특별히 노래 부르는 방식이 잘못돼서 목이 쉬진 않아요.
효린의 외모, 성격, 보컬 스타일이 서로 잘 어울린다. 다행이네요. 앞으로 태닝도 꾸준히 하겠습니다.
본인의 외모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자기 멋대로 생긴 것 같아요. 피부가 원래 까무잡잡했는데, 무대 의상을 입을 땐 어느 부위가 노출될지 모르니까 몸 전체 톤을 고르게 하기 위해 태닝을 시작했어요. 제가 정말 예쁘게 생겼다면 태닝은 안 했을 거예요.
보컬 실력이 뛰어난 데다, 오늘 보니 몸매가 탄력 있고 훌륭하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안무를 해도 어울리겠다. 아니에요, 그러려면 얼굴도 예뻐야 해요.(웃음) 사실 방송을 하기 전엔 외모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데뷔 후 분위기나 사람들 반응을 보면서, 여자에겐 외모가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넌 예쁘니까 봐준다.” 이런 말 들으면 조금 화 나요. 못하면 못한다고 말해줘야지, 어째서 예쁘다고 봐줘요?
만나본 사람 중에 제일 작은 얼굴을 가졌다. 패션 기자도 동의했다. 제가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셨을 텐데요? 사람들이 제 얼굴 엄청 큰 줄 알아요.
피부도 굉장히 좋다. 아기 피부 타입이다. 저희 집안에 피부 트러블 있는 사람이 없어요. 씨스타 멤버들 모두 피부가 좋은 편이에요. 원래 다솜이 피부가 가장 좋았는데, 요즘 제가 1위로 등극했어요, 하하.
신체 부위에서 가장 자신 있는 곳은 어딘가? 등? 허리? 등과 허리 운동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뒤로 젖히거나 약간 힘을 주면 근육이 살아나요.
척 봐도 알겠다. 운동을 열심히 한 근육질 몸이다. 얼마나 열심히 운동하나? 아, 지금은 운동 잘 안 해요. 그런데 초등학교 때 육상을 했고, 10대 때도 웨이트나 운동을 꾸준히 했어요. 그때 가꿔놓은 몸 상태가 기본적으로 가는 것 같아요. 몸에 대해 잘 알고 싶어 비만 클리닉에 간 적이 있는데, 제가 여자치고 근육이 정말 잘 생기는 몸이래요.
여자로 태어난 것을 즐기는 편인가? 여자인 것에 만족해요. 제가 어울리지 않게 또 여성스러운 면이 있어요. 집 꾸미는 것 좋아하고, 정리정돈 잘하고, 화장실엔 휴지를 꽉 채워놔야 맘이 편해요. 아이스크림 먹을 때 옆에서 누가 한입만 달라고 하면 안 줘요. 다른 사람이 한입 베어 먹으면… 그냥 줘 버려요. 이런 제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좀 이상하지 않았을까요?
스물 셋이다. 연애하고 싶진 않나? 아직까진 동물이 더 좋아요. 음악 말고 다른 걸 한다면 수의사 공부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우리 고양이들 앉혀놓고 혼잣말을 많이 하죠. “엄마가 왔단다 얘들아” “늦게 와서 미안해” 이런 말이요. 물론 걔네들은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저를 봐요.
나이가 들어도 일은 계속 하고 싶나? 네. 집안 살림만 할 여자는 절대 아니에요. 무대엔 못서도, 하고 싶은 뭔가를 계속 할 거예요.
지금 씨스타가 추는 춤을 추면서, 언제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 것 같은가? 그건 저와의 싸움에 달려 있어요. 힘들어도 어떻게든 해내려고 저 자신과 싸울 것 같아요.
국내에선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여자 가수가 드물다. 그런 인물이 나와준다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 네, 저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저를 봐도 노래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어요. 무대를 경험할수록 더 능숙해지겠죠. 이렇게 계속 발전해 나가고 싶어요.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패션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YOON MYUNG SUB
- 스탭
- 헤어 / 이에녹, 메이크업 /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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