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 백, 스쳐가는 유행에서 클래식이 되기까지
영원히 유효할 디자인의 백을 소개하던 <보그>의 ‘아이코닉 백’ 시리즈를 기억하시나요? 올 초 <보그>가 꼽은 디올의 아이코닉 백은 바로 레이디 디올이었습니다.
‘아이코닉한 디올 백’ 리스트에 하나를 더 추가해도 좋을 듯합니다. 새들 백이 바로 그것!
존 갈리아노에 의해 탄생한 새들 백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0 S/S 컬렉션에서였습니다. 말안장과 닮은 셰이프에, D 로고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이 백은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죠. 갈리아노가 선보인 ‘올 데님’ 룩이나 승마복을 연상시키는 룩과도 완벽하게 어우러졌음은 물론입니다.
새들 백이 ‘잇템’으로 등극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히로인, 캐리가 펜디의 바게트 백 다음으로 사랑한 아이템이 바로 이 새들 백이었기 때문이죠. 데이트할 때도, 입맞춤할 때도 캐리는 새들 백과 함께였습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새들 백 역시 한동안 인기몰이를 했지만 열풍은 서서히 잦아들었고, 결국 2007년 디올은 백 생산을 중단했죠.
그 후 존 갈리아노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라프 시몬스는 디올 하우스에 ‘모던함’이라는 DNA를 이식하는 데 집중했고, 새들 백은 과거의 유산으로 남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2014년 비욘세가 빈티지 새들 백을 들고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렇게 모두에게 잊힐 뻔한 이 가방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졌고, 빈티지 새들 백의 가치 역시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디올의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빈티지 시장에서 새들 백에 대한 수요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죠.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해 선보인 2018 F/W 컬렉션을 통해 새들 백을 부활시킨 겁니다. 좀 더 모던해진 것은 물론 패치워크와 비즈 자수 장식을 적용하는 등 재미까지 더해 돌아온 새들 백에 모두가 열광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죠. 오리지널보다 살짝 큰 크기로 출시해 수납력까지 보완한 ‘뉴 새들 백’은 2022년 현재까지도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새들 백이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데일리 백’이자 어떤 스타일과도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평소 데님 재킷 등을 활용해 캐주얼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오블리크 패턴을 선택해 고급스러움 한 방울을 떨어트릴 수도 있고, 드레스를 입을 때는 무심한 태도와 함께 백의 스트랩을 손에 짧게 쥐어 스타일을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스트리트 웨어를 즐겨 입는 남성에게도 좋은 선택지죠. 허리에 벨트 형식으로도 맬 수도 있고, 스트랩을 어깨 위로 짧게 메면 적당히 ‘로고 마니아’ 같은 면모도 뽐낼 수 있으니까요.
만약 새들 백의 가격이 조금 부담된다면? 존 갈리아노 버전의 오리지널 새들 백을 선택하면 됩니다. 벨라 하디드가 그랬던 것처럼요! 뉴 새들 백보다 작은 사이즈 덕에 좀 더 러블리한 느낌을 줄 수도 있고, 데님 톱이나 크롭트 톱과 함께 매치하면 Y2K 룩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2000년대 후반 잠시 그랬던 것처럼 새들 백이 잊힌다면? 그래도 걱정 없습니다. 제2의 비욘세가 나타나, 이 아이코닉한 백을 다시 ‘잇템’으로 만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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