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안티 잇 백의 파워
몇 주 전, 빈티지 세일에 갔다가 우아한 시니어 여성을 봤다. 자신을 가꾸는 전형적인 뉴욕의 여성은 연한 워싱의 청바지에 심플한 스탠스미스 스니커즈를 신고 긴 몽클레르 패딩 코트 차림으로 숍에 들어섰다. 브랜드를 알 수 없었으나 그녀가 든 가방이 환상적이었다. 모노그램 같은 작은 로고로 뒤덮이지 않은 검고 네모난 ‘익명의’ 가방은 한눈에도 질이 좋아 보였다. 두툼한 케블라 가죽 소재에 견고한 모양, 실용적으로 보이는 어깨끈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출처를 알기 위해 다시 한번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 그건 나무 소재 베니어가 달린 토즈의 빈티지 백이었다. 별다른 특징은 없었지만, 내가 본 것 중 가장 임팩트 있는 가방이었다.
가방은 알다시피 전체 의상의 격을 높이는 힘을 지녔다. 루이 비통 네버풀을 들고 다니는 임원이나 라임 컬러의 보테가 베네타 카세트 백을 드는 패션 걸이나 이브 생 로랑 몸바사의 뿔 손잡이를 움켜쥔 빈티지 애호가까지 가방은 그 사람의 지위를 상징하곤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메리 케이트 올슨을 종종 생각한다. 모두가 아는 에르메스 켈리 백을 닳고 닳을 때까지 드는 그녀 말이다. 가방이 얼마짜리인지와 상관없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올슨이 패션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잘 알려지고 유명한 가방보다 더 강력한 것은 아는 사람만 아는 익명의 잘 만든 피스다. 몇 해 전 스타일리스트 멜라니 산체스가 아주 고급스러운 낙타 가죽 숄더백을 든 모습을 보았다. 앞면에는 표범 모양의 원형 걸쇠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까르띠에의 것이었다. 솔직히 당시에는 까르띠에에서 가방을 만드는지도 몰랐다. 멜라니는 “수납공간이 좋으면서 작고 메기 쉬운 숄더백”이라며 “3년 넘게 가장 자주 드는 가방인데, 그동안 다른 가방을 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뛰어난 피스는 리셀 플랫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좋은 가격으로 흠집 하나 없는 토즈의 환상적인 흑요석 컬러의 가죽 토트백, 뱀 가죽의 양각 손잡이가 달린 멋진 청록색 스웨이드 숄더백을 더리얼리얼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아방가르드한 손잡이가 달린 블랙 레더의 앤 클라인 빈티지 토트나 우아한 골드 체인이 달린 빨간색 악어 무늬의 헨리 벤델 클러치도 있다.
신상품으로는 토리 버치의 스몰 마시멜로 사첼백이 있다. 가방의 허리부터 손잡이까지 길고 얇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두 개의 포켓으로 구성해 가장 1990년대다운 디자인을 뽐낸다. 틱톡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나나 리퍼블릭의 비다 백도 있다. 라벨이 없는 제품으로 브라운, 카멜, 블랙 컬러로 스웨이드와 가죽 등의 재질로 출시했다. 프라다에서 파슬에 이르기까지 상품을 분해하고 분석하는 가죽 세공인 태너 레더스타인(@tannerleatherstein)은 최근 메이드웰의 매력적인 시드니 숄더백을 잘라 제품의 품질과 장인 정신을 칭찬하기도 했다.
물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명한 백은 분명한 이점이 있다. 값비싸 보이는 것들이 그 사람의 위신을 세워주는 것 말이다. 사실 그건 문제가 없다. 그저 익명의 럭셔리 백이 퀄리티로만 승부함으로써 매혹적인 힘을 갖게 된다는 것만 알면 된다. 알려진 잇 백은 찬사를 이끌어내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안티 잇 백은 대화를 시작하는 데 궁극의 도구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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