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컬렉션을 통해 엿본 2023년 백 트렌드 4
2023 F/W 남성복 시즌이 한창입니다. 남성복 컬렉션은 약 한 달 뒤 소개할 여성복 컬렉션에 대한 다양한 힌트를 제공하곤 하죠. 이 수많은 힌트 중에서도 백에 관한 것만 골라봤습니다. 파리 일정이 막 시작된 시점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며 2023년의 가방은 어떤 모습을 띨지 예측해보자고요!
# 격식과 실용성
가장 먼저 포착된 트렌드는 ‘격식과 실용성’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제냐부터 살펴볼까요? 100년이 훌쩍 넘는 브랜드의 오랜 역사에 걸맞게,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릴 법한 백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포멀한 느낌의 백이라고 꼭 불편하거나 무거울 필요는 없죠. 수납공간이 충분하면서도, 다양한 길이의 스트랩을 활용해 편하게 메거나 들고 다닐 수 있게 한 것이 포인트입니다.
프라다 역시 격식과 실용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듯 보였죠. 양손을 자유롭게 해줄 앙증맞은 크기의 미니 백은 물론, 깔끔한 레더 백도 의도적으로 텀블러 뚜껑이 보이도록 연출해 백 본연의 의미를 상기시켰습니다.
실용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알릭스 같은 브랜드도 있습니다. 세로 면과 가로 면에 달린 스냅 버튼 덕에 자유자재로 연결 가능한 백을 선보였거든요. 내용물에 따라 세로로 들거나 가로로 들 수도 있고, 다양한 텍스처와 소재로 만든 덕에 본인만의 조합을 완성할 수도 있죠.
#크면 클수록 좋아요
2023 S/S 컬렉션부터 시작된 ‘빅 백’ 트렌드는 쭉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어제, <보그 코리아>에서 이미 짚고 넘어간 트렌드이기도 하고요. 벌써 다양한 질감과 소재의 빅 백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다음 달 런웨이에서는 어떤 빅 백이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되지 않나요?
#지금은 웃음이 필요한 때
지난 시즌, 실소를 유발했던 JW 앤더슨의 ‘비둘기 백’을 기억하시나요? 이번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위트 넘치는 백의 향연은 계속됩니다. 그 시작을 끊은 것은 바로 펜디. 하우스의 시그니처 백인 바게트 백에서 영감받아, 실제 바게트 모양의 백을 출시했습니다. 시어링 소재로 푹신푹신한 인상을 주어 한층 더 귀엽게 느껴지죠.
마틴 로즈 역시 쇼핑백을 본뜬 백을 선보였는데요. 마냥 위트 넘치는 디자인이 아니라, 일종의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웃음을 유발하는 백’ 이야기를 하는 데 JW 앤더슨이 빠져서는 당연히 안 되겠죠. 지난번 컬렉션이 비둘기였다면, 이번에는 개구리입니다. ‘프로그 백’뿐 아니라 ‘프로그 클로그’까지 선보이며 이번에도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죠.
# Less is More
‘다음 시즌 트렌드는 이거야’라는 제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47개의 룩을 선보이는 동안 단 하나의 백도 등장시키지 않은 브랜드가 있습니다. 생 로랑이 그 주인공이죠. 대부분의 모델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거나, 케이트 모스처럼 재킷을 바닥에 끌며 워킹을 이어갔습니다. 마치 “가방이 왜 꼭 필요해?”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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