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라 허스트에게 패션이란
가브리엘라 허스트에게 패션은 과학이자 미래다. 미래 패션에 사명감을 지닌 그녀를 <보그>가 만났다.
“이제 자기적 융합과 내부 융합의 차이를 이해하실 것 같은데요.” 이렇게 말하며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는 휴대폰의 설계도를 껐다 켰다. 언뜻 듣기에는 최소 핵물리학 혹은 악몽 같은 물리학 깜짝 시험에 나올 법한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허스트의 따사로운 뉴욕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2020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끌고 있는 끌로에의 S/S 컬렉션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사무실의 유리문 밖으로는 팀원들이 무드보드에 표시를 하고 있고, 옷이 쌓여 있고, 모델들은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의상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안쪽에서는 남색 실크 셔츠에 트위드 야구 모자를 눌러쓴 금발의 허스트가 가만히 앉아 집중하고 있었다. 허스트는 2021년부터 머리를 가득 채우던 ‘융합’ 패션이라는 컨셉을 만들고 있었다.
“융합은 우주 에너지의 주요 원천이죠.” 허스트는 별의 핵에서 양자가 합성되며 열과 빛을 내뿜는 항성 핵합성의 과정을 예로 들었다. “별의 죽음으로 우리가 만들어지니, 융합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었겠죠.” 아직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태평양 연안 북서부, 뉴잉글랜드, 남프랑스의 연구소를 두루 방문한 뒤 영감을 얻어 만든 그녀의 S/S 컬렉션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허스트와 동료들은 연구원들을 두고 ‘별을 만드는 사람’이라 일컫곤 한다. 핵융합은 핵분열과 달리 장기간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으며, 멜트다운의 위험도 적은 데다, 한 잔의 물이 가진 수소 원자를 통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끌로에 모델들은 물리적으로 굴절된 듯한 디자인을 입고 있었다. 허스트는 푸크시아 컬러 스와치 패브릭 여덟 장을 한 회사에 보내, 그곳에서 융합에 따른 핑크색에서 보라색에 이르는 컬러 매치를 한다. 수소 동위체, 중수소, 삼중 수소와 같은 기하학 패턴이 옷에 펼쳐진다. 모델들은 원자의 자기 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도넛 같은 형태의 장치 토카막과 유사한 디자인의 런웨이를 걸었다. 멕시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명 아티스트 파올로 몬티엘 코파(Paolo Montiel-Coppa)는 자석을 표현한 백열하는 거대한 링을 만들어 런웨이에 떠다니게 만들었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참상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지난봄 뎀나는 인공 눈보라 속에 모델들을 세웠다. 왕나비가 지난여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됨에 따라, 콜리나 스트라다는 9월의 쇼를 박주가리가 자라는 들판 한복판에서 치렀다. 이렇게 패션은 공개적으로 산업 자체가 만들어내는 문제와 싸우고 있다. 2020년 비영리 환경 기업 스탠드어스(Stand.earth)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기업은 항공이나 해운 산업보다 온실가스 배출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LVMH, 케어링,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와 CEO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패션 공급 체인의 가장 큰 부분이 여전히 의류 생산에 필요한 열과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표백, 염색, 직조, 마무리, 운송 과정에서 말이다. 이 가운데 허스트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패션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산업군이 생산량의 80%를 화석연료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에너지를 얻을까요?”
허스트는 미적 측면과 활동이라는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이 문제에 맞서려고 한다. 투명성과 제작 단계의 혁신을 강화하는 동시에 컬렉션을 통해 일련의 문제를 알린다. 그녀의 목표는 자신이 만드는 의상의 가장 작은 섬유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엮여 있다. 20대 초반에 허스트는 걱정을 줄이기 위한 팁을 발견했다. “일종의 위시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걱정이 생길 때마다 내가 느끼는 것의 반대를 적어 내려갔죠.” 허스트의 가장 큰 걱정인 기후 위기의 반대에 있는 것은 기후 성공이다. “주문처럼 스스로 되뇌고 있어요. 기후 성공. 기후 성공. 기후 성공. 기후 성공이라고요.”
1976년 우루과이에서 태어난 허스트는 산타이사벨에 있는 1만7,000에이커의 파이산두(Paysandú) 목장에서 윤리적 소비와 보존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자랐다. 2011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4남매 중 맏이였던 허스트는 집과 농장을 물려받았다. 남편 존 오거스틴 칠튼 허스트(John Augustine Chilton Hearst(오스틴))는 이런 독특한 성장 배경이 그녀의 패션 커리어에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본다. “제게 처음으로 ‘어떻게 자랐는지 얘기하세요. 이 농장에서 생산한 울로 옷을 만드는 게 좋겠어요’라고 말한 사람이에요.”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2023 봄 런웨이 쇼에서 커다란 최신 가족사진을 찍었다. 허스트는 딸들 중 한 명과 트럭 뒤에 타고 있었고, 햇살 속에 소 떼가 서 있는 사진이었다. 사무실에는 불교 신자이자 4대 목장주인 어머니가 나무 사이에 서 있는 사진이 있었다. “저를 임신한 곳이랍니다. 바로 어머니의 숲이죠.”
목장주 가족의 일원으로서, 허스트는 자신을 돌연변이라고 설명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디즈니 만화 <신데렐라>의 변신 장면을 보고는 할머니의 실크 드레스를 자르기도 했다. 몬테비데오에 있는 영국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호주에 1년 동안 갈 수 있는 장학금을 받았는데, 이를 시작으로 10여 년간 여행을 하게 되었다. 허스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우루과이 ORT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다시 모델 활동을 위해 파리와 밀라노, 맨해튼의 네이버후드 플레이하우스(Neighborhood Playhouse) 연기 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연기 공부는 오래가지 못했지만, 뉴욕 생활은 길었다.
2003년 한 쇼룸의 세일즈 디렉터로 일하던 허스트는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한 컨템퍼러리 라인 칸델라(Candela)를 론칭했다. 스페인어로 ‘발칙함’을 의미하는 단어로, 물리학에서는 광도의 단위다. 두 명의 파트너가 700달러씩 투자했다. 칸델라의 초창기 제품 라인은 말에 올라탄 날개 달린 여성의 실크스크린이 들어간 티셔츠였다(아직도 사무실에 보관 중인 모친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10년 뒤, 칸델라는 수익이 나기 시작했고 허스트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에 가입했다. 200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파티에서 만난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손자인 오스틴과 그해 결혼했다. “처음에는 별로였어요.” 허스트가 말했다. 하지만 오스틴은 칸델라의 초기 투자자였고, 이제 그녀는 오스틴을 ‘나의 뮤즈’라고 부른다. “10년을 내다보는 사람이에요. 비전이 다르죠.” 이 부부는 허스트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2015년에 세웠고, 웨스트 빌리지의 타운하우스(대리석, 가죽, 허스트 저택에서 물려받은 골동품이 있다)와 뉴욕 개리슨 외곽의 허드슨 밸리(재생 목재, 나카시마 체어가 있다)에 있는 거처에서 시간을 보낸다. 일곱 살 난 아들 한 명과 허스트가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열네 살 쌍둥이 자매, 오스틴이 허스트와 재혼하기 전에 얻은 두 아이까지 함께 살고 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데뷔 컬렉션은 바니스의 끌로에 매장 바로 옆에 진열되었다. 종아리까지 오는 가죽 스커트, 칼주름이 잡힌 시어한 소재의 네이비 드레스, 섬세한 브이넥 스웨터였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고, 허스트는 숫양 캐릭터 머리의 프린트가 들어간 메리노 울 스웨터를 디자인했다. 이 프린트는 난소와 자궁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제품 100개를 699달러에 팔아 개당 500달러를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에 기부했다(지난해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폐지하기로 했을 때, 허스트는 다시 이 스웨터를 제작했다). 인도주의적 지원 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을 통해 케냐의 투르카나를 여행했고, 그 후 허스트의 관심사는 지속 가능성이 되었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가 겪는 가뭄은 극심해지기만 했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고,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수 킬로미터를 가야 하죠. 물이 없어요. 가축은 다 죽었고요.”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삶을 위해 값을 치르고 있다”고 허스트는 이야기한다. 혹자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윤리적 소비란 없다고 말한다. 허스트는 실용주의자다. “저는 럭셔리 디자이너죠. 럭셔리 디자이너라는 것은 모든 것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2019년 허스트는 패션계의 첫 번째 탄소 중립 런웨이 쇼를 뷔로 베탁(Bureau Betak)과 협업해 패션쇼의 탄소 발자국을 줄였고, 기후 컨설팅 기업 에코액트(EcoAct)를 통해 탄소 상쇄로 얻은 수익을 케냐의 엠부 및 타라카 니티 카운티의 지역사회에 요리용 화덕을 제공하는 히파디 생계 지원 프로젝트(Hifadhi-Livelihoods Project)에 기부했다(뉴욕, 파리, 우루과이를 오가고, 팀원들과 함께 융합 컬렉션 등의 아이디어를 위해 출장을 다니느라 기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허스트에게 비행기 연료 때문에 걱정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으로 클라이밋웍스(ClimateWorks)와 협업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모든 노력에는 돈이 든다. “하지만 진짜 비용은 뭘까요? 우리는 아무도 지불하지 않는 청구서를 내밀고 있어요. 누군가는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죠. 우리의 다음 세대, 아이들을 위해 해결해야 해요. 세상은 그 아이들의 것이에요.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죠. 이런 보호자의 역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모든 비용은…”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과학에 대한 엄청난 관심에도 허스트는 스스로를 영적인 사람이라고 여긴다. 가족들은 굳이 허스트에게 세례를 하려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가 세례를 받고 싶어 했어요. 모든 신을 믿듯 부처를 믿고, 그렇게 예수도 믿거든요. 영성이라는 것은 사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지 못하는 많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1952년 유대 공산당 지지자이자 칼 라거펠트를 기용한 가브리엘 아기옹이 론칭한 끌로에라는 브랜드에서 허스트의 역할은 이런 일종의 자기 충족 예언이었을지 모른다. 허스트가 구매한 첫 럭셔리 제품은 끌로에의 에디트 백이다. 그 후 허스트는 끌로에를 이끌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2020년 허스트는 92페이지에 달하는 끌로에의 방향성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가장 주요한 동력은 끌로에에 대한 제 애정과는 별개였죠. 가브리엘라 허스트에서 지난 7년간 환경 관련 개발과 조사를 통해 얻은 것을 70년 된 브랜드에서 업스케일링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어요. ‘얼마나 빨리 진행되겠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때는 예상보다 빨리 왔다. 2021년 가을 CEO 리카르도 벨리니와 허스트의 지휘 아래 끌로에는 비콥(B Corp) 인증을 받은 첫 럭셔리 패션 하우스가 되었다. 투명성과 ‘높은 수준의 사회적, 환경적 퍼포먼스’를 달성한 기업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끌로에는 현재 85.2점을 기록하고 있다. 80점이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점수이며, 전통적인 사업 영역의 평균 점수는 50.9점이다.
2021년 10월은 허스트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융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읽고 융합이라는 개념에 처음 사로잡힌 때다. 멀게만 보이던 그 희망은 최근 손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그래서 조사를 시작했어요.” 허스트는 지구상 가장 큰 규모의 핵융합 발전에 대해 읽었다. 35개국이 약 30년에 걸쳐 협업하는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ITER, 라틴어로 ‘길’이라는 뜻)로, 파리 남쪽으로 650km 떨어진 생폴레뒤랑스(Saint-Paul-lez-Durance)에 짓고 있다. 완성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토카막이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로널드 레이건이 함께 내세운 공약인 탄소 배출이 없는 대규모 에너지원으로서 융합의 가능성을 증명할 것이다. 허스트는 세계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융합을 좇는 기업에 대해 공부했다(이 ‘별을 만드는 사람’에 대해 얘기할 때는 강하게 몰입해 ‘우리’라고 일컫곤 했다). ITER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라반 코블렌츠는 허스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주 뛰어난 신경 가소성을 갖고 있어요. 지난 7년간 이곳의 모든 방문객은 기본적으로 똑똑한 사람들이죠. 공학 학위를 갖고 있거나, 국회의원 혹은 대통령도 있었죠.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2022년 5월 10일에 이곳을 방문했는데, 제가 본 사람 중에 융합 과학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비전공자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허스트는 매사추세츠에서 MIT와 협업을 통해 2025년까지 순 에너지 플라스마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가진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스(Commonwealth Fusion Systems), 그리고 향후 10년 안에 공공 인프라 상용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가진 워싱턴의 헬리온(Helion)이라는 기업을 방문했다. 끌로에의 토카막 스타일 런웨이 제작에 참여한 CFS 플라스마 물리학자 알렉스 크릴리에 따르면, 융합에 관련된 사람들은 늘 이 분야를 “대성당을 짓는 것과 유사하다”고 표현하곤 한다. “대성당을 짓는 것은 100년은 걸리는 일입니다. 일생 동안 완성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대단한 일에 참여하는 거죠.”
하지만 이는 오늘날 융합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끌로에의 가을 쇼 이전에는 융합이라는 분야의 붐이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럽겠지만 이는 수십 년의 연구와 혁신에 따른 노력의 결과로, 미국 에너지국은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융합 분야의 영리기업과 대학 및 연구소와 산학 협력을 위해 배정할 것을 발표했다. 허스트는 이런 의견을 비쳤다. “코로나 팬데믹을 예로 들고 싶어요. 사람들은 백신이 나오는 데 4년을 예상했지만 1년 안에 나왔죠. 4년 동안 록다운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엄청났기 때문에, 수십억 달러를 백신 개발에 투입했어요. 이 분야도 같은 상황이지만, 좀 더 어렵죠. 제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대화에 장벽을 더 느껴요. 사람들은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이 없어요.” 코블렌츠의 의견은 이랬다. “가브리엘라는 예술 측면과 과학 측면이 상호의 내러티브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독보적인 감각을 갖고 있어요.”
허스트는 기후에 대한 자신의 내러티브를 네 차례가 넘는 컬렉션을 통해 드러냈다. 2022년 가을 시즌에는 영국의 환경보호 활동가 이사벨라 트리(Isabella Tree)와 함께 생태 복원 컨셉에 집중했다. 허스트의 걱정을 줄이기 위해 작성한 리스트에 있는 것을 물리적으로 런웨이에 구현한 것이다. 리사이클링 캐시미어 스웨터와 페인티드 레더 백(육류 가공 산업에서 나온 폐기물로 만든 것이다)의 한 면에는 불타는 산, 녹아내리는 빙하 같은 재해의 이미지를 담고 이어지는 다른 면에는 푸른 산등성이 아래 펼쳐진 양귀비 꽃밭, 한 쌍의 북극곰을 보여주었다. “모든 인류는 연결되어 있어요. 모든 종도 연관되어 있죠. 우리는 이런 생태계에서 살고 있어요. 분리됐다는 것은 잘못된 개념이죠.” 주로 단일 색조로 구성한 리조트 컬렉션 역시 대중에게 융합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기 위한 허스트의 보이지 않는 미션을 위한 단계로, 레이저 컷으로 제작한 별 모티브, 스팽글 블랙 가죽 재킷, 영국식 자수를 놓은 드레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S/S 시즌은 그녀의 전매특허인 다채로운 색상과 상징주의로 가득 채웠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용 가능한 모든 플랫폼을 통해 이 융합 에너지에 대해 전하는 거예요.” 허스트의 현재진행형인 창의적인 노력의 최종장은 “우리의 두뇌를 진정 이해하는 것”이다. 어떻게 더 좋은 정보를 통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어요. 바로 이 순간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란 게 있잖아요.”
“그냥 외면하고 넷플릭스를 보며 말차 라테를 마실 수도 있어요. 그저 무관심하게 있는 거죠.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다른 이를 돕고 섬길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저는 가족과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이 두 가지 직업을 갖기로 결정했어요. 제 딸들을 임신했을 때는 굉장히 위험하기도 했죠. 아들을 낳기 위해 일곱 번이나 시험관 아기를 시도했죠.” 허스트는 70년이나 된 패션 브랜드 끌로에의 고급 여성복 컬렉션에 과학 이론을 접목하기 위해 설득하던 중립적이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 인생에서 해온 일은 많은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것들이에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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