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패션 위크, 도시별 관전 포인트는?
흔히 말하는 ‘4대 패션 위크’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월 10일, 역동적인 뉴욕에서 시작해 젊고 실험적인 런던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밀라노로 옮겨간 뒤, 3월 7일 ‘세계 패션 수도’ 파리에서 마침표를 찍는 숨 가쁜 일정이죠. 패션 위크 기간을 더욱 즐겁게 해줄, 도시별 관전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홈 커밍! 뉴욕
2월 10일 로다르테로 시작해 2월 15일 루아르의 쇼로 끝이 납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뉴욕에서 꾸준히 쇼를 선보여온 브랜드들. 독자적인 미학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엘레나 벨레즈,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카이트, <보그 코리아>가 선정한 2023년 라이징 브랜드 중 하나인 윌리 차바리아의 쇼를 기대해보세요. 직전 컬렉션과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설레는 소식은 톰 브라운의 ‘홈커밍’. 미국에서 나고 자란 톰 브라운은 그간 파리를 선호해왔는데요. 작년 10월 톰 포드에 이어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회장으로 선임되어서일까요? 그의 2023 F/W 컬렉션은 2월 14일, 뉴욕 패션 위크에서 열립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에스티 로더에 인수된 톰 포드는 디지털 컬렉션을 선보이기로 결정했고, 지난 시즌 뉴욕 패션 위크의 하이라이트였던 피터 도가 이번 캘린더에는 빠져 있거든요.
가장 영국스러운, 런던
2월 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런던 패션 위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영 디자이너’입니다. 최근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약진이 심상치 않거든요. 몰리 고다드, 넨시 도자카, 리차드 퀸은 물론 2022 LVMH상의 최종 우승자 S.S. 달리까지. 이 ‘세인트 마틴 군단’은 모두 젊고 도발적이며 젠더리스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세인트 마틴을 졸업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문화를 엮어내고 있는 알루왈리아의 컬렉션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하지만 이번 시즌, 런던에서 가장 이목이 쏠릴 컬렉션은 역시 버버리입니다. ‘가장 영국스러운 하우스’가 현재 가장 뛰어난 영국인 디자이너 중 하나인 다니엘 리와 함께 선보이는 첫 컬렉션이니까요. 보테가 베네타의 부활을 이끈 그가 버버리를 탈바꿈시키는 데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전통과 역사, 밀라노
전통과 역사. 이만큼 밀라노 패션 위크를 적절히 축약한 키워드가 있을까요? 이번 시즌에도 유서 깊은 밀라노 브랜드들이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구찌는 최근 사바토 데 사르노의 선임을 발표했지만, 직전 남성복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구찌 디자인 팀’에 이번 2023 F/W 컬렉션을 맡겼습니다. 이제는 라프 시몬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어버린 프라다의 컬렉션 역시 빼놓을 수 없죠.
밀라노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디자이너들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1995년생의 젊은 막시밀리안 데이비스는 페라가모를 성공적으로 바꾸어나가고 있으며, 글렌 마르탱이 이끄는 디젤은 온갖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020 LVMH상 파이널리스트에 빛나는 토모 코이즈미 역시 돌체앤가바나의 후원을 받아 밀라노로 향합니다.
새로운 시작, 파리
파리 패션 위크에 대한 설명이 굳이 필요할까요? 두 번째 날인 28일에는 디올과 생 로랑, 그리고 후반부에는 루이 비통과 샤넬, 미우미우 같은 ‘빅 네임’이 가득합니다. 스키아파렐리는 첫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며, 알렉산더 맥퀸 역시 3년 만에 파리로 돌아왔죠.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3월 5일, 발렌시아가가 쇼를 갖기로 했다는 것. 최근 몇 달간 브랜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뎀나가 이번에는 어떤 카드를 준비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여느 때와 같이 파리 패션 위크의 일정을 가득 채운 일본 출신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도 주목해보세요. 준 다카하시의 언더커버, 꼼데가르송, 준야 와타나베와 요지 야마모토처럼 말이죠. 어떤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본인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있는 릭 오웬스와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을 눈여겨보거나, 직전 시즌 역사에 길이 남을 쇼를 선보인 코페르니를 지켜봐도 좋습니다.
밀라노처럼 파리 역시 새로운 시작으로 가득합니다.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은 앤 드뮐미스터를 이끌고 첫 컬렉션을 선보이며, 해리스 리드의 지휘하에 변신을 도모하는 니나 리치 역시 첫선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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