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시, 소설, 에세이 신간 3
편식 없는 슬기로운 독서 생활을 도와줄 장르별 신간을 소개합니다.
<서쪽 바람>
이 계절을 닮은 차분한 마음을 선사해줄 시집부터 살펴볼까요? 메리 올리버의 작품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하는 마음산책에서 시집 <서쪽 바람>을 출간했습니다. <서쪽 바람>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산문과 산문시를 쓰기 시작하던 무렵 나온 책으로, 길이도 형식도 자유로운 4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덕분에 메리 올리버의 초기 산문시를 비롯해 폭넓은 시 세계를 접할 수 있죠. ‘서쪽 바람’이라는 제목은 메리 올리버가 일생 동안 흠모한 시인 퍼시 비시 셸리가 자연과 생명의 순환적 세계관을 드러낸 <서풍에 부치는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날마다 자연을 거닐며 면밀히 눈에 담은 숲, 호수, 동식물, 날씨 등의 풍경이 세밀한 언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봐, 그저 조금씩만 숨을 쉬면서 그걸 삶이라고 부르는 거야?
결국 영혼은 하나의 창문일 뿐이고,
창문을 여는 건 얕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보다
어렵지 않은 일인데.
─ ‘검고 긴 나뭇가지들 사이로 들어가본 적 있어’ 중에서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는 SF, 판타지, 순문학 등 출발점은 각기 다르지만, 고유한 빛을 뿜어내는 다섯 작가의 작품을 담은 앤솔로지 소설집입니다. ‘앤솔로지(Anthology)’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작가가 창작한 작품을 모아 출판하는 문집을 말합니다. 책에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 등 SF 장르를 통해 인간을 탐구하는 소설가 김초엽의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를 비롯해, 천선란, 이유리, 김서해, 설재인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슬픔의 방문>
“아버지는 자살했다.”
깊이 있는 기사를 통해 세상에서 밀려난 장소와 세상이 눈감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해온 <시사IN> 기자 장일호가 펴낸 에세이집 <슬픔의 방문>의 첫 문장입니다. 이 책은 가난하던 유년 시절부터 기자로 살아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에 찾아온 크고 작은 슬픔과 이를 곁에 둔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소설가 김애란은 이 책을 두고 “인생의 예기치 않은 사건 앞에서, 책 속의 말들이 다 무너지는 걸 목도하고도 다시 책 앞에 선 사람의 이야기”라고 평하기도 했죠. 더불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사회문제에 부단히 연결 지으며 독자에게 물음표를 던집니다. 그가 겪은 가난은 ‘자신이 빠져나온 세계’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로,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은 ‘존엄한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로, 투병 경험은 ‘아픈 몸을 대하는 세상’에 대한 사유로 나아갑니다.
“상처받는 마음을 돌보는 슬픔의 상상력에 기대어 나의 마음에 타인의 자리를 만들곤 했다. 살아가는 일이 살아남는 일이 되는 세상에서 기꺼이 슬픔과 나란히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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