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션 아이콘들은 왜 캠코더를 사랑하나
이 시대의 힙스터라고 한다면 이제 Y2K 시대의 산물을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한다. 와이어 이어폰, 디지털카메라 등 2000년대를 기점으로 각광받던 디지털 기기가 최근 힙스터들의 유행 사이에서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그중 캠코더는 그 시절 패션 트렌드, 레트로 감성과 맞물려 K-팝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까지 등장하며 문화적 회귀의 정점을 찍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세기말 감성 요소가 현재 Z세대에 의해 유행의 최전선에 섰다. 과거 밀레니얼 세대가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즐겼다면, 지금의 Z세대는 2000년대 초반 문화를 즐긴다. 그러니까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요즘 세대가 디지털에 반하는 아날로그에 신선함과 새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누구나 사진이나 영상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세상에 반기를 든 모양새다. 그 결과 캠코더라 불리던 옛 물건이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저화질에 노이즈가 섞인 사진과 영상으로 대표되는 캠코더는 스마트폰 영상 앱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순 있겠지만 ‘그때 감성’을 만들지 못한다는 한계를 느낀 이들이 찾는 아이템이다. 4K를 넘어 8K라는 초고화질을 추구하는 시대에 반대로 초점이 흔들리는 건 기본, 저화질에 노이즈, 날카로운 음성 등을 지향하는 셈이다.
최근 뉴진스를 중심으로 한 아이돌뿐 아니라 많은 셀러브리티의 SNS에는 옛 모습 그대로의 캠코더로 일상을 촬영한 순간이 많이 뜬다. 뮤직비디오는 물론 종종 브이로그나 유튜브 영상에도 캠코더를 적극 활용한다. 이들의 팬덤이 가만있을 리 없다. 10만원대부터 100만원에 근접하는 고가의 레트로 캠코더에 이르기까지, 버튼을 일일이 조작해 영상을 촬영하고 SD 카드 리더기와 USB 케이블로 태블릿이나 PC에 옮기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에도 감성을 좇는 이들은 A급 캠코더를 구하기 위해 빈티지 카메라 스토어나 중고 거래 플랫폼을 기웃거린다.
이처럼 캠코더가 담아내는 영상은 조금은 흔들리고 투박하지만 그때의 따뜻한 감성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힙하고 쿨한 트렌드임에 틀림없으며, 동시대 힙스터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정말 유행은 돌고 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주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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