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팬츠의 넥스트 스텝, 벌룬 팬츠
최근 브릿 어워드에서 화제가 된 샘 스미스의 의상을 기억하나요? 라텍스로 만든 점프수트에 어깨와 허벅지 라인이 부풀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니 쉽게 잊히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 팬츠의 실루엣은 단순히 ‘과하다’ 혹은 ‘기괴하다’고 생각하고 말 게 아닙니다. 과장된 허벅지 실루엣 때문에 벌룬 팬츠라고도 불리는 이 팬츠는 오랜 역사를 지녔을뿐더러 최근 런웨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샘 스미스 전에도 비슷한 실루엣을 시도한 아티스트가 있었습니다. 글램 록의 아이콘이자 젠더리스 스타일의 선구자, 데이비드 보위가 그 주인공이죠. 당시 그의 무대의상을 담당하던 일본인 디자이너 야마모토 간사이(Kansai Yamamoto)가 1973년 가부키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점프수트는 지금도 회자되곤 합니다. 성별에 국한되는 것을 싫어한 보위이니 몸의 실루엣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팬츠를 선택한 거죠.
그 후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데이비드 보위의 의상은 물론 폴 푸아레의 하렘 팬츠와 일본 전통 의상인 하카마 팬츠에서 영감을 받아 벌룬 팬츠를 재해석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레이 가와쿠보죠. 꼼데가르송과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라인을 통해 30여 년에 걸쳐 다양한 벌룬 팬츠를 선보여왔습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을 지향하는 레이 가와쿠보답게 여성용 벌룬 팬츠는 강렬하게, 남성용 벌룬 팬츠는 유려하게 풀어냈고요.
컬렉션을 일종의 쇼로 생각하는 톰 브라운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벌룬 팬츠를 활용해 항상 새로운 실루엣을 선보여왔죠. 하지만 톰 브라운의 벌룬 팬츠는 웨어러블하지 못하고, 쇼 피스가 실제로 판매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꼼데가르송의 벌룬 팬츠 역시 꾸준히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스타일링의 범위가 넓지는 않았죠.
알라이아의 2023 F/W 컬렉션은 벌룬 팬츠가 앞으로 훨씬 캐주얼해지고 웨어러블해질 것이라는 신호탄과도 같습니다. 코튼과 울은 물론, 데님 소재 벌룬 팬츠를 과하지 않게 풀어냈거든요. 데님 셔츠나 터틀넥처럼 클래식한 톱을 매치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벌룬 팬츠의 가장 큰 장점인 유려함과 강렬함이 공존한다는 것은 여전하고요.
벌룬 팬츠는 스트리트에서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루엣이 너무 과하지 않은 피스를 선택한다면, 출근 룩으로도 활용할 만하죠. 클래식한 니트 톱이나 셔츠, 오버사이즈 블레이저와 함께 말입니다.
와이드 팬츠의 ‘넥스트 스텝’이 벌룬 팬츠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당장 구매할 수 있는 선택지도 매우 다양합니다. 로에베와 크레이그 그린처럼 다분히 실험적인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해도 좋고, 알라이아의 ‘캔디 팬츠’ 출시를 기다려도 좋습니다. 가장 클래식한 선택지인 꼼데가르송의 벌룬 팬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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