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YKYK: 쿠니치 노무라
두아 리파, 프랭크 오션, 스티브 레이시, 카니예 웨스트, 헤론 프레스톤, 마크 제이콥스 같은 스타일 아이콘이 도쿄를 찾으면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뮤지션이나 패션 디자이너뿐만이 아니죠.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 웨스 앤더슨, 클로에 세비니, 그레타 거윅, 틸다 스윈튼… 그의 친구만 나열해도 A4 한 장은 거뜬히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쿠니치 노무라(Kunichi Nomura)입니다.
본인을 ‘에디터’, ‘작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소개하는 쿠니치 노무라는 1973년생으로 2000년 < Sputnik: Whole Life Catalogue>라는 책을 출판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아티스트 86명의 삶과 일에 대해 인터뷰한 이 책을 시작으로 그는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하며 점점 더 유명한 이들을 소개하는 일을 이어왔습니다. 일본의 국민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부터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너선 아이브, 영화감독 스파이크 존즈, 구스 반 산트 등 그는 인스타그램이 활발하게 쓰이기 전부터 글을 통해 크리에이티브한 인물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꽤 오랫동안 해왔죠.
수많은 크리에이티브와 셀러브리티가 그의 친구를 자처하는 건 그를 알면 일본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유창한 영어 실력은 기본이고 단순히 관람자의 시선이 아니라 인더스트리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얻은 노하우와 지식, 인사이트,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라인을 론칭할 만큼 뛰어난 패션 센스, DJ와 라디오 쇼 호스트를 할 만큼 뛰어난 음악적 식견을 지닌 친구를 누가 마다할까요. 오래된 업력의 크리에이티브는 그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 일본에서 뭔가를 만들어갔다는 데 뿌듯함을 느낄 것이고, 신세대 셀러브리티에게 그는 자기 또래가 모르는 진짜 일본 문화를 알려주는 친구죠. 그를 소개받은 적은 없지만, 제가 만약 유명한 뮤지션이고 곧 도쿄에 간다고 하면 지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 같군요. ‘쿠니치 상 한번 만나봐.’
쿠니치 노무라는 도쿄를 배경으로 한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2003),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2014)에서는 연기를, <개들의 섬(Isle of Dogs)>(2018)은 각본을 공동 집필하며 영화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죠.
뮤지션과도 끈끈한 연대를 보여주는 쿠니치 노무라는 2014년부터 J-Wave에서 <Tudor Travelling without Moving>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주 일요일 밤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닌 자신의 여행 이야기, 청취자의 메시지와 신청곡 등으로 구성되죠.
그는 2004년 공동 창립자들과 함께 ‘Tripster’라는 인테리어 스튜디오도 만들었습니다. 패션 브랜드 카브엠트(Cavempt)의 유명한 도쿄 스토어를 만든 것도 이 회사죠. 그뿐 아니라 노스페이스와 포터의 스토어, 각종 패션 브랜드의 이벤트 담당, 머스터드 호텔과 트렁크 호텔 같은 트렌디한 숙박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아트 신은 어떤가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화제가 된 아티스트 톰 삭스와도 오랜 친구 사이죠. 서로를 위해 옷을 만들어주고 작품을 선물하는 건 기본입니다. 빔즈 하라주쿠에서 톰 삭스가 팝업 스토어를 열었을 땐 그가 직접 인터뷰어로 나서기도 했죠. 아티스트의 사생활이나 취미를 속속들이 아는 친구가 진행하는 인터뷰만큼 특별하고 독특한 게 있을까요?
이쯤 되면 쿠니치 노무라가 건드리지 않은 영역을 찾는 게 불가능해 보입니다. 종합하면 음악, 패션, 공간, 아트를 아우르는 진정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할 수 있겠군요. 쿠니치 노무라에 대한 한국어 기사나 정보는 잘 찾아볼 수 없지만 인스타그램을 방문한다면 그가 관심 있는 건 무엇인지, 요즘 도쿄를 방문한 셀러브리티는 누군지 알 수 있죠. 기사 말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다면 한국의 쿠니치 노무라는 누구일까?’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나요?
‘If You Know You Know’는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패션계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알 사람은 아는’ 인물에 대해 탐구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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