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는 어떻게 디자이너를 매혹시켰는가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바비>는 작년부터 패션계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됐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왜 ‘바비코어’에 빠진 걸까요?
영화 <바비>는 지금 가장 젊고 유망한 감독인 그레타 거윅이 연출하고,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이 각각 바비, 켄 역을 맡았습니다.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영화 <바비>의 개봉을 두팔 벌려 반기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바비>의 제작 발표와 함께 모든 도시의 런웨이를 바비의 분홍색, ‘바비코어’가 휩쓸었기 때문이죠.
바비의 탄생
바비는 1959년 마텔의 창립자 부부인 루스 핸들러와 엘리엇 핸들러가 딸을 위한 인형을 고안하면서 탄생했습니다. 탄탄한 몸매에 하이힐을 신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형을 만들었죠. 바비의 등장은 아이들에게 충격을 줬는데요. 아름다운 모습은 물론, 여성들이 아이를 돌보는 것 외에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기 때문입니다. 위에 보이는 <바비> 티저 영상처럼 바비가 등장하기 전까지 여자아이들은 아기 인형만 가지고 놀았습니다. 바비가 독립적인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죠.
이때부터 바비는 승무원, 수의사, 미용사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는 혁명적인 일이었죠. 21세기에 들어서자 바비는 건강하지 않은 여성상을 찬양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는데요. 이후 2016년에 이르러 여러 체형과 피부색, 그리고 다양성을 갖춘 바비가 등장하게 됩니다.
탄생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바비는 끊임없는 재해석 덕분에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바비는 패션 영역에서만큼은 전혀 늙지 않는다는 것이죠.
바비가 패션에 미친 영향
바비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만큼, 1980년대부터 수많은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옷을 입었습니다. 입생로랑, 에르메스, 꼼데가르송이라는 굵직한 브랜드의 선택을 받았죠. 또 동시에 그들은 바비의 영향을 받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모스키노의 2015 S/S 패션쇼입니다. 당시 모스키노의 디렉터였던 제레미 스캇은 컬렉션 전체 모티브를 바비에게서 가져왔죠.
“바비와 저는 매우 닮았어요. 바비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직업을 가졌고, 낮이든 밤이든 모든 상황에 어울리는 의상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었죠. 디자이너에겐 완벽한 뮤즈입니다.”
2015년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레미 스캇이 한 말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패션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컬렉션을 선보인 마르지엘라도 1994 F/W 시즌 컬렉션의 주요 영감으로 인형을 꼽았죠. 이 컬렉션은 청바지, 카디건, 체크 셔츠 등 바비의 클래식 아이템으로 구성됐는데요. 옷의 비율을 바비 인형과 흡사하게 제작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멜리사와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함께 제작한 신발도 보세요. 누가 봐도 바비의 신발에서 영감받았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레타 거윅의 복귀작
<바비>가 디자이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레타 거윅입니다. 그녀는 바비로 분장한 마고 로비의 모습 단 한 장면만 공개하면서 모두의 시선이 바비에게 집중되도록 했죠. 이 이미지 외에도 일부 영화 속 이미지가 유출됐는데, 모두 제대로 키치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디자이너라면 모두 흥분할 만한 이미지들이었죠. 게다가 지금 가장 흥미로운 여성 서사를 만드는 감독이 바비 인형을 연출한다니, 그 누가 흥미롭게 여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바비코어 2023
킴 카다시안, 앤 해서웨이, 메간 폭스, 두아 리파까지 여러 셀러브리티는 지금도 바비의 분홍색으로 룩을 꾸미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죠. 발렌티노는 2023 F/W 컬렉션의 시그너처 컬러로 핑크를 선택했습니다. 베르사체는 캔디 핑크 컬러의 수트 재킷을 다시 선보였고요. 꾸레쥬는 분홍 드레스를 재해석해 살갗이 비치는 원단을 사용하기도 했죠. 조나단 앤더슨이 만든 로에베의 분홍색 신발은 <바비> 영화에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듯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브랜드가 분홍색으로 런웨이를 채우고 있는데요. 더 중요한 건 <바비>가 아직 개봉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상영된다면, 분홍에 매료된 사람은 수없이 늘어날 겁니다. 앞으로 절반 이상 남은 2023년, 디자이너와 셀럽, 그리고 거리의 사람들이 분홍색을 어떻게 활용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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