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등장한 록 스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척 베리를 꼽을 겁니다. 적어도 존 레논은 확실하게 척 베리를 꼽겠죠. “만약 로큰롤을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면 ‘척 베리’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첫 번째 여성 록 스타는 누구일까요?

이 질문에는 의견이 조금 분분할 수 있습니다. 록 스타의 범위를 넓혀본다면 1967년에 ‘Respect’를 부른 아레사 프랭클린이 될 수도,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을 휩쓴 재니스 조플린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록 스타의 모습을 한 첫 번째 뮤지션을 묻는다면 대답은 쉬워집니다. 1967년의 니코는 그 누구보다 록 스타 같았으니까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니코의 스타일링을 소개합니다.

니코는 독특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 특히 패션 아이콘 여러 명과 교류했죠. 독일 출신인 니코는 큰 키와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10대 시절부터 꽤 유명한 모델이었습니다. 샤넬에서 협업을 제안했지만, 이를 니코가 거절할 정도였죠. 이후 그녀는 열일곱 살에 유럽을 떠나 뉴욕에 상륙합니다. 이곳에서 빌 에반스 트리오의 앨범 <Moon Beams>의 커버 모델을 맡기도 하죠.

이후 니코는 모델 일보다는 음악에 집중하는데요. 음악에도 재능을 보인 그녀는 1962년에는 세르주 갱스부르가 만든 곡 ‘Strip’을 녹음했죠. 아쉽게도 이 곡은 2001년까지 공개되지 않았지만요. 그렇게 음반 작업을 이어가던 와중, 니코는 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존스와 친해집니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인 앤디 워홀을 소개해주죠. 앤디와 니코는 아주 빠르게 친분을 맺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앤디가 만든 영화 <Chelsea Girls>에도 출연하게 됩니다.

재밌는 건 이 당시 앤디 워홀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매니저를 자처하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니코의 보컬 능력을 알아본 앤디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데뷔 앨범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니코가 이를 받아들이죠. 그녀는 몇 곡에 리드 보컬로 참여했고, 1967년에 <The Velvet Underground and Nico>가 발매됩니다. 앨범이 나왔을 때는 니코의 보컬을 혹평하는 매체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장 위대한 록 앨범 중 하나로 꼽히죠.

이로써 니코가 최초로 록 앨범을 낸 여성이라는 건 어느 정도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록 스타의 면모를 보인 니코의 모습을 확인해봅시다.

지금이야 여성 록 뮤지션이 선글라스를 쓰고 수트를 입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만, 1960년대에는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뮤지션은 프린지가 달리거나, 플로럴 패턴이 들어간 화려한 복장을 입었죠. 이런 시대에 선글라스를 쓰고 포멀한 재킷과 핀스트라이프 팬츠를 입은 니코의 모습은 돋보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jacquesmarie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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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는 선글라스를 자주 썼습니다. 작고 각진 형태의 독특한 선글라스를 지난해 자크마리마지가 오마주하기도 했죠.

니코 외에도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멤버 모두가 록 밴드 특유의 시크한 무드를 풍깁니다. 특히 루 리드와 니코, 앤디 워홀의 룩은 액세서리 하나까지도 참고할 만하죠. 이들의 스타일링은 뉴욕 음악 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현재 록 시크의 뿌리인 셈이죠.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첫 번째 앨범은 겨우 1만 장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위대한 밴드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 앨범을 구입한 모든 사람들이 밴드를 결성했기 때문이다.”

현대음악의 거장 브라이언 이노가 벨벳 언더그라운드에 대해 평한 말입니다. 그들의 스타일링도 음악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무대 위에도 니코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스타일이 남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