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모든 피부 타입을 위한 수분 주사 정복기

2023.05.02

모든 피부 타입을 위한 수분 주사 정복기

자연스러우면서도 반감을 일으키지 않을 것! 건성, 지성, 복합성 모두가 선망하는 수분 주사 정복기.

어디 가서 ‘뷰티 에디터’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10여 명의 사람들이 내게 외모와 관련된 고민거리에 대해 말하곤 한다. 많은 친구들과도 외모에 관련된 고민을 나눠본 결과, 나이 드는 게 걱정이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뭐가 정말 문제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저 나이 들어 보인다고만 생각할 뿐이다(물론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며 현재 본인의 외모가 마음에 든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친구들은 모두 안티에이징 시술을 받는데 자신만 안 받으면 뒤처질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저는 화장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맨 얼굴을 좋아하죠. 맨 얼굴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서 평상시에 화장을 하지 않아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배우 전도연의 ‘민낯 예찬’이 화제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아니 동의했다. 하지만 올해로 마흔에 접어든 요즘 내 얼굴은 총체적 난국이다.

이럴 땐 일단 거울 속 자신을 보며 가장 신경 쓰이는 피부 고민이 정확히 뭔지 찾아봐야 한다. 자신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면 기분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뭐가 문제인지 면밀히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 모공이 문제였다. 특히 코와 코 옆쪽 볼 부분, 이른바 ‘나비존’의 모공 면적이 부쩍 넓어졌다. 칙칙하고 메마른 피부도 거슬린다. 일례로 탈수 증상을 보이면 제 기능을 온전히 해내기 힘들어진다. 학술지 ‘첨단 생리학’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탈수는 운동선수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지구력을 떨어뜨린다. 가벼운 탈수 증상도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이 논리는 피부에도 유효하다. 그러던 중 모르는 시술이라곤 없는 한 친구가 이 노화와의 싸움에 필요한 솔깃한 시술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름하여 리쥬란 힐러(Rejuran Healer). 우아한 이름에 왠지 모르게 구미가 당겼다.

먼저 리쥬란 힐러는 연어에서 추출한 생체 적합 물질인 폴리뉴클레오티드(Polynucleotide)를 피부에 주입해 피부 환경을 개선하는 ‘스킨 부스터(Skin Booster)’ 시술이다. “조직 재생과 성장, 항염 작용, 세포 생존율 향상, ECM(Extracellular Matrix, 세포 외 기질) 생성, 혈관 신생 촉진 인자 자극, 특히 콜라겐 형성에 도움을 줍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의 전언이다.

놀랍게도 피부의 80%를 구성하는 게 바로 이 콜라겐이다. ‘엘라스틴’이라는 단백질과 함께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든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콜라겐의 양은 점점 줄어든다. 혹자는 몸속 콜라겐을 ‘단백질로 이뤄진 피부 속 밧줄’에 비유한다. 어릴 땐 밧줄이 짱짱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양 끝이 닳아 결국 우리 몸은 줄어드는 콜라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수치로 따지면 20대부터 우리는 매년 몸속 콜라겐을 약 1%씩 잃어가며, 이로 인해 안타깝게도 피부가 점점 더 건조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자외선 노출, 흡연, 대기오염으로 콜라겐이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진 이 시점에 리쥬란 힐러는 그저 ‘빛’과 같았다. 또 기존 필러가 함몰되거나 꺼진 부위의 볼륨을 더하는 효과를 지니는 반면에, 리쥬란 힐러는 피부 속에 분자가 작은 주사제를 주입해 수분을 채워준다(의사가 직접 손으로 한 땀 한 땀 얼굴 전체에 주사를 놓거나 전용 인젝터(Injector)로 대체하기도 한다). 피부 수분감을 개선해 ‘물광 주사’ ‘수분 주사’로도 불린다. 시술 중 여러 번의 필러 주입을 통한 섬유아세포 활성화로 콜라겐과 엘라스틴 형성을 촉진해 건강하고 탄력 있으며 윤기 흐르는 피부를 만들어준다는 경험자들의 달콤한 유혹은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손 주사’와 인젝터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손 주사는 피부 내 유효 성분 침투율이 높지만 시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프다는 단점이 있고, 그에 비해 인젝터는 빠른 시술 시간에 통증마저 덜하나 유효 성분 침투율은 낮은 편이다. 1월 초, 내친김에 흑석동의 한 피부과를 찾았다. 최근 지인이 이곳의 손 주사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기에 기대감은 증폭했다.

장장 30분간 이어진 연고 마취로 얼굴 감각은 무뎌졌지만 막상 시술대에 오르니 약간의 전율이 온몸을 감쌌다. 갈 곳 잃은 내 눈빛을 감지한 걸까? 아담한 체구에 내 또래로 보이는 여의사는 자신도 분기별로 받는 시술이라고 안심시키며 무릎 위로 부드러운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럼에도 피부 전체에 약물을 주사하는 원초적 방식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했다. “범위가 넓긴 하지만 들어가는 깊이가 깊진 않아서 오히려 필러로 인한 혈관 막힘 같은 부작용은 없어요. 하지만 바늘이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피부염이나 외부 자극에 민감한 피부 질환자의 경우 악화되는 경우가 더러 있죠.”

감은 눈 위로 어렴풋이 느껴지는 주사기의 실루엣. 그런데 의외로 고통은 여드름 압출 관리 정도로 참을 만했다. “상부 진피층까지 얕게 들어가기에 얼굴 곳곳에 시술 가능해요.” 이마, 미간, 눈가, 눈 밑, 양 볼, 입가 주름, 관자놀이, 팔자 주름, 턱 끝 등 피부 표면에 얇게 포를 뜨듯 현란한 손 주사의 향연이 이어졌다. 20분쯤 지났을까,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충전재처럼 올록볼록한 형태의 ‘엠보싱(Embossing)’이 얼굴 전체를 뒤덮었다.

사나흘쯤 지나 ‘엠보’가 가라앉을 무렵, 기분 탓인지 몰라도 내 얼굴은 온종일 더 밝고 생기 있어 보였다. 탄탄해 보이면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과하지 않았다. 눈썰미가 좋은 ‘절친’이라면 바로 알아차리겠지만 다른 사람들이라면 모르고 넘어갈 만큼 미묘하면서도 분명한 변화였다. 무엇보다 모공 축소 효과가 상당하다. 콜라겐 조직이 치밀해진 만큼 처지고 늘어진 ‘나비존’이 어느 때보다 팽팽해 보였다.

수분 주사를 맞고 결과가 아주 마음에 들어 한동안 맨 얼굴로 외출했다. 시술할 때 아픈지, 부작용은 없는지, 유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재시술을 받고 싶은지에 대한 지인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세일 정보, 살림 노하우, 효과적인 신제품에 대해 알려주듯 시술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게 되어 기뻤다. 기본적인 조언이라면 공인된 피부과나 성형외과의를 추천한다. 요즘 대부분 상담 비용을 청구하지만 대부분 해당 금액을 시술 비용에서 감면해준다. 또 의사가 맘에 들고 내 얼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그 의사에게 직접 시술을 받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하자(공장형 피부과일수록 또 다른 누군가 혹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진행하는 불법 시술의 위험이 우려되니 말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한 가지, 수분 주사를 총칭하는 스킨 부스터는 주름을 개선하기 위한 시술이 아니다.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장기적으로 콜라겐과 엘라스틴 형성을 촉진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보습과 탄력 개선, 광채 효과를 전한다. 트러블과 잡티 제로의 도자기처럼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를 앞세운 K-뷰티의 부상과 함께 콜라겐 생성을 돕고 피부 본연의 회복력을 보완하는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주사다. 보톡스나 필러 대신 건조하고 칙칙하거나 생기를 잃은 피부, 주름이나 잔주름과 같은 피부 노화, 피부 건강 회복을 원하는 이들에게 확실히 반길 만한 선택지다.

하지만 시술이라는 단어 자체의 뜻이 모호하기 때문일까? 뷰티 에디터들은 비타민이나 수분 크림, 미네랄을 함유한 최신 자외선 차단제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도 주사 시술에 대한 언급은 꺼린다.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반감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솔직’하고 ‘내추럴’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사람들이 선망하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해요.” 미국 작가 사라 피터슨(Sara Petersen)의 말처럼 말이다.

대중 친화적인 뷰티 전문가일수록 시술과 수술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면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사례가 알려질 뿐 아니라, 엄청난 부자나 외모 강박증이 있는 사람, 성형수술 중독자들만 시술과 수술을 받는다는 대중의 편견도 깨진다는 이점이 있다. 피부 관리실에 가는 모든 사람이 미국의 리얼리티 쇼 시리즈 <진짜 주부들>의 등장인물들처럼 되려는 건 아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좀 더 기분이 좋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사실 수분 주사가 실로 하는 눈썹 정리나 하지 정맥류 시술을 받는 것과 뭐가 그렇게 다른가? 물론 수분 주사를 맞고 후회란 눈곱만큼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시술한 지 정확히 3개월이 지난 지금, 슬슬 민낯이 부끄러워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는 어차피 원상 복구될 것에 굳이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엔 제대로 응수하지 못했지만 요즘 내 대답은 ‘예스’다. 진피층에 주입한 용액은 증발하더라도 섬유아세포 활성화로 인한 체내 안티에이징은 현재 진행 중이니까. (VK)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이신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