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아야 할 브랜드_시대를 역주행하는 ‘보디’
트렌디한 아이템을 빠른 속도로 대량생산하는 패스트 패션의 시대. 에밀리 아담스의 브랜드 ‘보디’는 이런 흐름을 역주행합니다. 아메리칸 포크로어와 인디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아로새긴 의상을 통해서요.
지난 4월 초, 나이키의 새로운 협업 루머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1970년대에 출시된 나이키 스니커즈 ‘아스트로 그래버(Astro Grabber)’ 모델 재현을 필두로 의류 등을 선보일 거라는 소식이었죠. 빈티지 리바이벌 트렌드에 새로이 불을 지피게 될 프로젝트의 협업 파트너는 바로 보디(BODE)! 2016년 뉴욕에서 론칭한 보디는 CFDA가 2021년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한 바 있으며, 미국 <포브스>가 ‘예술과 스타일을 리드하는 30대 이하 인물 30명’ 목록에 올린 바 있는 브랜드예요.
보디의 의상을 보고 있노라면 일견 빈티지 숍을 방문한 듯한 인상을 줘요. 그도 그럴 것이, 보디는 실제로 1920년대 프랑스 침대 리넨과 1970년대 프로방스 식탁보, 퀼트와 인도 사리 등 과거의 것들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선보여왔어요. 저채도가 주를 이루지만, 과감한 색상의 패턴이나 자수와 패치워크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옷들이죠.
해리 스타일스, 제인 말릭, 제이 지는 이런 보디의 팬을 자처하는 유명인들입니다. 최근에는 <나 혼자 산다>의 벼룩시장 에피소드에서 이동휘가 코쿤의 보디 재킷에 눈독을 들이기도 했고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패셔니스타로 이름난 이들이 보디에 매료된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유일무이한 매력의 의상을 두고 ‘One of a Kind‘라 하죠. 보디가 그래요. 그런데 에밀리의 옷들은 차갑고 카리스마 있다기보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죠. 남자가 입든, 여자가 입든 간에요.”
그는 보디 특유의 따뜻한 정서가 수작업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입니다. “보디에서는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에밀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손으로 그린 그림이나 퀼트, 자수, 패치워크 같은 수작업들이에요. 이런 점이 특유의 따뜻한 정취를 전하는 역할을 하죠. 게다가 이런 옷은 10년 뒤에 입어도 촌스럽지 않아요. 보디나 스토리 MFG 같은 브랜드로 대표되는 빈티지 스타일이 인기를 얻는 건 바로 이런 매력 때문입니다.”
더불어, 자연스러운 사용감으로 이질감을 덜어낸 옷은 입었을 때 자신감을 더하는 비결 중 하나예요. 이런 이점은 특히 남성복에서 빛을 발하곤 하죠. 아니나 다를까 보디는 2020년 S/S 시즌 뉴욕 맨즈 패션 위크에서 데뷔했어요.
“보디 남성복의 뮤즈는 남편과 친가 가족이에요.” 보디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에밀리 아담스 보디 아줄라(Emily Adams Bode Aujla)는 미국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비즈니스 파트너이기도 한 에밀리의 남편 애런 싱 아줄라(Aaron Singh Aujla)는 1800년대 후반 북미에 정착한 인도 펀자브계의 후손이에요.
에밀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그들은 제 정체성의 일부이기도 해요. 가족이 좋아하고 귀하게 여기는 무언가를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보디의 의상에서 전해지는 에스닉 터치의 원천이 여기 있었네요.
7년이 흐른 지난 2023년 1월, 에밀리는 보디의 여성복을 공개했습니다. ‘더 크레인 에스테이트(The Crane Estate)’라 이름 붙인 2023 F/W 컬렉션은 그야말로 팬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옷장 그 자체! 여름 피크닉에 어울리는 산딸기 패턴의 시폰 원피스부터 러플 장식의 체크무늬 롱 드레스, 1970년대 영화에서 본 듯한 다채로운 질감의 스웨터와 블레이저, 그리고 소규모 웨딩에 딱 맞는 자수 장식의 긴 가운 드레스까지! 알고 보니 컬렉션 이름인 ‘더 크레인 에스테이트’는 고풍스러운 건물과 아름다운 정원으로 이름난 매사추세츠 북부 지역을 일컫는 표현이라네요. 영화 <작은 아씨들> 촬영지이자, 에밀리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하고요.
남편 애런은 첫 컬렉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밀리가 여성복을 선보이기로 했을 때 한 가지는 확실했어요. 에밀리의 엄마와 자매들이 컬렉션 뮤즈가 될 거라는 사실 말이죠. 배우 알리 맥그로우처럼, 반곱슬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스타일을 평생 동안 고수해온 여자들이죠.” 남성복을 만들 때 그랬듯 에밀리는 여성복을 준비하며 자신의 뿌리를 들여다본 겁니다. 그 결과물은 자연히 남다를 수밖에 없겠죠.
올 초 청담 무이 플래그십 매장에서 열린 보디 팝업은 이런 에밀리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손때 묻은 러기지 트렁크와 펜으로 눌러쓴 편지, 영화 포스터와 페리 탑승권 등 미국 서부 어딘가에 있을 법한 빈티지 마니아의 옷방 같은 공간 연출은 수작업이 돋보이는 보디 의상들과 근사하게 어우러졌습니다.
팝업을 진두지휘한 무이의 홍정희 바이어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요즘 나오는 상품들은 다들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는 공간의 역할이 중요하죠. 상품과 음악, 조명, 소품, 집기가 어우러진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가 됩니다. 보디 팝업은 지난해 11월 리뉴얼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건이에요. 1층과 2층 사이 위치한 메자닌은 분리된 공간으로 남다른 보디의 무드를 표현하기에 적합했죠.”
벽에 붙어 있던 귀여운 낙서들이 에밀리의 작품인지 물었습니다. “팝업 내 전시된 소도구와 집기 모두 보디 측에서 받은 것들이에요. 팝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제안에 열려 있어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브랜드라는 인상을 받았고요. 보디의 의상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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