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의 초대와 2번의 참석, 배두나의 칸 영화제 모먼트
“갑자기 술이 당기네.”
정재형의 유튜브 채널에 나온 배두나가 지난해 칸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에 내뱉은 말이었죠.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그녀에게 ‘촬영’이 제1순위이기 때문이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죠.
1998년 데뷔한 후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해외 감독과의 작업이며 OTT 작품 출연에도 서슴없이 도전해온 배두나. 한 사람의 필모그래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장르와 분야, 개런티와 관계없이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왔습니다. 팬들이 “2~3년마다 고르고 골라 영화만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소처럼 일하는 성실한 배우다”라고 자랑할 만하죠. 그 덕분에 레드 카펫에도 자주 섰습니다. 2016년부터 루이 비통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돼 매 시즌 컬렉션마다 얼굴을 비친 것까지 합치면 언제 쉬나 궁금할 정도고요.
배우들의 꿈이라 불리는 칸 영화제 또한 일찍이 2009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공기인형>으로 참석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기 시작하던 무렵으로 누구보다 먼저 영광의 레드 카펫을 밟아 화제를 모았죠. 이후 배두나는 영화 <도희야>로 2014년 칸에 다시 입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에는 <브로커>와 <다음 소희>, 두 작품을 출품시키는 기쁨을 누리죠. <다음 소희>의 경우 배두나가 정주리 감독에게 직접 영화제 출품을 독려해서 얻은 결과였고요. 하지만 결말을 이미 알고 있듯, 그녀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레벨 문> 촬영으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비하인드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은 적도 있으나 그 또한 영화 촬영으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죠. 하지만 아직 아쉬워하기에는 이릅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칸의 붉은 카펫은 그녀의 차지가 될 테니까요. 제76회 칸 영화제를 기념하며, 배두나의 칸 영화제 룩을 모아봤습니다.
2009년 제62회 칸 영화제
영화 <공기인형>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뮤즈 이전에 그녀는 이미 2000년대 여성들의 스타일 뮤즈였죠. 그녀가 나온 잡지로 필통 한번 만들지 않은 소녀들이 없었습니다. C컬 단발머리를 비롯해 블랙 스키니 진, 그녀가 쓴 놀이 시리즈 책까지, 그녀가 하는 모든 것이 유행했으니까요. 그런 배두나의 선택은 지방시의 블랙 미니 드레스였습니다. 오드리 헵번을 상징하는 드레스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드레스로 알려졌으며, 까만 숏컷에 가슴이 깊게 파인 블랙 드레스, 귀걸이나 목걸이 없이 단출하게 골드 링만 낀 모습은 모든 포커스를 그녀의 얼굴에 집중시켰죠. 블랙에 골드로 포인트를 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링, 지금 봐도 우아하죠?
당일 저녁에는 디올의 2008 스프링 컬렉션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 위에 섰죠. 존 갈리아노 시절의 붉은 드레스는 당시 어떤 셀럽도 레드 카펫에서 입지 않은 피스로 1930년대 유행하던 샤무즈 실크 원단에 그의 시그니처인 바이어스 컷으로 만든 것이었죠. 한 송이 장미처럼 보이는 드레스는 그녀의 피부와 대비돼 섹시하면서도 영화 속 베이비 돌 노조미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지방시 스타일링과 마찬가지로 골드로 포인트를 주고, 금색이 들어간 클러치로 통일성을 더해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스타일링을 선보였죠.
아래는 다음 날인 5월 15일에 찍은 포트레이트 컷입니다. 전날보다는 좀 더 매니시한 느낌의 의상을 선택해 <공기인형> 속 노조미보다 배우 배두나의 정체성이 드러났죠. 공통적으로 그녀의 얼굴로 시선이 가게 하는 스타일링이 눈에 띄었고요.
2014년 제67회 칸 영화제
영화 <도희야>
영화 <도희야>로 5년 만에 칸에 재입성한 배두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영화가 초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아 집 끝에서 끝까지 뛰어다녔다고 밝혔는데요. 이날 배두나가 입은 의상은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그녀를 위해 직접 디자인한 드레스였습니다. 배두나의 손목 치수까지 재어 갈 정도로 열정을 보인 그가 공들여 만든 작품이었죠.
레드 카펫 다음 날 치러진 포토월에서는 루이 비통 2014년 F/W 컬렉션 의상을 입었습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루이 비통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된 이후 처음 선보인 컬렉션으로 브랜드나 그에게나 도전적인 순간이었죠. 배두나는 3월 런웨이에 올렸던 의상을 5월에 입음으로써 제스키에르의 사랑을 받는 뮤즈임을 증명하기도 했고요.
새 깃털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장식이 인상적인 니트 드레스에 블랙 펌프스를 신고 2009년과 마찬가지로 얼굴에 시선이 가도록 액세서리 없이 깔끔하게 스타일링했습니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어제 입은 옷이라 해도 믿을 만큼 촌스럽지 않죠?
#칸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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