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먹는 게 약이 될 수 있다
세금 공부, 약간의 프랑스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 내가 학창 시절에 더 배웠다면 좋았을 것들이다. 나는 오랫동안 깊은 우울감, 건강 염려증, 낮은 자존감 같은 증상을 앓아왔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때때로 나를 잠식하다,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멀쩡해지는 일이 반복됐다. 그 주기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번아웃이 오거나 스스로를 잘 돌보지 않을 때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나 자신을 돌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내가 식단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밥이 보약’이라 했나? 다양한 웰빙 관련 팟캐스트를 통해 수없이 들은 이야기지만, 정작 식단 관리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음식은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흉터에 밴드를 붙이는 것처럼 말이다. 때론 식단이 정신 건강 상태에 따라 변덕스럽게 변하기도 했고,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감정이 큰 폭으로 요동칠 때도 있었다. 그 전에도 물론 식단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한 적이 있지만, 늘 예전으로 돌아가곤 했다. 언젠가 직면해야 할 문제였지만, 계속 피하기만 한 것이다.
체중 증가, 불편감, 전반적인 자기 통제 불능감이 점점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음식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싶은 열망에 영양학자이며 자연요법 전문가, 아르타(Artah) 설립자 리안 스티븐슨(Rhian Stephenson) 박사에게 연락했다. 단순히 육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재정비하고, 식습관에서 탄탄한 체계와 안정감을 갖추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줌 회의로 만난 박사와 나는 무엇을 먹었고 기분은 어땠는지, 에너지 레벨, 몸무게, 장 건강, 성욕, 피부 상태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사는 내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당신에게 더 잘 맞는 식단과 운동법을 처방할 겁니다.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을 함유한 음식 대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기분을 안정시키고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도와줄 수 있는 음식으로 식단을 채울 거예요. 설탕, 과도한 글루텐, 알코올, 초가공식품과 과도한 유제품 섭취는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모두 없으면 못 사는 것들이었다.
그녀는 “당은 기분 문제를 유발하는 주범이에요. 불안, 우울증, 인지 장애, 집중력 저하, 변덕스러운 기분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뿐일까요? 육체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글루텐 역시 예민함, 불안감, 브레인 포그는 물론 심한 경우 우울증을 유발하죠”라고 말하며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이라면 일정 기간 특정 음식을 끊어보길 권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보다 더 확실한 피드백은 없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상담 이후 시작한 ‘28일 프로그램’. 나는 가장 먼저 당, 전분과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에서 벗어난 식단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빵과 레드 와인을 포기한다는 건 당연히 힘들었지만, 일주일간의 ‘단식 주간’을 포함한 4주 프로그램은 양질의 농산물과 다양한 채소, 단백질이 얼마나 맛 좋고 포만감을 주는지 새롭게 깨닫게 해주었다. 과도한 당을 뺀 식단으로 최상의 컨디션이 된 나는 토마토의 달콤함, 호박의 아삭함, 연어의 풍미에 눈을 뜨며 더없이 행복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순조로운 건 아니었다. 첫 주에는 당분을 뺀 적응 과정에서 두통과 불쾌감이 들이닥쳤다. 둘째 주에는 슬픔에 압도됐다. 거의 매일 울었고, 그런 과정에서 식습관과 정신 건강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차츰 이해하기 시작했다. 설탕 덩어리가 임시방편의 만족감을 주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증상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 그 4주는 나 자신을 돌보고 존중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해준 치유의 시간이었다.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다시 생각했고, 늘 나에게 말을 걸어오던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어느 때보다 삶과 운명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감을 크게 느꼈다. 온몸에 에너지가 넘쳐 운동을 해도 지치지 않았고, 기분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은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단순한 원리다. 내 몸에 영양가 있는 완전식품을 선물하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 반대로 과도한 당, 알코올, 글루텐을 섭취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이 상호작용을 깨우친 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초콜릿을 먹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건강 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바쁜 와중에도 체계적인 식습관은 안정감을 선물했다. 상쾌한 기분과 감정을 즐기는 사이, 몸무게도 거의 6kg 가까이 줄었다.
“식습관으로 인해 불편감이나 해로운 증상이 나타난다면, 특정 음식을 식단에서 빼보세요. 이건 형벌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보는 첫걸음과 같죠. 음식과 부정적인 신체 증상의 연결 고리를 파악하고 나면 도저히 모른 척할 수 없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그 음식 섭취에 신중해지기 시작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행동 습관이 자리 잡죠. 이런 단계를 밟아가면 건강을 지켜나가기가 훨씬 쉽습니다”라고 스티븐슨 박사는 말한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 내가 완전히 달라지며 고결한 사람으로 변화한 것은 아니다. 먹는 것은 나의 즐거움이며, 여전히 레스토랑에서 성대한 식사를 즐긴다. 유일한 차이점은 스티븐슨 박사의 식단을 그대로 따르려 노력한다는 것. 의식적으로 글루텐과 당을 최대한 배제하며, 술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한다. 요일별 건강 레시피를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몰 아르타의 디지털 식사 구독 서비스를 활용해 식단을 규칙적으로 계획하고, 페이퍼(Papier)의 식사 계획 노트도 참고한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지루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식습관을 건강하고 균형 있게 유지하며 식재료 낭비 역시 최소화한다. 경제적 이익은 덤이다.
프랑스어 실력과 세금 관련 지식은 아직도 부족할지 모르지만, 향후 나 자신을 건강하게 돌볼 수 있는 법만큼은 확실히 배워가는 중이다. 건강한 삶을 위한 해답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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