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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라운과 앤드류 볼튼이 사는 1920년대 붉은 벽돌집

2023.06.11

톰 브라운과 앤드류 볼튼이 사는 1920년대 붉은 벽돌집

맨해튼의 집 앞에 선 앤드류 볼튼과 닥스훈트 헥터(Hector)를 안고 있는 톰 브라운.

엘시 드 울프(Elsie de Wolfe), 렌초 몬자르디노(Renzo Mongiardino), 해리슨 컬트라(Harrison Cultra), 데이비드 클라인버그(David Kleinberg).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와 엄청난 영향력을 지녔다는 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집에 전문 지식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는 점. 그곳은 바로 건축가 모트 슈밋(Mott Schmidt)이 앤 밴더빌트(Anne Vanderbilt)를 위해 1920년대 초 지은 아름다운 빨간 벽돌집이다. 부유한 미망인이었던 그녀는 고인이 된 남편의 성 같은 5번가의 집을 포기하고, 자기중심적이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을 찾기 위해 이 집을 지었다.

“전체적인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에요. 완전히 매료됐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코스튬 인스티튜트(Costume Institute)를 책임지는 웬디 유(Wendy Yu) 의상 연구소 수석 큐레이터 앤드류 볼튼(Andrew Bolton)이 말했다(그는 안나 윈투어와 더불어 멧 갈라 연례행사를 이끄는 주요 인사 중 한 명이다). 그의 파트너이자 패션계 스타로서 최근 CFDA 차기 회장에 임명되었으며, 에르메네질도 제냐 그룹이 5억 달러 가치를 지닌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지분 85%를 인수했다는 소식으로 2018년 대서특필된 톰 브라운(Thom Browne)은 몇 년 전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집을 발견했다. 그들은 처음에 그리니치 빌리지 쪽을 알아봤지만 결국 서튼 플레이스에 끌렸다. “이 도시에서 가장 특별한 동네로 꼽혀요.” 볼튼이 말을 이어가면서 그와 브라운이 소유한 이 집이 그중 가장 매력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70피트 너비의 우아한 파사드, 압도적인 건축양식까지, 우리는 이 집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요.”

거실은 도리스 레슬리 블라우(Doris Leslie Blau) 빈티지 스웨덴 평직 러그 위에 자크 퀴네(Jacques Quinet) 칵테일 테이블 두 개, 1930년대 제작된 양가죽의 메르타 블롬스테트(Märta Blomstedt) 암체어를 두었다.

우연의 일치로, 그 건물이 지닌 앵글로-아메리칸 스타일의 우아함은 자연스럽게 이 커플의 구상예술에 어울린다. 그들의 예술품 컬렉션이 고전적인 조지아 시대 영지보다 더 폭넓지만 말이다. 베니스 풍경화나 전통적인 초상화는 보이지 않지만, 테디 베어를 들고 있는 안 두옹(Anh Duong)의 자화상이 거울로 장식한 드레스 룸에 걸려 있다. 미아즈 브라더스(Miaz Brothers)의 모호한 그림이 다이닝 룸에 놓인 조지 3세 시대 사이드보드 위에 자리한다. 그 밖에도 덩컨 그랜트(Duncan Grant), 로저 힐튼(Roger Hilton), 노먼 록웰(Norman Rockwell), 윌리엄 메릿 체이스(William Merritt Chase) 등 여러 작가의 작품으로 모든 공간을 신중히 꾸민 듯하다. 16세기에 활동하던 네덜란드 미술가 얀 반 스코렐(Jan Van Scorel)의 심장이 멎을 듯한 ‘십자가에 걸린 예수상’도 그중 하나다.

벽난로 앞의 18세기 영국식 긴 의자와 디에고 자코메티(Diego Giacometti) 테이블이 짝을 이루는 응접실. 로즈 유니애크(Rose Uniacke) 소파, 조지 나카시마 월넛 칵테일 테이블도 함께한다.

“톰은 신실한 가톨릭 신자입니다.” 디자이너 클라인버그는 인테리어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 말부터 꺼냈다. 놀랍게도 그 커플의 예술품 중 어느 것도 가구, 카펫, 거울이 설치될 때까지 논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제가 앤드류와 톰이 소장한 예술품에 대해 끈질기게 물었죠. 그제야 그 환상적인 그림을 꺼내더라고요.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했죠.” 클라인버그는 브라운과 볼튼이 결국 그 작품이 돋보일 만한 장소를 상의하며 분주히 움직인 일을 떠올렸다.

2층 계단참엔 조지아 시대 가구(가죽으로 상판을 마무리한 팔각 테이블, 등나무 의자, 금테를 두른 거울)가 앙상블을 이룬다.

볼튼과 브라운은 앤 밴더빌트가 살았던 집의 아름답지만 비교적 절제된 인테리어를 매력적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뭔가를 복제한다기보다는 예전 모습을 꿰뚫어 보기 위해 찬찬히 집 사진을 살폈다. 다행히, 그 집의 새 소유주들이 추구한 취향은 오래전 사교계 대모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브라운이 “앤드류의 취향은 저보다 더 장식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그러면서도 절제되어 있죠”라고 말했고, 볼튼은 파트너의 안목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절충적입니다. 19세기든 미드 센추리 모던이든 상관없이, 그는 조화를 신중하게 생각하죠”라고 말했다. 이것은 클라인버그와 그의 클라이언트가 모인 이 공간이 수 세기 역사와 다양한 학파의 미학적 사상을 폭넓게 아우른 이유다. 그렇지만 안목과 정신이 혼란스럽지도 않다. 공간을 꾸밀 때 다 그렇지는 않지만, 1940년대 금빛 르네 드루에(René Drouet) 의자, 17세기 십자가상,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의 강렬한 탁자로 꾸민 다이닝 룸은 역시 조화롭다. 실제로 클라인버그가 사진을 촬영하던 중 재미 삼아 윌리엄 아브라노비치(William Abranowicz)에게 흑백 디지털 이미지로 보여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는 그 방에서 시대 불변의 매력을 느끼고는 기분 좋게 놀랐다. “누가 알려주지 않는 한, 그 집을 몇 년에 꾸몄는지 모를걸요. 물론 그게 목표는 아니었겠지만 말이죠.”

다이닝 룸에 리젠시 시대 클리스모스(Klismos) 체어와 1800년대 제작된 다이닝 테이블을 놓았다. 스칼라만드레 다마스크(Scalamandré Damask)로 만든 19세기 소파. 얀센(Jansen) 스콘스 조명이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의 작품과 17세기 십자가상을 비춘다.

귀여운 닥스훈트 헥터와 공유하는 볼튼과 브라운의 공간에서 관건은 시각적 활력보다는 정신적 휴식이다. 고요함과 사색은 차치하고, 이 건물은 오래된 구조 때문에 대대적인 개조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새 욕실, 새 부엌, 새 마루, 창문 교체와 함께 테라스 온실 철거가 필요했다. 주요 침실과 욕실, 작은 부엌과 옷방 등을 추가하기 위해 가장 꼭대기 층에 있던 하인들의 공간도 재구성해야 했다. 역사를 중시하는 볼튼은 “우리는 이 개조 과정에서 멋진 발견을 기대했어요”라고 말했지만 앨런 콕스(Allyn Cox)가 작업한 밴더빌트 부인의 찬란한 아시아풍 계단 벽화는 단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원래 있던 굴뚝도 남김없이 사라졌고, 현관 입구의 흑백 대리석 바닥도 없어졌죠.” 이 상실은 클라인버그에게 되레 이익이었다. 새롭게 창조하면 되니까. 평범한 천장은 클라인버그의 회사 대표인 크레이그 도일(Craig Doyle)이 재구상했다. 그는 이 집 건축가 슈밋도 인정할 만한 아름다운 장식으로 채워 넣었다. 몰딩 장식도 마찬가지다. 클라인버그는 “앤드류와 톰만큼은 아니지만 디자인과 공예를 높이 평가합니다”라고 말했다.

볼턴의 유일한 요구 사항은 따로 있다. 배우이며 작가,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엘시 드 울프 스타일의 정원풍 벽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클라인버그는 그 벽지를 눈에 잘 띄는 곳 대신 메인 침실에 시공함으로써 집주인 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을 듯한 가상의 정원으로 바꿨다. 클라인버그는 말했다. “앤드류와 톰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지만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이 집이 그들에게 제격인 이유죠.” VL

부엌은 앤 모리스(Ann-Morris) 펜던트 조명, 어반 아키올러지(Urban Archaeology)에서 구매한 바우하우스(Bauhaus) 천장 조명, 디 어반 일렉트릭 코(The Urban Electric Co.)의 스콘스 조명으로 장식했다.
피처 디렉터
김나랑
사진
William Abranowicz
Mitchell Ow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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