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예약 확정’ 전에 되새길 그레타 툰베리의 당부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예약 확정’ 버튼을 누르기 전 되새겨볼 그레타 툰베리의 첨언.
어느덧 스무 살이 된 스웨덴 출신의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열다섯에 스톡홀름 국회의사당에서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사로 섰으며, 2019년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역대 최연소로 선정되기까지, 그녀는 오직 지구를 위해 목소리를 냈고, 그만큼 행동했다. 2019년 9월 유엔 연설을 위해 툰베리는 영국 플리머스항에서 태양광 요트를 타고 15일 동안 대서양을 누벼 뉴욕에 도착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편도 비행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네갈인 다섯 명이 1년간 배출한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그뿐이 아니다. 쇼핑을 멈췄고, 육식을 중단했다. 온갖 비난과 깎아내리기에도 툰베리는 전진했고, 여러 사람이 그녀의 행보에 동참했다. 지난해 10월 툰베리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글로벌 청소년 운동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의 창립자와 협력해 <The Climate Book>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케이트 레이워스, 나오미 클라인, 미치 조넬 탄, 조지 몬비오 등 존경받는 지식인과 작가의 에세이, 과학적 사실과 인류학적 관찰을 엮어 정리한 내용이 494페이지에 달한다. 물론 낭비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 대부분은 이 책을 통독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기후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력을 다해야 하지만 말이다. 이 글은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개최되는 2023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더 많은 구체적 성과와 공감대가 탄생하기를 바라며, <The Climate Book>에서 발췌하고 메모해둔 툰베리의 첨언을 공유한다.
앎에서 시작하라
툰베리는 사우스뱅크 센터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열린 <The Climate Book> 출간 기념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후 위기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우리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이다.” 유튜브에서 ‘그레타 툰베리’를 검색하면 나오는 몇 편의 영상을 시청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와 실제적인 수치, 오래 잔상으로 남을 이미지를 통해 기후 위기의 실태를 분석하는 <The Climate Book>을 읽는 건 위대한 시작이 될 것이다. 책에서 소설가 마가렛 애트우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식은 도처에 널려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구체적 증거를 확보할 것
툰베리는 “기후 위기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초래되는 위기”라고 했다. 자신의 높은 인지도와 SNS를 활용해 온갖 자료와 인용으로 가득한 이 책을 열렬히 홍보하는 건 빙하의 붕괴와 기후 경제학, 패스트 패션과 생물종 손실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걸쳐 우리의 환경 의식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배출한 배기가스가 온실효과를 초래하면서 발생했다. 인간이 배출한 가스는 대기 중에 갇혀 지구를 위험한 수준까지 가열시키고, 그 결과 산불을 유발하는 폭염, 절망적인 가뭄, 돌발적인 홍수 등의 이상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바다도 시달린다. 만년설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온이 오르면서 산성화가 가속화되며 각종 해양 생물이 피해를 입는다. 이렇듯 지구의 모든 움직임은 연결된다. 비옥한 토양의 손실, 대기오염, 물 부족 문제는 80억 인구 모두에게 닥칠 막대한 위기의 시작일 뿐이다.
여행을 꼭 해야 한다면
기차, 트램, 버스, 페리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 차를 렌트하는 등 친환경 여행법을 고려하길. 우리가 드라이브를 ‘쿨’한 취미로 생각하고, 어떤 스포츠카를 렌트할지 고민하는 동안 툰베리는 저탄소 물류 체계를 나라에서 보장하고, 비행기 대신 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세계 각국 정부에 촉구해왔다. 또한 툰베리는 관광산업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한다는 점과 전 세계 부유층이 비행하며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항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50%를 차지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비행기가 만들어내는 구름을 아름답다고 바라보는 대신 땅에 찍히는 발자국을 늘리고, 개발도상국과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일에 힘쓰자.
일회용품 의존도 낮추기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시작된 플라스틱 편애가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을 오염시킨다. 석유화학 공정으로 탄생한 플라스틱을 최대한 재사용하고, 플라스틱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재료로 대체하는 일도 중요하다. 불과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많은 문화권에서 그런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사용했지만 요즘은 일회용품을 너무 당연하게 쓰고 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천연자원과 에너지를 아까워하자.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수명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다시, 울창하게
숲, 습지, 사바나(나무가 잘 자라지 못해 수풀로 무성하게 덮인 열대 초원), 산호초, 기타 고갈된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멸종 직전까지 간 지구 생명체를 부활시키고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탄소 중 상당량을 줄일 수 있는 일이다. 영국 환경 운동가 조지 몬비오는 “우리는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자연과 함께해야 한다. 재조림(산림지를 산림 외의 용도로 쓰다가 다시 산림으로 조성하는 일)은 우리가 생태계에 가한 엄청난 손상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값진 두 번째 기회를 선사한다”고 외쳤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다
앞서 말했듯, 생태계의 모든 면면은 서로 연결된다. 특정 동식물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인류와 지구를 지탱하는 생명의 그물망이 파괴되고 있음을 알리는 징조다. 나는 이왕이면 야생동물 보호에 일정 수익을 전달하는 여행이나 활동, 상품에 돈을 쓴다. 기후변화는 생물종의 멸종을 가속화하고, 생물종의 멸종은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지금 누리는 생활과 문화를 오래도록 향유하고 싶다면 어렵지만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2021년 생물 다양성의 날을 기념해 툰베리가 공개한 5분짜리 단편영화 ‘#ForNature’를 보고 영감을 얻을 것.
의식적 소비자 되기
경제학의 교과서로 꼽히는 <도넛 경제학>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지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탐욕스럽고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일을 멈추라고 강조한다. 개인주의적인 행동을 덜 하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레이워스는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한 전자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새로운 옷을 덜 구입하며, 단거리 비행을 최소화함으로써 저탄소 생활을 습관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소유와 사용은 줄이고, 공유를 늘릴 것.
지향형 채식주의자
열한 살 때 기후 위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거식증을 앓았던 툰베리는 <The Climate Book> 출간 기념회에서 “채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배우 마이클 클라크가 책에서 지적했듯 육류와 유제품 생산이 감소하면 농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크게 줄고, 동시에 삼림 벌채로 인한 토지의 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동물성 식품을 덜 먹고 덜 마실수록 확실히 세상은 좋아진다.
그린워싱은 그만
툰베리는 패션계의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이며 ‘기후 중립적’인 마케팅이 결국 그린워싱(Greenwashing,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면서 친환경적 이미지 광고 등을 통해 ‘녹색’ 이미지로 포장하는 행위)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행동’은 후광을 얻기 위한 공허한 슬로건일 뿐. 새 물건을 구입하면서도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브랜드의 논리에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온 툰베리는 기후 비상사태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 더 총체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도 활동가
툰베리는 세상을 바꾸려면 수십억 명의 활동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꼭 행진과 시위가 아니더라도 불매운동, 파업, 사회적 불의와 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모든 온·오프라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활동가가 될 수 있다. 사회나 우리 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지며 기후변화를 이끌어내자. 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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