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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간극으로 가득한 니콜라 포미체티의 베벌리힐스 집

2023.06.15

매력적인 간극으로 가득한 니콜라 포미체티의 베벌리힐스 집

니콜라 포미체티의 반려견들이 사빈 마르셀리스가 디자인한 보아 푸프에서 쉬고 있다.

니콜라 포미체티(Nicola Formichetti)는 45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패션계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이 디자이너는 디젤, 뮈글러, 유니클로, <보그 옴므 재팬> 등 저명한 브랜드와 매거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슈퍼스타 레이디 가가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성 중립적 하이 컨셉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니코판다(Nicopanda)를 만들고 이끄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그는 2020년 초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지난 20년간 패션계에서 닥치는 대로 일해왔죠. 팬데믹이 발발하기 한 달 전, 나를 다시 찾기 위해 LA로 이사했어요.”

빈티지 폴 스미스(Paul Smith) 오렌지색 수트와 발렌티노 꾸뛰르(Valentino Couture) 톱을 착용한 채 풀장 라운지에 앉은 포미체티. 기린 인형은 그가 즐겨 찾는 패서디나의 로즈 볼(Rose Bowl)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꽃병은 이탈리아 아티스트 가에타노 페셰의 작품.

포미체티가 반려견 오레오(Oreo), 프린스(Prince), 라스(Lars)와 함께 살 세컨드 하우스로 계획한 자연 친화적인 베벌리힐스의 집은 순식간에 팬데믹 피난처가 되었다. “이곳에서 팬데믹을 잘 버텼죠. 친구가 추천해준 집인데 이젠 운명 같아요. 동네 산책을 좋아하는데 베벌리힐스에선 할리우드 역사가 곳곳에서 느껴져요. 이 지역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미국 출신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꾸민 서재. 포미체티가 구입한 첫 예술품이다. 좀비 사진은 페루 출신 사진가 마리아노 비방코(Mariano Vivanco)가 촬영했다.

포미체티의 집에 도착하면 한 층 전체에 콘크리트 파사드가 펼쳐진다. 집에는 거실 두 개와 부엌, 욕실과 워크인 옷장이 함께한 침실, 손님방 두 개가 있다. 정원에는 1년 내내 LA의 화창한 날씨를 즐기기 좋은 세 곳의 옥외 공간이 자리한다. “특히 원형 거실을 보는 순간 쏙 빠져들고 말았죠. 그래서 둥근 집이라 불러요. 동시에 콘크리트 때문에 미니멀한 느낌도 풍기죠. 소장품을 놓아둘 근사한 캔버스 같기도 해요.” 인테리어 디자인에 열정적인 포미체티는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가구를 설치하고, 식물과 이국적인 수집품, 유수의 예술 작품으로 장식했다.

리바이스(Levi’s) 빈티지 데님 재킷과 팬츠를 입은 니콜라 포미체티. 그는 클래식한 작품과 키치한 물건을 적절히 배치했다.

포미체티는 옷과 액세서리뿐 아니라 세계의 독특한 아이템을 끊임없이 집으로 들여오기에 그것의 완벽한 배경이 될 집을 만들고 싶었다. “아시아(일본)와 서양(이탈리아)의 피가 흐르죠. 미니멀과 맥시멀, 다채로운 색과 흑백, 진지함과 재미의 간극이 주는 모순이 있어요. 제 세상엔 그것이 섞여 있죠.” 거실에는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사진 작품(포미체티의 보물 중 하나)과 앙증맞은 일본 물건이 한데 놓였다. “늘 주변에 사랑하는 것들을 두죠. 영감을 얻는 방법이에요. 제 패션 스타일과 집이 꽤 비슷하죠? 저는 어떨 때는 편안하고 싶고, 또 어떨 때는 미치고 싶어요. 가끔은 두 가지 다 원하고요.”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호박 쿠션과 헬로 키티×키스(Hello Kitty×Kiss) 장난감으로 가득한 서재 책장. 멤피스(Memphis)의 로봇 장난감을 레이디 가가와 작업한 레코드 옆에 놓았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에타노 페셰(Gaetano Pesce)의 꽃병과 사빈 마르셀리스(Sabine Marcelis)가 디자인한 핑크색 도넛 모양 보아 푸프가 집 안 곳곳에 장난스럽게 놓여 있다. “차분하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집이죠. 이곳은 나만의 사원이고, 원하는 것은 뭐든 하는 안전한 공간이에요. 저는 노마드랍니다. 전 세계 여기저기서 살았죠. 근데 이 집에서는 2년 반 넘게 살고 있어요. 이렇게 한곳에 오래 머물기는 처음이죠.” 일출을 보며 깨고, 하이킹하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책을 읽고, 일하고, 요리하는 것이 이 디자이너의 루틴이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도 해낼 수 있게 도와주는 환상적인 집이죠. 지난 몇 달간 나만의 향수와 향초를 만드는 실험실이 되기도 했어요.” 내년에 더 잦은 여행을 꿈꾸는 포미체티.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동아시아를 꼽았다. “한동안 그곳에 못 갔죠. 그래서 그리워요. 그곳에서 집에 놓을 물건을 사고 싶어요.” VL

세계 곳곳을 부유해온 포미체티. 그가 유일하게 2년 넘게 머문 곳은 이 집뿐이다.
거실 한쪽에 마련한 귀여운 세면대.
포미체티는 늘 집에 패션 아이템을 한가득 가져온다.
집에서 내려다본 할리우드 힐스 전경.
발렌티노 꾸뛰르(Valentino Couture) 재킷과 조지 콕스(George Cox) 신발을 착용한 포미체티. 거대한 디스코 볼은 뉴욕에서 LA로 이사할 때 갖고 온 유일한 소장품이다.
피처 디렉터
김나랑
사진
Christian Högstedt
Karine Moni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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