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년에 300일 이상 집을 비우는 브랜든 맥스웰의 여행 철칙

2023.06.13

1년에 300일 이상 집을 비우는 브랜든 맥스웰의 여행 철칙

똑똑하게 짐 싸는 법부터 공항 패션, 가장 아끼는 여행지까지, 1년에 300일 이상 집을 비우는 패션 디자이너 브랜든 맥스웰의 여행 철학.

2023 F/W 뉴욕 패션 위크가 막을 내린 후 마주한 패션 디자이너 브랜든 맥스웰(Brandon Maxwell)은 그의 여행 노하우를 묻는 인터뷰 내내 사과의 말을 전했다. “미안합니다. 정말 특별한 게 없어요.” 여행 사증으로 가득한 두 번째 여권을 들고 일주일에 열 번도 넘게 공항을 드나들지만 맥스웰에게는 그저 일의 연장일 뿐이다. 뉴욕에서 옷을 디자인하고, LA에서 이런저런 촬영을 디렉팅하고, 월마트에 입점할 라인을 손보고, <프로젝트 런웨이>를 촬영하며 때때로 북미와 유럽 전역에 포진한 소매업자와 제조업자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이니까. “2019년에는 그런 식으로 무려 350일 동안 집을 떠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여행에 대한 환상이 덜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맥스웰에게 여행은? “만약 여유 시간이 생겨서 친구들이 어딜 가자고 하면 저는 아마 그럴 거예요. “그래? 그럼 소파에 널브러져 있자.” 바로 그 자리가 저에게는 최고의 여행지일 테니까요.” 물론 할 일이 끝나면 그도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텍사스의 마파(Marfa) 거리를 활보하며 패션 피플을 구경하거나, 매사추세츠 낸터킷(Nantucket) 해변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거나, 작은 마을의 오래된 책방을 탐방하면서. 어느새 지인들 사이에 여행 전문가로 통하는 맥스웰이 기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과 선호하는 여행지 등 자신만의 여행 철칙을 공개했다.

선호하는 기내 패션은? 평소처럼 검은 옷을 고른다. 편한 실루엣의 스웨터와 팬츠 혹은 아디다스 셋업을 즐겨 입는다.

여행 짐을 꾸리는 과정을 소개한다면? 기본적으로 계획형이다. 위탁 수하물을 부치느라 공항 카운터에서 지체하는 걸 너무 싫어하기 때문에 한 달가량의 꽤 긴 여행이라 해도 짐은 항상 기내에 반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간소하게 챙긴다. 다행히도 같은 옷을 여러 번 입는 걸 그리 꺼리지 않는 편이다. 똑같은 디자인의 아크네 스튜디오와 드리스 반 노튼 팬츠가 색깔별로(그래봤자 블랙과 네이비 정도지만) 있고, 상의는 제임스 펄스의 티셔츠와 캐시미어 스웨터를 즐겨 입는다. 주로 오전 이른 시간에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아 가져갈 짐은 모두 전날 준비해둔다. 여행할 때 자주 챙기는 옷은 옷장 한쪽에 따로 보관한다. 곧바로 캐리어에 넣기 편하도록.

옷 외에 꼭 챙기는 것이 있나? 소설책과 미처 다 읽지 못한 잡지, 지난해 폐간한 <뉴욕 타임스>의 ‘선데이 매거진’ 같은 주간지. 마스크와 애플 헤드셋도 잊지 않는다.

기내에서 삼가는 일이 있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 피부를 위해서도 그게 좋다. 이왕이면 창가 좌석을 선호하는데 매 순간 내가 어디쯤 있는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 경미한 비행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내가 예약하려는 항공편에 통로 좌석만 남아 있다면? 하루 더 기다렸다가 창가 자리를 예약하겠다.

공항 혹은 기내에서 가장 거슬리는 타인의 행동은? 비행기 엔진이 꺼지기도 전에 일어서서 줄을 서는 사람들이 싫다. 서둘지 않아도 어차피 다 내릴 텐데! 보안 검색대에서 일행끼리 긴 대화를 나누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솔직히 참기 힘들다. 누군가 내 뒤에 서 있을 땐 여행의 설렘을 접어두고 잠시나마 눈앞의 일에 집중했으면 싶다.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이니 서로를 좀 더 배려하면 좋겠다.

휴가를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산책과 소소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평화롭고 한적한 작은 마을을 여행지로 선정하는 것. 독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을 가면 항상 그 마을의 유서 깊은 서점부터 방문하곤 한다. 사실 내 휴가는 정말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다. 아주 어릴 때 엄마가 나를 바다에 데려가면 나는 그저 해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나는 바다 수영을 썩 즐기지 않는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고, 멋진 서점이 있는 동네면 충분하다. 그런 곳에서 일하는 틈틈이 휴식을 만끽하는 것이 나의 여행 스타일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집처럼 편히 지내는 비결이 있나?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연히 묵은 어느 호텔 객실이 마음에 들면 그 도시에 갈 때마다 항상 그 방에 묵는다. 벌써 15년째 묵는 호텔 방이 있을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숙소는? 테네시에 있는 블랙베리 팜(Blackberry Farm).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에너지가 가끔 정말 필요하다. 그냥 시골이 좋다. 1년에 딱 한 번 휴가를 떠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근사한 휴양 도시의 5성급 호텔이 아니라 블랙베리 팜을 택할 것이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 맨 먼저 하는 행동은? 여전히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내내 불안하다. 어떨 때는 너무 무서워서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을 정도다. 비행 중에 늘 그런 긴장 상태로 있기 때문에 착륙하고 나면 온몸이 쑤셔서 체크인 후에는 언제나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그래야 다음 날 일정을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으니까. 호텔에 스파가 있다면 그곳으로 향하기도 한다. 부대시설이 얼마나 좋은지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뭉친 어깨를 풀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예술적으로 영감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약혼식을 치른 장소이기도 한 마파. 그곳 사람들의 타고난 패션 센스와 바이브가 정말 좋아서 마파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예술과 문화유산을 보유한 근사한 도시지만 무엇보다 사막 기후에 맞는 옷차림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좋다. 마파 땅에는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게 하는 독특한 힘이 흐르는 것 같다. 소음이 적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마파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평생 한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오스틴(Austin)과 낸터킷 중 어딜 고를지 너무 고민된다. 대학을 다닌 오스틴은 아직까지도 1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페리를 타며 시간을 보내곤 하는 낸터킷에서는 언제나 벅찬 행복을 만끽한다. 낸터킷의 노을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 해변가를 거닐던 순간은 가장 행복한 기억 중 하나다. VL

    Kaitlin Me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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