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3, 뻔해 보여도 중독적인 통쾌함!
<범죄도시> 시리즈가 8편까지 계획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꽤 놀랐다. 한국에서 제작된 시리즈 영화의 상당수는 주로 3편으로 마무리됐고, 그마저도 갈수록 흥행 성적이 떨어졌다. 그럴 만했다. 이전 작품의 공식에 안일하게 기댄 탓에 관객도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무려 8편이라니. 8편까지 이 시리즈의 매력과 신선도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 그래서 8편까지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 없이는 함부로 밝힐 수 없는 야심이다. 어쨌든 <범죄도시 3>는 천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고, <범죄도시 4>는 이미 촬영을 끝냈다. <범죄도시 3>의 흥행 성적을 볼 때, 관객은 마석도가 4편으로 돌아올 때도 일단 극장을 찾게 될 것이다.
“변호사는 내가 소개시켜줄게. 여기 인사해, 우리 ‘주 변호사’야.” <범죄도시 3>에서 주인공 마석도(마동석)는 악당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다 자기 주먹을 ‘주 변호사’로 소개한다. 1편에서 위성락에게 전기 충격기를 들이밀며 ‘전 변호사’로 소개한 대사의 패러디다. <범죄도시 3>에는 그처럼 1편과 2편에서 소소한 재미를 준 대사와 설정을 다시 비틀어 반복하는 장면이 많다. 2편의 강해상(손석구)이 마석도를 회유하려 ”돈 필요해? 어떻게 좀 나눠줘? 5 대 5로 나눌까?“라고 했을 때, 마석도는 ”누가 5야?“라고 답했다. 3편의 마석도는 악당이 자신을 매수하려고 하자 “5 대 5로 나누자는 이야기는 하지도 마라. 어차피 내가 5잖아”라고 말한다. 1편에서 실물로 등장한 ‘진실의 방’은 2편에서 오토바이 헬멧을 이용해 변형되었는데, 3편에서는 사무실을 청소하는 설정으로 다시 변주된다. 이미 시청자와 약속된 공식을 변주하는 방식은 <코미디빅리그>의 코너를 보는 느낌이다. 역시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하지만 2편에서 경험한 아는 맛에 비해 3편의 아는 맛은 그리 반갑지 않다. ‘시간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범죄도시> 1편은 2017년에 개봉했다. <범죄도시 2>는 2022년 개봉작이다. 두 작품 사이에 놓인 5년이란 시간은 2편으로 돌아온 마석도에게 큰 반가움을 느끼게 했다. 넓은 등을 자랑하며 등장하는 마석도, 그의 주먹에 날아가는 악당들, 악당들의 입을 열게 만드는 ‘진실의 방’. 그 외에도 반복되는 설정이 모두 반가웠다. 그런데 3편은 2편이 나온 지 1년밖에 안 되어 개봉했다. 2편이 한 달 전에 먹은 음식을 먹는 기분이라면, 3편은 어제저녁에 먹은 걸 오늘 점심에 또 먹는 기분이다. 그러니 마석도에 대한 반가움은 2편에 비해 덜할 수밖에 없다. 극 중에서는 7년의 시간차가 있어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범죄도시> 시리즈는 중독적이다. 이 시리즈의 재미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종잇장 액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석도의 액션에는 나름 여러 디테일이 있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건 회심의 펀치 한 방이다. 그의 주먹에 강한 악당, 약한 악당, 진짜 나쁜 놈과 적당히 나쁜 놈이 모두 종잇장처럼 쓰러진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때리는 주체를 연기하는 배우가 마동석이라서 말이 된다. 한국 형사물 역사상 가장 강한 주먹을 가진 마석도가 범죄자에게 펀치를 날릴 때, 관객은 통쾌함을 느낀다. 극 중 경찰이 폭력으로 범죄자에게 증언을 강요하는 장면까지도 통쾌할 만큼 이 맛은 중독적이다. 이 정도의 중독성이라면 야심 그대로 8편까지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전편의 공식을 변주하는 특징까지도 관객에게는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다고 여기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전편과의 비교는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 하는 것이다. 관객의 상당수는 1·2편에 대한 기억 때문에 <범죄도시 3>를 선택했지만, 동시에 현재 극장에 걸린 영화 중 최선을 선택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머지 5편에 등장할 마석도는 어떤 모습이 될까. 극 중에서 마석도는 3년, 7년씩 시간을 건너뛴다. 어쩌면 우리는 단 4년 안에 학부모가 된 마석도를 볼지도 모른다. 더 이상 예전만큼 강한 펀치력이 없는 마석도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악당들은 더 악랄해지는데, 우리의 마석도는 갈수록 늙는다면? 그럼에도 끝내 악당들을 종잇장으로 만들어낸다면? 그렇다면 8편의 마석도는 <탑건: 매버릭>이 준 감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장밋빛 상상이다. 그래도 이왕 8편까지 갈 거라면, 마석도와는 감동적으로 이별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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