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가 실제보다 더 어려 보이는 이유?
슈퍼마켓에 들러 광합성 하며 마실 인스턴트 마티니를 고르던 중이었다. 매장 매니저가 내 뒤를 맴도는 것이 느껴졌다. “술 사려면 신분증 제시해야 하는데요?” 그가 천천히 한숨을 쉬며 물었다. 하필, 신분증을 챙겨오지 않은 날이었다. “저 서른 살인데요.” 나는 내 얼굴을 가리키며 “보셨죠? 서른 살이요”라고 다시 말했다. 그는 내가 운을 시험하려는 자신감 넘치는 고등학교 3학년인 것처럼 웃었다. “아니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 그는 내가 집어 든 술을 가져가며 “죄송합니다. 술은 못 사시겠군요”라고 말했다. 나는 근처 시리얼 진열대를 발로 차고 바닥을 작은 과자 무덤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나를 청소년으로 생각하는 거야? 내가 10대였을 때처럼 행동해봐?’ 하지만 나는 서른 살이고, 그런 충동쯤은 컨트롤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실제보다 나이를 어리게 볼 때면 “칭찬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즐겨 말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는 10년 전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동안 저널리스트 겸 에디터로 일해왔고,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강도 높은 인생 경험을 헤치는 가운데 여기까지 왔다. 나는 로봇 청소기도 있고, 책도 출간했다. 누군가 내게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고 말하면, 나는 그 말이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몰라’라고 들린다. 모든 20대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24세, 25세, 심지어 26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다르다. 나는 그것이 외적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
실제로 30세 미만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다른 밀레니얼 세대와 마찬가지로 좀 더 젊은 ‘에너지’를 풍긴 것이 아닐까? 내 팔에는 20대가 즐겨 하는 요즘 문신으로 덮여 있고, 후드 티와 슬렁 진을 입는다. 게다가 키는 160cm가 채 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내가 말하는 방식과 자세 또한 크게 바뀌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갑내기 친구들도 5년 정도는 어려 보일 수 있다. 내 약혼자는 탈색된 금발 헤어를 한 전문 음악인이며 라이더 재킷을 즐겨 입는다. 어린 시절 상상하던 서른 살의 나는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서른이었다. 우리는 확실히 그들과 달라 보이고, 다르게 행동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성장 불능’은 이미 많이 회자된 주제다. 우리는 적정한 나이에 집을 마련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이유로 질타받았다(맞벌이 가정이거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지 않는 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는가).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셰어 하우스에 살았다. 내 싱글 친구 중 상당수가 혼자 살 여력이 없다. 그리고 결혼과 직장 생활이 많은 이들에게서 빛을 앗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그 옛날 30대처럼 보이지 않고, 혹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핑크 마티니를 먹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틱톡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정상적으로 나이를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한 영상이 넘친다(‘Why don’t millennials age?’ 영상은 현재 틱톡에서 1,940만 건 정도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일부는 필러나 보톡스 같은 ‘성형’이 좀 더 저렴하고 널리 애용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우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우울증을 앓기 때문에 하루 종일 실내에 머물고, 그 덕분에 햇빛에 덜 노출되어 피부 노화가 방지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는 이들도 있다. 스마트폰 보편화로 셀카를 자주 찍으면서 자신의 외모를 체크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점을 이유로 드는 이들도 있다. 아니면 정상적으로 나이를 먹고 있음에도 우리가 여전히 어리다고 생각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이 왜곡되는 데는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이론 중 하나는 ‘진짜 어른’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가 시대착오적이며, 최근 스타일과 문화의 변화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을 꼽는다. 우리의 부모와 조부모는 수많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거나 직장에서 애슬레저 룩을 입거나 동료에게 ‘ㅋㅋ’라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기준의 프레임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현재 30대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유의미하지 않는 30대의 이미지를 강요받고 있다. 브릿 팝 세대, 파티광으로 대표되는 X세대 또한 그들의 부모와 늘 비슷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잡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을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이는 거의 무의미하며 임의의 연도를 기준으로 사람에게 딱지를 붙이는 것은 개개인에게 좋을 게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를 실제로 ‘느끼지’ 않는다. 그저 자기 자신일 뿐이다. 물론 외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역 배우를 구글에 검색하면 얼굴은 그대로인 채 수염이 붙은 벤자민 버튼 같은 캐릭터가 되는 게 두렵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아역 배우와 비슷할까? 영원히 시간에 갇혀 얼어붙어 있을까?
현존하는 것 중 가장 무서운 것은 나와 관계없이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는 점이다. ‘그만! 난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준비가 안 됐다고!’ 저항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는 당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그것이 삶의 위대한 비극이자 선물이니까. 우리는 모두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Z세대가 깨어나 중년이 되고 알파세대도 자녀를 갖게 될 것이며, 그들의 조부모, 즉 우리 세대는 슬랙스와 카디건을 입고 크리스마스카드에 1파운드의 동전을 붙이지 않을 거다. 대신 쥬시꾸뛰르 옷에 포스트 말론 크록스를 신고 손자의 메시지에 해골 이모티콘으로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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